26일에 있을(본 극은 21일 서울 노숙인인권문화제에서도 공연됩니다) 대구노숙인인권문화제의 역할극 제목은 ‘김씨의 일기’입니다. 역할극의 기본 줄거리는 homeless 김씨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정황을 재연한 것입니다. 역할극 내용은 5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scene은 김씨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내용, 2scene은 용역 회사의 소개로 찾아간 곳에서 주소지와 연락처가 없어서 쫓겨나는 내용, 3scene은 절망에 빠진 김씨를 보며 지나가는 행인들이 던지는 말들, 4scene은 죽어가는 김씨를 부여잡고 절규하는 이씨, 5scene은 공안경찰이 김씨를 손수레에 싣고 가는 장면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노숙인은 일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라는 편견을 깨고 그 구체적인 정황을 보여줌으로써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지를 알려주는 계기를 마련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주소지와 연락처가 없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부당한 현실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homeless.or.kr%2Fimg%2Fdaegu2.jpg)
학우들이 역할극에 임하며 연습하는 과정에서 감정 이입을 하면서 노숙인이 처한 구체적인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소득으로 보여집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학우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어느 누구든 내가 노숙인이라는 생각은 거의 해볼 기회가 없을테니까요.
현실의 벽은 두텁습니다. 끝없이 깨어야 하고 또 깨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배고픈 이에게는 물고기도 주어야 하고 물고기 낚는 법도 가르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진정한 용기는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차차 알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사회와 경제가 점점 더 발전하고 풍요로워지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아직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반쪽짜리 진실만 보는 사람이거나 부를 축적하고 있는 자본가일 것입니다. 이 시대의 비극은 무감각입니다. 자신이 무한한 자본을 축적하더라도 욕구불충족으로 인한 괴로움만 들립니다. 이 생의 비극적인 무감각은 타인의 아픔보다 자신의 아픔에만 귀를 기울이게 되지요. 무한한 욕망을 해소하는 길은 나누는 일입니다. 자기아픔은 궁극적으로 타인과의 연대 속에서 치유될 수 있는 것입니다. 발전보다는 나눔을, 1등보다는 함께 걸음을, 한 사람의 백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가치있는 사회를 지향하면서, 우리들의 작은 목소리와 몸짓이 나비효과가 될 것임을 기대해봅니다.
김진원 <계명대학교 '너나들이', 문화제 역할극팀>
전실노협 : http://homeless.or.kr/main.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