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가 내리는 속초를 가다.
집사람이 속초에 강의가 있다기에 무작정 따라 나섰지.
동서울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3시간만에 도착, YWCA에 내려주고 숙소에 들어가려니 너무 일러,
늦은 아침을 시켜 점심겸 들고, 바닷가에 가 보니 여름 피서 준비로 모래사장을 불도져로
갈아 엎는 중이더군.
숙소에 가서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외옹치항에 가서 할머니 횟집에서 수제비 매운탕으로저녁을
하고 나왔는데 비는 내리고 차편은 없는지라 무작정 비내리는 길을 걸었지.
마침 지하철에서 사둔 비옷이 두벌 있어 차도 사람도 드문 조용한 길을 걸으니 어린 시절 등교 길
생각이 나더군.
내친 김에 아침에 설악산으로 가 비선대 까지 걸어갔지.
비가 오니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고 내려 오는 사람이 더 많더라.
호젓한 산길을 천천히 걸을 수 있다는게 행운이었지.
비선대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병을 시키니 서비스로 김치전을 주더라.
비는 더 굵게 내리는지라 내려와 하루 쯤 묵어보고 싶었던 버스정류장 아래에 있는 켄싱턴 호텔에 들려
커피를 한잔 마시고 종점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니 승객은 우리 뿐. 바로 출발하더군.
비 덕분에 호강을 한 셈이지.역시 흔하면 대우를 못 받고, 귀하면 대우 받는 시장경제
원리의 위대함이여.
첫댓글 마치 영화속 주인공 같네.. 낭만과 함께 약간의 우수도 느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