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바야흐로 파랑새가 찾아오는 계절이었다.
시냇물은 춤을 추며 졸졸 흐르고, 온 숲이 활기를 띠었다.
한 인디언 소년이 숲속을 달리고 있었다. 소년은 덩달아 신이 났다. 봄이 왔으니까!
소년은 오솔길 아래로 달리다가, 덤불에 뭔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토끼뜀 몇 번만 하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그래서 잠시 멈춰 서서 어떤 봄꽃이 새로 피었나 보려고 덤불로 다가갔다.
새로 핀 꽃은 아주 작은 아기 요람이었다.
소년은 아기 요람을 집어 들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니, 작은 요람 안에 쪼그만 아기가 있었다.
소년이 아기에게 말을 걸자, 쪼그만 아기는 소년을 보고 까르르 웃었다.
소년은 그렇게 쪼그만 아기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기를 집에 있는 엄마에게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깜찍한 아기였다. 소년은 엄마가 자식이 딱 아홉명이니까,
아이가 하나 더 있으면 틀림없이 좋아할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아기도 자기네 오두막에 가면 분명히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소년은 오솔길 아래로 달리려고 출발했지만, 뭔가 자신을 꽉 붙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무지 그곳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세번이나 달려 보았는데도, 매번 그 덤불만 빙빙 돌 뿐이었다.
뭔가 소년을 그곳에 붙들어 놓고 있었다.
바로 그때 오솔길 위쪽에서 날카롭게 울부짖느 소리가 들려왔다.
틀림없이 다쳤거나 아픈 동물일 것이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니, 조그만 여인이 오고 있었다.
여인은 키가 30센티미터도 채 안 되었지만, 사슴처럼 빠르게 달려와서는
자기 아기를 돌려 달라고 울며불며 애원했다.
그러자 소년은 엄마 요정의 사랑이 자신의 발목을 꽉 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와 아기를 이어주는 사랑의 끈을 놓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새 소년은 마음이 부드럽고 너그러워졌다. 모두가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엄마 요정이 울면서 아기를 돌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어미 새나 어미 곰, 어미 사슴이 하나같이 자기 새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인디언 엄마들도 자기 아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소년은 엄마에게 숱하게 들었다.
그래서 엄마 요정도 똑같이 자기 아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년은 엄마 요정의 등에 아기를 업혀주고, 아기는 엄마한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 요정은 환호성을 지르며 등에 업힌 아기의 감촉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가방에서 돌을 하나 꺼내어, 소년의 목에 걸린 구슬 목걸이에 꿰어 주었다.
그 돌은 소년의 가슴에서 이술방울처럼 반짝였다.
"넌 착하고, 인정 많고, 남을 위할 줄 알고,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니까 행운의 돌을 갖게 된 거야.
행운의 돌이 네 소원을 다 이루어줄 거다." 엄마 요정은 말했다.
"우리 인디언 요정들은, 강자이면서도 약자를 지켜주는 인간들에게만 이 돌을 준단다.
이 돌을 늘 목에 걸고 있어. 절대 빼지 말고. 그러면 넌 훌륭한 추장이 될거야."
엄마 요정은 다시 환호성을 지르며 아기를 업은 채 떡갈나무 속으로 사라졌다.
소년은 계속 달렸다. 그러자 소년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돌은 더욱 반짝거렸다.
화살로 저녁에 먹을 사냥감까지 잡고서 엄마가 있는 오두막에 다다랐다.
숲속에서 조가오인 엄마 요정을 만나 돌을 받은 날부터 소년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무슨 일을 하든지 술술 풀렸다. 사냥을 나가면 사슴을 잡아서 돌아왔다.
옥수수를 심으면 옥수수가 크게 잘 자랐다.
다른 소년들보다 공도 가장 멀리 던지고, 달리기도 제일 잘했다.
활을 쏘면 화살이 하늘까지 날아가고, 눈뱀을 던지면 다른 눈뱀들을 제치고 목표지점에 쑥 들어갔다.
소년에게는 늘 행운이 따랐기 때문에 부족 사람들은 소년을 "언제나 행운"이라고 불렀다.
노인들은 모닥불 주위에 모여 앉아 잘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아이는 행운의 돌을 지니고 있어." 그러나 소년이 그 돌을 어떻게 손에 넣었고,
왜 지니게 되었는지는 전혀 몰랐다.
언제나 행운이 어름이 되자, 부족 사람들은 그를 대추장으로 추대했다.
언제나 행운은 지도자 가문 출신이 아닌데도, 엄마 요정이 말한 대로 정말 추장이 되었다.
언제나 행운은 성품이 강직하고, 부족 사람들에게 헌신하며, 약자를 지켜주고,
훌륭한 공적을 쌓았기 때문에 '소나무' 추장이라고 불렸다.
사람들은 말했다. "언제나 행운의 지혜와 힘은 나무뿌리처럼 깊고 단단해.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멀리 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알려 주지.
소나무 꼭대기의 가지가 늘 동쪽을 가리키는 것처럼, 언제나 행운도 우리를 해가 뜨는 곳으로 이끌지.
그래서 그는 우리 부족의 소나무 추장이 되었다네."
이로쿼이 족 인디언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