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運動)
이 상
一層(일층)우에있는 二層(이층)우에있는三層(삼층)우에있는屋上庭園(옥상정원)에
올라서南(남)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北(북)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해서
屋上庭園(옥상정원)밑에있는三層(삼층)밑에있는二層(이층)밑에있는一層(일층)으로
내려간즉東(동)쪽으로솟아오른太陽(태양)이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
올라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올라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
올라하늘한복판에와있기때문에時計(시계)를꺼내본즉서기는했으나時間(시간)은
맞는것이지만時計(시계)는나보담도젊지않으냐하는것보담은나는時計(시계)보다는
늙지아니하였다고아무리해도믿어지는것은필시그럴것임에틀림없는고로
나는時計(시계)를내동댕이쳐버리고 말았다.
-<조선과 건축>(1935)-
해설
[개관 정리]
◆ 성격 : 모더니즘적, 초현실주의적, 관념적, 심리적, 문명비판적, 상징적
◆ 표현 : 독백적 어조, 단호하고 비판적인 어조
반복법, 점층법, 대구법을 구사함.
구체적 사무을 통해 상징적 의미를 전달함.
띄어쓰기를 무시함으로써 기존의 시 형식을 파괴하고자 함.
공간과 시간의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백화점을 통해서 규격화된 공간을, 시계를 통해서 규격화된 시간을 드러내고자 함.
1930년대를 배경으로 획일화된 근대문명에 대한 거부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냄.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제목 '운동'의 의미→ 제목과 내용은 상반된다. 시의 내용은 역동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시의 제목은 궁극적으로는 단조롭고 반복적인 현대
사회의 움직임을 반어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며, 현대문명의 반복적, 기계적
특성에 대한 풍자를 하기 위한 것이다.
* 일층우에있는 ~ 옥상정원에올라서 → 화자의 수직적 공간 이동의 과정을 서술
공간의 무미건조함과 단조로움을 나타냄.
* 남쪽을보아도 ~ 아무것도없고해서 → 근대 문명의 허망함과 무의미성을 나타냄.
획일화된 도시의 풍경
* 옥상정원밑에있는 ~ 일층으로내려간즉 → 볼 것 없는 백화점을 무의미하게
오르내리는 모습
* 동쪽으로솟아오른 ~ 서쪽에떨어지고 → 매일 되풀이되는 태양의 움직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단조로운 근대적 일상을 비판
* 시계를꺼내본즉 ~ 시계보다는늙지아니하였다
→ 시계의 반복적 순환(늙음)에 나는 단조로움을 거부(젊음) 한다. 따라서 나는 젊다.
* 나는시계를내동댕이쳐버리고말았다. →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일상성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의식의 표현
◆ 제재 : 백화점 건물, 시계
◆ 주제 : 무의미한 근대 문명에 대한 저항과 거부감
규격화되고 단조로운 근대문명에 대한 거부감과 비판의식
[시상의 흐름(짜임)]
◆ 일층우에있는이층 ~ 일층으로 내려간즉 : 규격화된 공간(백화점)에 대한 비판
◆ 동쪽으로솟아오른 ~ 내동댕이쳐버리고말았다. : 규격화되 시간(시계)에 대한 비판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한 문장으로 구성된 이 시는 실제로 건축가로도 활동했던 이상의 작품으로,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운동을 지속하는 화자의 행위를 통해 근대적 삶의 양식이 모두 규격화된 것이라는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기존의 시에서 볼 수 없었던 기하학적인 상상력이 지배적인데, 이는 공간과 시간을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시 전반부의 백화점 건물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근대적 공간의 단조로움과 무미건조함을 보여주며, 시 후반부의 시계를 통해 근대의 규격화된 시간을 보여준다. 시인은 이러한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강요하는 문명에 대한 저항 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백화점은 근대 사회의 개막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공간이다. 이러한 백화점은 조선의 새로운 인문 경관으로 출현하면서 지적인 해석과 탐구의 대상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이 시와 관련하여 눈여겨 보아야 할 백화점의 특성은 공간 배치의 폐쇄성이다. 재래시장과 달리 백화점은 직선과 사각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한 층 한 층은 별다른 개성을 지니지 못한 채 일률적으로 규격화되어 있다. 이러한 폐쇄성은 단조롭고 획일화된 문화를 직접적으로 상징한다. 그렇기에 시적 화자의 눈에 비친, 또 일제 시대를 사는 시인의 눈에 비친 '백화점'은 그저 단조롭고 규격화된 근대 건축물에 불과했던 것이다.
또 이 시의 '시계' 역시 이러한 의미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계'는 쉼없이 시간을 가리키지만, 시적 화자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한다. 다시 말해 시계는 인간의 삶의 흐름을 재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듯 '시계' 역시 이 작품에서는 근대 문명의 첨병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시적 화자는 이 시계를 통해 근대 문명의 무의미성을 포착하고 있다.
[작가소개]
이상[ 李箱 ]
출생 – 사망 : 1910년 ~ 1937년
성격 : 시인, 소설가
출신지 : 서울
성별 : 남
본관 : 강릉(江陵)
저서(작품) : 12월 12일, 이상한 가역반응, 공복, 조선과 건축, 꽃나무, 거울, 지팽이 역사,
오감도, 날개
<정의>
일제강점기 「오감도」, 「이런 시」, 「거울」 등을 저술한 시인. 소설가.
<개설>
본명은 김해경(金海卿). 본관은 강릉(江陵). 서울 출신. 아버지는 김연창(金演昌)이며, 어머니는 박세창(朴世昌)으로 2남 1녀 중 장남이다. 3세 때부터 부모 슬하를 떠나 통인동 본가 큰아버지 김연필(金演弼)의 집에서 성장하였다.
<생애 및 활동사항>
1921년 누상동에 있는 신명학교(新明學校)를 거쳐 1926년 동광학교(東光學校 : 뒤에 보성고등보통학교에 병합),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하였다. 그 해 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사로 근무하면서 조선건축회지 『조선과 건축』의 표지도안 현상모집에 당선되기도 하였다.
1933년에는 각혈로 기사의 직을 버리고 황해도 배천(白川) 온천에 요양 갔다가 돌아온 뒤 종로에서 다방 ‘제비’를 차려 경영하였다. 이 무렵 이곳에 이태준(李泰俊)·박태원(朴泰遠)·김기림(金起林)·윤태영(尹泰榮)·조용만(趙容萬) 등이 출입하여 이상의 문단 교우가 시작되었다.
1934년에 구인회(九人會)에 가입하여 특히 박태원과 친하게 지내면서 그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小說家仇甫氏)의 1일(一日)」에 삽화를 그려주기도 하였다. 그 뒤 1935년 다방을 폐업하고 카페 ‘쓰루[鶴]’, 다방 ‘무기[麥]’ 등을 개업하였으나 경영에 실패하고 1936년 구본웅(具本雄)의 아버지가 경영하던 창문사(彰文社)에 취직하였으나 얼마 안 가서 퇴사하였다.
그 해 6월을 전후하여 변동림(卞東琳)과 혼인한 뒤 곧 일본 동경으로 건너갔으나 1937년 사상불온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로 인하여 건강이 더욱 악화되어 그 해 4월 동경대학 부속병원에서 사망하였다. 그의 작품 활동은 1930년 『조선』에 첫 장편소설 「12월 12일」을 연재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뒤 1931년 일문시(日文詩) 「이상한 가역반응」·「파편의 경치」·「▽의 유희」·「공복」·「삼차각설계도(三次角設計圖)」 등을 『조선과 건축』에 발표하였다. 이어 1933년 『가톨릭청년』에 시 「1933년 6월 1일」·「꽃나무」·「이런 시(詩)」·「거울」 등을, 1934년 『월간매신(月刊每申)』에 「보통기념」·「지팽이 역사(轢死)」를, 『조선중앙일보』에 국문시 「오감도(烏瞰圖)」 등 다수의 시작품을 발표하였다.
특히, 「오감도」는 난해시로서 당시 문학계에 큰 충격을 일으켜 독자들의 강력한 항의로 연재를 중단하였던 그의 대표시이다. 시뿐만 아니라 「날개」(1936)·「지주회시(蜘蛛會豕)」(1936)·「동해(童骸)」(1937) 등의 소설도 발표하였다.
이상은 1930년대를 전후하여 세계를 풍미하던 자의식 문학시대에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자의식 문학의 선구자인 동시에 초현실주의적 시인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의 문학에 스며 있는 감각의 착란(錯亂), 객관적 우연의 모색 등 비상식적인 세계는 그의 시를 난해한 것으로 성격 짓는 요인으로서 그의 개인적인 기질이나 환경, 그리고 자전적인 체험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현실에 대한 그의 비극적이고 지적인 반응에 기인한다. 그리고 그러한 지적 반응은 당대의 시적 상황에 비추어볼 때 한국 시의 주지적 변화를 대변함과 동시에 현대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 계기가 되었다.
즉, 그러한 지적 태도는 의식의 내면세계에 대한 새로운 해명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무의식의 메커니즘을 시세계에 도입하여 시상의 영토를 확장하게 하였다. 그의 시는 전반적으로 억압된 의식과 욕구 좌절의 현실에서 새로운 대상(代償) 세계로 탈출하려 시도하는 초현실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정신을 논리적 사고 과정에서 해방시키고자 함으로써 그의 문학에서는 무력한 자아가 주요한 주제로 나타나게 된다. 시 「거울」이나 소설 「날개」 등은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대표적 작품이다.
또한, 시 「오감도」는 육체적 정력의 과잉, 말하자면 발산되어야 하면서도 발산되지 못한 채 억압된 리비도(libido)의 발작으로 인한 자의식 과잉을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대상을 정면으로 다루지 못하고 역설적으로 파악하는 시적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역설에서 비롯되는 언어적 유희는 그의 인식 태도를 반영하고 있는 동시에 독특한 방법이 되고 있다.
그리하여 억압받은 성년의 욕구가 나르시시즘(narcissism)의 원고향인 유년시대로 퇴행함으로써 욕구 충족을 위한 자기방어의 메커니즘을 마련하였고, 유희로서의 시작(詩作)은 그러한 욕구 충족의 한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 만큼 그는 인간 모순을 언어적 유희와 역설로 표현함으로써 시적 구제(詩的救濟)를 꾀한 시인이었다.
기타 시작품으로 「소영위제(素榮爲題)」(1934)·「정식(正式)」(1935)·「명경 明鏡」(1936) 등과, 소설 「봉별기(逢別記)」(1936)·「종생기(終生記)」(1937), 수필 「권태(倦怠)」(1937)·「산촌여정(山村餘情)」(1935) 등이 있다. 유저로 이상의 시·산문·소설을 총정리한 『이상전집』 3권이 1966년에 간행되었다.
<참고문헌>
『한국시사연구』(박철희, 일조각, 1980)
『한국현대문학사탐방』(김용성, 국민서관, 1973)
『이상전집』(임종국 편, 문성사, 1966)
「이상론의 행방」(김윤식, 『심상』, 1975.3.)
「이상(李箱)의 이상(理想)과 이상(異常)」(김종은, 『문학사상』, 1973.7.)
「이상문학의 초의식심리학」(정귀영, 『현대문학』, 1973.7.∼9.)
「현대의 언어적구제와 이상문학」(김열규, 『지성』, 1972.2.)
「이상의 인간과 문학」(정태용, 『예술원보』, 1959.10.)
[네이버 지식백과] 이상 [李箱]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첫댓글 시간과 공간의 무의미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유월도 1/4이 지나갔네요.
오늘 하루도 의미로 가득찬 날
보내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