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8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6-38
26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알렐루야.
태중 모시던 아드님께서. 알렐루야.
말씀하신대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
저희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알렐루야.
동정 마리아님, 기뻐하시며 즐거워하소서. 알렐루야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나이다 알렐루야.
기도합시다
하느님,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온 세상을 기쁘게 하셨으니 성자의 어머니 동정 마리아의 도움으로 영생의 즐거움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부활 삼종기도를 바치며,
고향 영천성당 종탑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에 맞추어, 하던 일 멈추고 삼종기도를 바치던 기억이 납니다.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오니,
성령으로 잉태하셨나이다."
성모송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주소서."
성모송
"이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저희 가운데 계시나이다."
성모송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어,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기도합시다.
하느님, 천사의 아룀으로 성자께서 사람이 되심을 알았으니, 그의 고난과 십자가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은총을 저희에게 내리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영광송 세번.
이 삼종기도는 하느님의 이세상 구원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아들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의 신비와 그의 고난과 십자가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신비, 그리고 어머니 성모 마리아의 위대한 역할을 기념하는 찬미가입니다.
어린시절, '삼종소리'가 너무나 신비로웠습니다. 꼭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서 들려주는 천상의 소리 같았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의 아름다운 장면들이 극적으로 재현되는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이 종소리를 성당 사무장 마지아 아저씨가 만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저씨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명동성당 '삼종소리'가 참 좋았습니다. 어설프고 외로운 서울 삶의 큰 위로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안타깝게도 삼종소리가 '새마을 노래'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종치기가 금지되었습니다. 아마 나의 대학원 시절인 것 같습니다. 나의 삼종기도는 지하로 숨어들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종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바쁠 때는 빠뜨릴 때가 많아졌습니다.
삼종소리가 그립습니다. 밀레의 명화 '만종' 속의 넓은 밭 한가운데서 하던 일 멈추고 서서 저녁 삼종기도를 바치는 가난한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립습니다.
다행히도 로마 베드로 대성당에서는 여전히 매일 삼종소리가 온세상을 향해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로하는 삼종기도에 초대하고 있습니다. 매주일 12시에는 교황님이 직접 삼종기도를 바치며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박해를 피해 청도 깊은 산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신앙생활을 하던 구룡마을 구룡공소의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그때 그시절 종탑이 너무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비록 종소리는 멈추었지만 침묵 가운데 들려오는 삼종기도가 아픈 마음을 달래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