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표심' 잡기 개성 시대
'태극기 휘날리며' '대장금'등 패러디 유세 인기 선관위 홈피 '학교선거도우미' 운영도 |
초등학교 선거에 인기 영화나 드라마 패러디 유세가 등장하는가하면 얼짱, 몸짱, 스포츠짱, 펀짱 입후보자가 인기를 끄는 등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얼마전 서울 시내 한 유명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이모군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패러디한 이색 유세로 전 학년 회장에 당선됐다.
'태극기 휘날리며' 포스터의 원 빈 얼굴 자리에 자신의 얼굴을 덧입힌 이 학생은 '영화에서 자기 희생을 통해 동생을 구하려는 형의 의리를 보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의리를 지키며 동생들을 잘 보살피는 형이 되자고. 군인 아저씨 같은 정신으로 나라를 지키듯 학교를 지키겠습니다'라는 말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아 압도적인 표차로 전교 회장에 뽑혔다.
이날 투표에 참가한 한 저학년 학생은 '영화로 접근해 너무나 친근하게 느껴졌고 형의 유세 내용도 좋아 깨끗한 한 표를 던졌다'며 '유명 영화나 드라마 등을 패러디한 유세를 할 경우 아무래도 눈길을 한번이라도 더 주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정 기간동안의 선거 활동이 불가피한 각급 초등학교 전체 회장 선거의 경우 장안의 화제 드라마 '대장금' 등 유명 영화나 드라마를 선거 유세에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후문.
반장 선거 때는 얼짱, 몸짱, 스포츠짱, 펀짱 등이 단연 비교 우위에 있다. 지난 9일 부천시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 반장 선거에서 탤런트 학원에 다니는 얼짱 여학생이 반장 후보로 나서 압도적인 몰표를 받았다. 여학생 입후보자와 달리 남학생 입후보자의 경우는 농구나 축구 등을 잘하는 스포츠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펀짱이 대접받는다. 춤과 노래, 개그 등 주변 친구들을 사로잡는 화려한 개인기를 겸비한 아이들이 반장 등에 당선되는 확률이 높다는 것. 서울 중계동의 송모양(11)은 평소 최신 히트 가요를 줄줄줄 외우는 실력을 널리 알린 덕분인지 손쉽게 회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선거철이 한창임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홈페이지 홍보마당(www.necpr.go.kr)에 '학교선거도우미'를 운영, 일선 학교 임원 선거에 필요한 포스터, 피켓 등 학교선거 홍보물 자료, 선거과정 사진자료, 연설문 작성 요령 및 작성 예시, 플래시로 제작한 학교선거 캠페인용 동영상, 표준선거규정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ㆍ15 총선을 앞두고 금권 선거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기 영화나 드라마 패러디 유세, 얼짱 문화 각광 등 변화하는 트렌드 덕분에 초등학교 캠퍼스에서 또한 떡볶이나 음료수를 사주는 등의 금권 선거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요즘이다.
< 정경희 기자 gumn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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