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Ⅲ-51]'1천년만의 오수개 부활'과 뉴스밸류
‘오수개’가 유엔 국제기구에 의해 대한민국 개품종으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임실군과 오수개연구소가 심포지엄과 기념비 제막식을 가진 게 지난 8월 29일. 이 소식이 후폭풍처럼 지방지를 비롯하여 중앙일간지와 KBS 등 방송의 각광을 받게 되는 것은 그만큼 뉴스밸류가 있기 때문일 터(MBN. KBS, JTBC, TV조선, 동아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아시아경제, 뉴스1, 더팩트, 연합뉴스, YTN, 프레시안, 아이뉴스24, 문화일보, 뉴시스 등 도하 각 신문과 방송 그리고 지방신문 20여개에 실린 것은 당연한 일). 여기에서 말하는 ‘뉴스 밸류News Value’는 무엇인가? 뉴스로 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얘기나 사건, 사고를 언론에 기사화하는 것이다. 1천년 전에 전북 임실 오수땅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제 몸의 털에 물을 묻혀 주인의 목숨을 구하고 죽은 의로운 개가, 1천년만에 같은 고을에서 ‘부활’했다는 것을 누구라도 듣거나 보게 되면 뉴스라고 생각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며칠이 지났건만 떠들썩한 것일 게다. 또 부활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언제인지 모르나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오수개가 지난 30여년간의 노력 끝에 생물학적으로 완벽히 복원되었고, 세상에 모습을 보였으며, 품종의 유전인자가 고정되어 대한민국 개품종으로 네 번째로 국제기구 공인까지 받게 되었으니, 가히 부활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않을 것이다.
뉴스밸류를 생각하니, 예전 편집기자 시절의 편집국 편집회의가 떠올라 쓴웃음을 지었다. 신문제작 전에 10여개의 취재부에서 돌아가며 그날그날의 기사를 발제하면, 최종적으로 편집부장이 지면 배치를 하게 된다. 편집부에는 면面담당 편집기자가 그 면의 기사를 크게 키우거나(톱, 사이드톱) 비중있게 취급(3, 4단)하는 것을 판단한 후 레이아웃layout(지면 배치)을 한다. 취재부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지만, 편집자와 의견이 다르고 다툴 때도 많다. 취재기자나 취재부장의 어필이 있겠으나, 이럴 때 존중받는 건 ‘편집권’이 우선이다. 하여 어느 신문이나 방송도 편집부를 수석부으로 치는 까닭이다. 세로쓰기 신문 편집시절, 컴퓨터도 없을 때이니 외부에서 기사들을 전화로 불렀다. 내근하는 기자가 ‘꼬마 원고지(한 줄에 13자짜리 원고지. 1단에 13자가 들어갔다)’에 받아적었다. 원고가 전달되면 편집기자들이 ‘장난’삼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톱 아니면 몇 단 기사나 되겠냐?’묻곤 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가제假題만 보고도 기사의 비중을 알아맞힐 때 얘기이다. 편집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편협되지 않고, 그만큼 어떤 현상이나 사건 사고를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셈이어서 그만큼 ‘대우’를 받은 것이다.
엊그제 제막식도 그만한 뉴스밸류가 있기에 기사를 빠뜨리면 안되는 것이었을 터. 하기야, 지금 언론은 ‘기레기’를 넘어 ‘구레기 언론’이라는 비아냥이 횡행하니, 새삼 뉴스밸류를 따져서 무엇하랴. 디올백 사건을 조중동을 비롯한 중앙일간지에 제보했다면 과연 비중있게 실렸을 것인가? 천만에 콩떡, 만만의 콩떡이었을 것이다. 어쩌다 언론은 이렇게까지 타락을 했을까? 그 생각만 하면 신문사에 있었던 사람(20-30대 청춘을 불태운)으로서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아무튼, 그날 전북대 지역혁신센터의 채수찬교수와 연구원이 특강에서 발표한 <오수 반려동물 컨텐츠를 활용한 세계화 전략>은 오수개의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방향을 제안한 것으로 의미가 깊었다. 특히, 임실군과 오수개연구소가 귀담아 들을 만한 것들, 예를 들면 △ 의견문화제 확장 또는 신규 아시아와 글로벌행사 기획 △반려견 관련 특화컨텐츠 마련, 국내외 관광객 즐길거리 확보 △정기행사 기획, 애견인 세계적 축제의 장 마련 △국내외 기업 참여(스폰서 or 부스) 유도 및 자체행사 운영 경제성 창출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초청, 글로벌화 및 오수의 상징성 고착화 △견종 홍보부스, 입양교육 프로그램 및 입양상담소 운용 등 통한 홍보활동 △해외 유명 도그쇼 벤치마킹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제대로 해야 할 일은 쌔고쌨을 것이다. 애견 미용콘테스트나 미견대회, 경견대회는 어떤가? 주변도시(춘향전의 남원, 장수의 논개사당)와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는 등 여행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글로벌화를 위해선 의견스토리의 영문英文 번역지원은 필수이다. 이게 모두 돈이 들어가는 일들인 것을.
말이 쉽지, 어디 ‘세계적인 반려동물의 성지’되기가 그리 쉬울까? 물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천년 전에 세운(1022년 건립추정) 의견비와 1천년 후인 엊그제 세운 국제기구가 대한민국 개품종으로 공인한 오수개 기념비가 있기는 하되, 그것으로는 택도 없을 터. 이제부터 시작이고, 이제부터 ‘할 일이 태산’인 것을. 임중도원任重道遠.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그렇다면, 그것을 누가 할 것인가? 당연히 그 무겁고 중차대한 짐은 고향과 1천년 전 오수개를 사랑하는 오수면민들의 몫이 아닐까? 그러나 관官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 아무리 작은 아이디어나 기획에도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돌아가지도 않고 이뤄질 수도 없다. 군비 뿐만 아니라 도비로도 역부족할 것이 자명하다. 국회와 국가차원에서 예산이 지원이 받쳐주지 않으면 어려운 일투성이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생각하자. <오수개 2030 프로젝트>증 가장 큰 행사일 <2030 세계반려동물 산업박람회>가 이루어지려면, 지금부터 전북자치도부터 머리를 짜내고 지혜를 모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1천년 전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오수의견비 학술대회>가 조속히 개최되어 금석문학자에 의해 밝혀진 건립연대‘임술년’이 1022년이라는 것을 학계에서 공인받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현재 ‘전북자치도 민속자료 1호’로 돼 있는 의견비가 빠른 시일 내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승격이 되어야 한다. 국가유산청(문화재청의 후신)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되고, 오수가 세계적인 반려동물의 성지로 관광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면, 의견비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할 수도 얼마든지 있지 않겠는가? 이 일은 비단 전북도나 임실군만의 일이 아님을 안 이상, 각계의 관심과 성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매우 중요한(very important)’ 일이거니와 ‘매우 시급한(very urgent)’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관계인구’의 확산도 무시할 수 없다. ‘임실=치즈’로 거의 굳어진 임실의 어원은 ‘임이 사는 곳’이라고 한다. 임실하면 치즈로 통용하게 된 데는 지정환 신부라는 훌륭한 신부가 큰 역할을 했지만, 임실군과 임실군민의 전폭적인 성원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입소문(구전)만큼 강력한 홍보효과는 없다고 한다. 관계인구의 확장이 임실과 오수의 미래를 판가름할 수 있는 관건임을 알 수 있다. 관계인구는 짧게 말하면 ‘(특정)지역’과 ‘관계’된 인구를 뜻하는데, 사전적 정의는 정주인구(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그 지역에 두고 사는 사람)와 교류인구(관광, 재방문 등 교류또는 체류를 하는 사람)와 달리 특정지역과 계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어 그 지역에 애착을 갖는 인구를 말한다. 알다시피, 전국적으로 인구소멸의 총체적 위기에 몰려있는 지방이 태반이지 않은가. 이런 심각한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등장하는 개념이 관계인구의 확장이다. 고향사랑기부제도 좋은 예일 것이다. 그 고장에 애정을 갖고 지역 생산물을 소비하거나 관광포인트(임실의 경우, 치즈테마랜드와 섬진강 르네상스-붕어섬 출렁다리, 성수 왕의 숲, 반려동물 친화마을 오수의견테마랜드 등)의 좋은 경험을 주변 지인들과 나누는 것이 어찌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입소문 홍보의 100점짜리인 관계인구의 확산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고, 어쩌면 임실의 미래가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터. 민과 관의 합심노력으로 살기 좋은 내 고향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