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는
홍종훈 명장의 베이커리에서
빵과 과자를 담아 내게 안겼다.
"이거 당신이 샀다고 해.
널 위해 산 거라고 다빈이한테 줘..
엄마가 자기를 위한다는 걸
이런것으로도 보여줘야 해.
가끔은 이런 불량식품도 좀 먹여."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그는
딸마저 그런 지경이었다는 걸 알고는
1년 반만에 딸을 만나
오열을 했다고 했다.
그때 비로소 느낀 것이
우리는 부모로서 자식을 위한 잔소리라 하지만
막상 자식이 세상을 뜨고 나면
그 모든 충고, 가르침이 무슨 소용이었으며
자식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미 자식은 스스로 세상을 저버렸다면 말이다.
"가야..있잖아..자식을 위한 잔소리?
그런 거 다 필요없어.
애가 죽어버리면 부모란 이름도 사라지는 거야.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살겠니..
그저 매순간 아이가 행복하면 돼.
나는 지금도 가끔 애한테 얘기해.
살아있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다빈에게 비교적 엄격한 내게
오늘의 얘기는 내 지난날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나 역시 다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되어
그저 저 아이가 무사히 살아주기만을
바라며 눈물로 수없이 기도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절실함을,
그저 무사하기만을 바랐던 기도를
시간이 흐르며 나는 잊었던 것이다.
시험도 끝났겠다, 마음이 가벼우니
김포로 놀러간다는 다빈을
흔쾌히 승락했다.
그녀가 집에 오는 버스를 2분 차이로 놓쳤다길래 기꺼이 데리러 가주었다.
재밌게 놀았는지, 저녁은 먹었는지
나는 한없이 다정한 엄마로
그녀를 편안케 했다.
만일 그 옛날에
다빈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지금의 내가 이렇게 존재할 수 있겠으며
행복?사랑?
삶의 그 모든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내게는 저 아이가 그저 행복하면
되는 것이다.
덕진진을 처음 가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