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알랭 드 보통
정말 오랜만에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었단다.
그 전에 아빠가 읽은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은 모두 소설이었는데,
에세이는 이번이 처음이란다.
책 제목에 아예 지은이 알랭 드 보통이 들어 있어서,
알랭 드 보통이 쓴 책이겠거니 했는데,
지은이를 보니 한명이 아니고, 알랭 드 보통과 존 암스트롱이라는 분, 이렇게 두 분이구나.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미술에 관한 책이란다.
미술에 관한 책 또한 오랜만에 읽어보는구나.
미술에 관한 책들을 아빠가 여러 권 읽었는데,
솔직히 쉽게 읽히는 책은 없었어.
아참, 오주석님의 책들은 재미있게 읽었단다.
다시 이야기해야겠구나.
서양화를 설명해주는 책들은 지은이가 한국사람이건, 외국사람이건 쉽지 않았어.
왜 그럴까 생각해봤어.
우선 그림 등 미술 작품에 대한 감상 능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
그렇다 보니 그 미술 작품을 설명해주는 것도 또한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
이번에 읽은 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단다.
내심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괜찮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도 잘 읽어보겠다고 다짐을 하고 책을 폈지만,
아빠에게는 쉽지는 않았단다.
모르고 있었던 새로운 미술 작품들을 많이 만나는 것은 좋았지만,
좀처럼 집중이 안되고 그랬어.
아빠는 미술을 감상하기에 부족한 뇌세포를 가진 것 같구나.
이 책을 잘 소화하고 극찬하며 별 다섯 개를 주는 많은 리뷰어들이 부럽구나.
아빠는 솔직히 이 책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
너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잘 모르겠구나.
발췌한 것을 바탕으로 짧게 쓸게.
너희들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니,
미술작품을 잘 이해하는 눈과 뇌세포를 갖기를…
1. 예술을 이해하려고 눈물겹게
노력해보기
그림은 언제 시작했을까?
사람들은 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까?
아주 오래 전에 사람들이 그림을 그린 이유는…
기억을 위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을 거야.
여러가지를 잊지 않으려고 그림을 그렸겠지만,
그 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서도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그렇게 그림은 시작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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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쓰기는 분명 망각의
결과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고, 미술은 그 다음으로 중요한 방편이다.
그림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 하나가 정확히 이 동기를 설명해준다. 로마 역사가 대 플리니우스가
전해주었고, 18~19세기 유럽 미술에 종종 등장하는 주제다. 사랑에
깊이 빠진 젊은 남녀가 헤어질 순간에 이르자, 아쉬운 마음에 여자는 연인의 그림자 윤곽을 그리기로 결심한다. 여자는 기억을 잃을까 두려워 까맣게 태운 지팡이 끝으로 무덤 벽면에 비친 남자의 그림자 선을 따라 그린다. 르노의 장면 묘사는 특히나 애절하다. 부드러운 저녁 하늘은 연인이
함께하는 마지막날이 저물고 있음을 암시한다. 양치기의 전통적 상징인 소박한 피리는 남자의 손에 무심히
쥐여 있는 반면, 왼쪽에서 여자를 올려다보고 있는 개는 보는 이게게 정절과 헌신을 일깨운다. 여자는 남자가 떠났을 때 자신의 마음 속에 남자를 더 선명하고 더 강하게 붙잡아두기 위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코의 정확한 모양, 곱슬거리는 머릿결, 둥근 턱선과 치켜 올라간 어깨는 남자가 수 마일 떨어진 푸른 계속에서 가축에 신경쓰는 동안에도 여자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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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포함하여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이유를
모두 일곱 가지로 들어 설명해 주었어.
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
아주 가끔 감성에 빠져 있을 때,
오래 전 즐겨 들었던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올 때
갑자기 아빠도 모르게 울컥하고 심지어 눈물이 나올 때도 있어.
그런 감정을 예술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지은이는 이야기하고 있단다.
사실 아빠는 예술작품을 통해서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은 없구나.
하지만 지은이와 같이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그런다고 하니,
미술의 힘은 대단한 것인가 보구나.
그림으로 사람을 울릴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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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삶에 고단할수록 우리는
우아한 꽃 그림에 더 깊이 감동하게 된다. 눈물이 나온다면 이는 그 이미지가 얼마나 슬픈가에 반응해서가
아니다. 유리병 속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국화를 그린 사람은 그의 자화상이 말해주듯, 인생의 비극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자화상은 이 화가가 어리석은
천진함 때문에 우리에게 즐거운 이미지를 보여줬을 거라는 일말의 우려를 확실히 잠재운다. 앙리 판 탱라투르는
비극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반대쪽으로 더 강한 생명력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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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이야기한 눈물은 감동의 눈물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을 승화된 슬픔이라고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구나.
예술을 그렇게도 이야기하는구나.
그런 예술 작품을 보면서 관객도 같이 슬픔을 느낄 수 있다면,
훌륭한 화가이고, 훌륭한 관객이 아닐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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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5)
우리는 수많은 예술적
성취를 예술가의 ‘승화된’ 슬픔이라고 보고, 결국 관객도 작품을 접하며 슬픔을 승화시킨다고 본다. 승화라는 말은
화학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는 단단한 물질이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기체로 변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예술에서 승화는 천하고 보잘것없는 경험이 고상하고 세련된 경험으로 변환되는 심리적 변형 과정을 가리킨다. 슬픔이 예술을 만날 때 일어날 수 있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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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읽어가던 책은 마지막 문장에 결론을 토해놓는단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궁극적인 목표는
예술 작품을 조금 덜 필요해지는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음… 결론조차 무슨 의미인지 한참 생각하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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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예술에 진정한 열망은
그 필요성을 줄이는 데 있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예술이 다루는 가치, 즉 아름다움, 의미의 깊이, 좋은
관계, 자연의 감상, 덧없는 인생에 대한 인식, 공감, 자비 등에 냉담해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예술이 나타내는 이상들을 흡수한 뒤, 아무리 우아하고 의도적이어도
단지 상징적으로밖에 드러내지 못하는 가치들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작품이 조금 덜 필요해지는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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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삶이 예술이다
아빠가 이 책의 문장 중에 몇몇 예술과 관련이 없지만,
공감해서 발췌한 글 두 부분이 있단다.
첫 번째는 인간은 너무 금방 익숙함에 빠지면서 불행해진다는 거야.
우리 주위에 놀라운 것이 많고 매혹적인 것이 많은데,
금방 익숙해지고 습관이 되면 그저 지나치게 된다는 것이지.
음, 그런 것이 예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게 만든 것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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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우리의 주된 결점, 우리를 불행에 빠뜨리는 원인 중 하나는 우리 주위에 늘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는 눈앞에 있는 것의 가치를 보지 못해 고생하고, 매혹적인 것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종종 엉뚱한 갈망을 품는다.
문제의 한 원인은 상황에
익숙해지는 우리의 능력, 즉 우리가 습관화라는 기술의 달인이라는 데 있다. 습관이란 우리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준다. 운전 습관이 들기 전
우리는 운전대 앞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을 빈틈없이 의식해야 한다. 소리, 빛, 움직임에 그리고 강철 상자를 조종해 빠르게 세상을 누비고 다닐
수 있다는 순진하고도 놀라운 경이로움에 바짝 긴장해 모든 감각을 동원한다. 이 과잉 의식 때문에 운전은
신경과민의 시금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몇 년을 타고 다니고 나면 점차 기어 변속이나 계기판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먼길을 운전하게 된다. 행동은 기계적이 되고, 로터리를
도는 동안 인생의 의미에 침잠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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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사랑하자는 교훈 같은 글이란다.
아빠가 특히 잘 새겨 읽어야 할 부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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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사랑은 당연히 인생의
큰 즐거움이어야 하지만, 나와 가장 쉽게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은 다음 아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연인들 사이에 오가는 잔인함의 정도는 철전지원수 저리 가라다. 우리는
사랑이 충만함의 강력한 원천이길 바라지만, 사랑은 때때로 무시, 헛된
갈망, 복수, 자포자기의 무대로 변한다. 우리는 부루퉁하거나 째쩨해지고, 성가시게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내고, 어떻게 혹은 왜 그런지 이해조차 못하고서 자신의 삶과 한때 자신이 좋아한다고 맹세했던 사람의 삶을 망가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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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여기서 마칠게.
언젠가는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볼 기회가 오기를…
아, 지금 방금 라디오가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
앗. 아빠를 울컥하게 만들 정도로 좋아하는 노래가 말야..
♬♪♬♪♬♪~~~
산책길을 떠남에 으뜸 가는 순간은
멋진 책을 읽다 맨 끝장을 덮는 그 때
- 이를테면 봉결기의 마지막 장처럼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 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 질러 버려라"
♬♪♬♪♬♪~~~
음, 아빠는 미술보다는 음악인 것 같아…^^
PS:
책의 첫 문장 : 현대 세계는 예술을 매우 중요하게, 인생의
의미에 버금갈 정도로 소중히 여긴다.
책의 끝 문장 :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작품이 조금 덜 필요해지는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
책제목 :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지은이 : 알랭 드 보통, 존 암스트롱
옮긴이 : 김한영
펴낸곳 : 문학동네
페이지 : 240 page
책무게 : 420 g
펴낸날 : 2018년 07월 10일
책정가 : 18,000원
읽은날 : 2020.02.13~2020.02.17
글쓴날 : 2020.03.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