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식 大入 본고사는 반대 官治·이념·하향 평준화가 문제” “다음 대통령 남·여는 문제안돼 누가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중요”
[조선일보 홍석준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4·30 재·보선 직후 걸린 감기가 떨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15일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면서 박 대표는 코 막힌 소리에 기침이 잦았지만 표정은 밝았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을 둘러싼 ‘재·보선 전문당’ ‘대선 필패론’이란 시각에 대해선 “근거 없는 낙관론보다 더 위험한 것이 근거 없는 비관론”이라고 반박했다. 단호한 표정이었다. 다음은 문답 요지.
(대담=양상훈 정치부장 jhyang@chosun.com )
◆재·보선
―지난 4·30 재·보선에서 여당이 23대0으로 전패한 원인을 뭐라고 보는가.
“이번 선거는 현 정권이 들어선 지 2년, 열린우리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치러졌다. 그동안 이 정부가 한 것이 뭐가 있나. 개혁을 한다면서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와는 상관없는 일에만 매달려 온 것 아닌가. 그에 대한 국민의 평가라고 본다.”
―경북 영천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식상함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 지역 구도나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선거는 끝났다는 것을 느꼈다. 국민들이 싫어하고 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앞으로 (영남) 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민은 정당과 의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한나라당=영남당’이란 이미지를 벗기 위해선 차라리 영천에서 지는 편이 낫다고 말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자만할 여유도 없다.”
―재·보선은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아 한나라당에 구조적으로 유리한 것 아닌가.
“(손을 저으며) 그렇지 않다. 여당이 아무리 잘못해도 젊은 층이 무조건 표를 주리라고 보나. 젊은 층이 대거 투표했더라도 이번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최근엔 한나라당에 대한 젊은 층 지지율도 올라가고 있다.”
◆2007년 대선
―다음 대선에 나설 것인가.
“지금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을 ‘대통령 만드는 당’으로 바꾸는 것이다. 벌써 나오니 안 나오니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
“먼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싶다. 우리는 그동안 2번 도약했다. 첫째는 산업화, 둘째는 민주화였다. 세 번째는 한국의 선진화여야 한다. 국민소득이 3만불 정도 되고, 또 사회에 촘촘한 안전망을 깔아서 그늘 없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러기 위해선 성장 동력에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
―여성 대통령이 나오기에 다음 대선은 이르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이 있다.
“이제는 남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중요한 문제에 누가 더 관심을 갖고 해결해낼 수 있느냐를 보고 (지도자를) 선택하는 시대가 아닌가?”
―과연 아버지와 딸이 모두 대통령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말들도 한다.
“(웃으면서) 그건 저도 모르겠다.”
―대선 후보로 다른 사람을 밀 수도 있나?
“경선을 해서 안된 사람은 승복하고 힘을 합쳐서 한나라당 승리를 위해 노력하면 된다.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이 선출될 것이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 시장은 추진력, 손 지사는 개혁성이 훌륭한 분이다.”
―김대업사건, 기양건설사건, 설훈사건을 보며 무엇을 느꼈나.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엉터리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사기를 치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 만들려고 한다.”
―이런 사건들이 만들어졌던 당시의 정치·사회 구조가 바뀌었다고 보나.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방송법 개정도 추진하려 한다. 대선의 당락이 바뀔 수 있는 문제다.”
◆당내 문제
―대선에서 세 번은 울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런 자신에 근거는 있나.
“나라를 위해서도 세 번 패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은 엄청나게 변했다. 정책정당, 원내정당, 디지털정당도 자리를 잡고 있다. 자만하지 않고 노력하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내 한편에선 ‘한나라 필패론’ ‘한나라 해체론’도 나온다.
“자만해서도 안 되지만 포기해서도 안 된다. 생각이 다르다고 당을 해체하자면 판을 깨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해체해야 하고 우리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정당이라면 정말 불임정당 아닌가? 근거 없는 낙관론보다 더 위험한 것이 근거 없는 비관론이다. 이런 패배 의식부터 수술해야 한다.”
―노사모와 박사모의 차이점은?
“자발적으로 한 사람이 좋아서 팬 클럽을 만들었다는 것은 같은 점이나 이념 성향은 다르다. 내가 간여할 수 없지만, 박사모의 격려가 내게 큰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박사모와 한나라당 몇몇 의원들간의 충돌이 있다.
“대강 얘기를 듣고 있다. 박사모도 고칠 점이 있다면 고쳐야 되겠죠. 그런데 선거 때 당원들은 한표라도 더 얻으려고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는데, 인터넷 게임이나 하고 한나라당에 악영향 미칠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한나라당은 수권정당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는데 그런 것이야 말로 당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자신들은 비판하면서 다른 사람이 비판하는 것은 못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그것도 발전 가능성 없는 것이다.”
―박 대표가 한나라당을 맡은 지 1년이다. 부족했던 점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은 지금 과도기이다. 좀 혼란스럽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성장하면서 겪는 ‘성장통(成長痛)’이다.”
◆본고사·검찰수사
―대입 본고사를 보면 안 된다는 생각인가.
“옛날식 본고사에는 반대다. 고교 1학년 때 학력고사를 보고, 2·3학년 때 선택 과목 시험을 여러 차례 보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 교육을 망치는 것이 관치(官治), 지나친 이념 편향, 하향 평준화 세 가지다. 학교와 학생에게 자율을 줘야 한다.”
―검찰이 유전 의혹과 청계천 수사를 동시에 하고 있다.
“두 사건은 다르다. 유전 의혹은 단순 사기로 보기에는 국가의 주요 기관이 너무 많이 연루돼 있다. 청계천 수사는 증거를 제시해야 국민이 납득한다. 어떤 사람의 일방적 진술만으로 야당 시장을 표적 수사하면 안 된다. 지난번 인천시장 수사가 결국 어떻게 됐나. 야당 시장 흠집만 내고 끝나지 않았나. 청계천 수사도 유전 의혹 물타기가 되면 안 된다.”
(정리=홍석준기자 ud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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