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7년 1월 27일 푸시킨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 있는 카페에 들른다. 2층 창가에 앉아 크랜베리 주스 한 잔을 시킨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빠진다. 그의 머릿속은 오후 5시에 있을 결투로 가득하다. 과연 총탄에 쓰러질 자는 누구일까? 나일까? 아니면 당테스일까?
나탈리야의 초상 by 이반 마카로프, 1849
푸시킨이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이게 된 이유는 아내 나탈리야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1828년 모스크바의 무도회에서 처음 만났어요. 당시 16살이던 나탈리야는 그야말로 절세미녀였습니다. 러시아 사교계의 호남아로 이미 100여명의 여인과 염문을 뿌린 푸시킨조차 한 눈에 반하고 말았어요. 결국 푸시킨은 끈질긴 구애 끝에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1831년 나탈리야와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이제 한숨 놔도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거예요. 나탈리야가 밤마다 무도회를 들락거리더니 단숨에 사교계의 여왕이 된 겁니다. 심지어 황제 니콜라이 1세마저 추파를 던질 정도니 말 다했지요. 아내가 뿌려대는 염문이 매일 같이 귀에 들어오니 작품 활동인들 제대로 됐겠어요? 그러던 1836년 결국 일이 터지고 맙니다. 푸시킨 앞으로 아내가 프랑스인 당테스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익명의 투서가 날아온 거지요. 모욕감을 참을 수 없던 푸시킨은 당테스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그리고 결투 장소로 향하기에 앞서 평소 즐겨 찾던 이 카페를 찾았지요.
카페 리테라투르노예(Kafe Literaturnoe)는 번역하면 ‘문학 카페’라는 뜻입니다. 19세기 초반 문학계를 주름잡던 문인들이 자주 들리던 곳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군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1층 창가에 머리가 꼽슬꼽슬한 남자가 앉아 있어요. 바로 푸시킨의 밀랍인형입니다. 탁자에는 결투를 떠나기 전에 마셨던 주스 한잔이 놓여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