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는 글
아주 오래간만에(약 1년하고도 몇 개월 만에) 빅 이벤트의 저지로 일했습니다.
모 IT회사의 인턴이었다가, 종료 후 우울증에 맛이 갔다가, 간신히 회복하고 돌아오는 데 걸린 400여 일 동안
매직도 뒷전, 저징도 뒷전이었습니다.
지난 이틀 동안 저지로 살면서 예전의 그 매직 열정을 살짝이나마 다시 불붙일 수 있게 되어
개인적으로 나름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틈틈히 룰북도 들여다보고, 생각날 때마다 Top덱들도 확인해보게 될 듯 합니다.
기회될 때마다 부지런히 저지로 빅 이벤트에 참여할 예정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자주 인사드리겠습니다.
1. 토너먼트 외적(?) 이야기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저의 기억 속에 아련한 도봉구민회관과,
한자리에서 가장 많은 매직인들을 만났던 일산 킨텍스 리밋짱 때와
보라매공원, 미처 생각나지 않는 이런저런 공간들, 그리고 많은 수도권 샵들을 통틀어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그런 좋은 공간에서 이틀 동안 저징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쾌적함.
다른 후기에서도 보셨겠지만, 실제로 저도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너무 추워요 ㅠㅠ' 였습니다.
당시 건물 외부에는 폭염주의보급 직사광선이 내리쬐고 있었을 때였지요.
겨울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건물 전체가 완공된 지 채 6개월이 되지 않았기에 깨끗함 그 자체입니다. 화장실도 그만하면 굿굿.
이리저리 옮기기 쉬운 책상도 의자도 미리 준비되어 있고요. (저지와 오거나이저가 땀흘려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ㅎㅎ)
딱 하나 아쉬운 것이, 중앙 강당(?)에 100명 이상의 인원이 들어가기는 곤란하다는 겁니다.
그래도 같은 층의 다른 회의실들을 사용할 수 있기는 하다고 하네요.
모 샵의 아래층 순대국집에서 이벤트를 진행한 추억(?)이 살짝 떠오릅니다 ^^;
엠티지코리아가 주최하는 빅 이벤트는 당분간 이 곳을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하지, 랄까요.
두 번째는 접근성과 주차.
사실 서울 외곽이라면 서울 시내 매직인이 상당히 많이 계시는 한국 매직판에서는 분명 불리한 점이 맞습니다.
자차가 없으신 분들이 오시기에는 여러 모로 어려움이 있지요.
자차가 있다 하더라도 먼 거리의 주말 토너는 도로 어디에선가 꼭 길이 막힐 테고요. ㅠㅠ
그리고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내비게이션이나 지도앱 등에 잘 안 뜨는 경우도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지하철 평촌역에서 직선거리로 800m 내외라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차가 무료에 지하주차장이 꽤 널찍합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큰 상가가 있는데 식당도 많습니다. 아침/점심/저녁 끼니 해결에 큰 도움이 되더군요.
또 대관비에 대해 오거나이저분이 아주 호평하신 것을 들었을 때,
저렴한 대관비가 곧 참가비나 상품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겠지요.
여기가 최고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조금 더, 조금 더 좋은 곳을 찾아나서는 그런 '과정'의 한 부분으로 봤을 때는
어쨌든 합격점을 줄 만 하다, 는 게 저의 의견입니다.
2. 토너먼트 내적(?) 이야기
이틀 동안 가장 아쉬웠던 건 뭐니뭐니 해도 참가자 숫자였지요 ㅠㅠ
심판 입장에선 인원이 적으면 집에 일찍 가니까 좋지 않아요?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가끔씩 농담 삼아 저지들끼리 그렇게 불평하기도 하고요 ^^;
그러나 이왕 심판 보는 거,
사람들 많이 만나면서 이런저런 케이스도 더 다뤄보고, 그를 통해 다른 저지들과 조금이라도 더 의견을 나눠보는 게
다음 번 심판 업무에 보다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게다가, 언제나 이번 토너가 흥해야 다음 토너 개최가 보장되기도 하고요. 저지는 토너먼트가 있어야 저지를 할 수 있습니다 ^^;
이틀 내내 윤광섭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번은 첫 발을 뗀 것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분들과 토너장에서 만나뵐 수 있길 바랍니다.
그렇게 만나뵙는 플레이어분들을 위해 신속하고도 정확한 저징을 내리는 멋진(?) 저지가 되는 게 저의 작은 목표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귀찮더라도 디테일이 생명 + 언제나 방심은 금물, 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단적인 예가 이번 '기본랜드 실종 사건' 이었지요.
제가, 혹은 다른 누군가가 조금 더 이른 시간에 한 번만 확인해봤어도
이번처럼 이벤트가 지연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게 아닐까? 라거나, 누군가가 알아서 다 했겠지 라고 생각하지 말고,
무엇이든 확실하게 하겠다는 자세를 갖춘 저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사건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지는 플레이어들에게 페널티라는 낫을 휘두르며 지옥으로 끌고 가는 저승사자가 아닌,
신속하고도 정확한 토너먼트 진행을 위한 도우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본 철학을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글을 다루는 학문을 배워서 그런지, 성격이 원래 xx맞아서 그런지
오탈자에 다른 분들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입니다.
또 뭔가 틀리거나 잘못된 것을 그냥 좋게좋게 넘어가지도 못하는 편이고요.
(물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너무너무너무나 관대해서 정말 큰 문제입니다 OTL)
그래서 덱 체크라는 저지 업무를 수행할 때 다음 짤방과 매우 유사한 정신 상태로 임하곤 했습니다.
그런 고로 야탑이나 기타 과거의 이벤트를 진행할 때 저는 덱체크에 꽤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덱리스트/카드리스트에서의 오탈자에도 매우 거칠게 반응했고요.
완전박멸(?) 을 위해서는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니까, 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러나 이번 이틀간의 저징에서 헤드저지를 맡은 이우석 저지 가라사대(상세한 워딩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 덱 체크에 소모되는 시간이 너무 많지 않도록 하시길 바랍니다.
덱을 체크하는 목적은 완~벽한 검증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페널티를 부과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에요.
덱을 조작하는 등의 '장난'을 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오늘(첫째 날)과 같이 이벤트가 다소 늦어진 상황에서, 토너먼트 진행의 전체적인 초점은 신속한 진행에 맞춰져야 합니다.
저는 그동안 덱체크라는 일의 목적이나, 덱체크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토너먼트 진행의 주안점 같은 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을 통해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저지 업무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결국 무엇을 위한 일인가?' 라는 의문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실천은
매직이나 저징에서만이 아니라 저의 일상 생활에서도 적용할 만한 과제일 것이고요.
말이 길었습니다.
참가하신 분들께서 부디 즐거운 시간 되셨기를 바라고요,
오거나이저 및 주최측 분들, 저지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한 주일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ps.
dESTINY 님의 후기글을 보면서, 제 후기에서는 사이드 이벤트(?) 얘기 일체를 빼기로 결심했습니다.
짤방 한 장으로 대신합니다.
제 안의 그분은 아주 흔쾌히 허락하셨습니다. 결과는 ....
딱지 좀 사 주세요...
첫댓글 그대는 뽑기의 재미담당...!
수고했어요 정말!
낙천씨 수고많으셨어요~
랩터가 아른아른......
랩확찢 ㅡㅡ
랩터가 예능을 제대로 알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