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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 라면지옥
반칠환
시속 물정 모르는 스님 하나 김밥천국 들어오신다
원야김치 참누모 ? 이 뭣고 ? 조채치즈 치드듬 ? 이 뭣고 ? 김김김김 김김김 ? 이 뭣고 ? 밥밥밥밥 밥밥밥 ? 이 뭣고 ? 0 5 0 0 0 0 8 ? 이 뭣고 ? 0 0 0 0 0 0 0 ? 이 뭣고 ? 0 0 0 0 0 0 0 ? 이 뭣고 ?
어려운 천칠백 공안 다 풀어봤지만 저잣거리 분식집 이 난해한 칠언절구와 난수표, 다 뭣고?
세로쓰기를 가로로 읽으며 이 뭣고? 거듭하다 몰록 깨달아 법열에 겨워 소리친다
‘보살님? 떡라면에 원조김밥 추가!’
터진 옆구리 라면 가닥 같은 골목길 김밥천국 유리창에 나부낀다. ‘삶은 계란’도 있어요
시집 『전쟁광 보호구역』2012년 지혜사랑
반칠환 시인
196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남초등학교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2002년 서라벌문학상, 2004년 자랑스런 청남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과 《웃음의 힘》이 있고, 시선집으로 《누나야》가 있다. 장편동화 《하늘궁전의 비밀》 《지킴이는 뭘 지키지》, 시 해설집 《내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 《꽃술 지렛대》 《뉘도 모를 한때》, 인터뷰집 《책, 세상을 훔치다》 등이 있다.〈동아일보〉의 ‘이 아침에 만나는 시’를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연재했으며, 《행복이 가득한 집》에 대한민국의 명인과 명장들을 인터뷰한 글을 1999년부터 싣고 있다. 현재는 시와 산문을 쓰며, 생태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김밥천국, 라면지옥 / 반칠환 |작성자 마경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