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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동해안 탈핵 천주교연대는 2월 10일부터 매주 금요일 밀양 영남루 앞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로 결정했다. ⓒ정수근 |
“지난 번 밀양 분신대책위가 발족하던 날에 제주 강정마을에서 이곳으로 왔다. 그날 ‘제주 강정마을에서 문규현 신부가 오셨다’고 소개되었지만 사실 나는 전주사람이다. 그날은 강정사람으로 소개되었지만 이제 밀양사람이 될 것 같다.”
지난 2월 10일 밀양 영남루 앞에서 ‘밀양 분신사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미사’가 봉헌되었을 때, ‘밀양 분신대책위 상임고문인 문규현 신부가 강론에 앞서 발언한 내용이다. 4대강 사업과 제주 강정 해군기지 문제 등 굵직한 사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천주교회가 탈핵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문정현 신부가 ’강정사람‘이 된 것처럼, 문규현 신부가 ’밀양사람‘이 될 것이라는 말은 그래서 무게가 실린다.
이날 미사는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동해안 탈핵 천주교연대가 매주 금요일 밀양 영남루 앞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된 첫미사다. 이 미사는 지난 1월 16일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분신한 故 이치우 열사의 죽음을 기억하며,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고 핵발전소 문제를 성찰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미사가 봉헌된 밀양 영남루 길가에는 “적절한 보상보다 중요한 것은 핵발전소 없는 세상입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300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교구 정평위 위원장 김영호 신부, 왜관 분도수도원 고진석 신부, 안동교구 영해성당 손성문 신부, 그리고 울산, 진주, 지례 등지에서 참석한 사제 15명이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평위 위원장))의 주례로 공동집전했다.
미사 시작 전에 ‘밀양 아리랑’을 개사한 ‘송전탑 아리랑’을 배우고 나서 시작된 미사에서 문규현 신부는 강론을 통해 “고인의 의로움과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치우 열사를 ‘열사’라 칭했다”며 “그러나 아시다시피 그분은 그저 평생 땅의 사람, 순박한 농부였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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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규현 신부는 강론을 통해 이치우 열사의 죽음이 '이 세상의 악'을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고발했다.ⓒ정수근 |
문 신부는 “이치우 열사가 얼마나 힘드셨으면, 얼마나 괴롭고 절박했으면, 당신 몸에 스스로 불을 붙였겠는가?” 물으면서, “이치우 열사는 외롭고 절망적인 싸움의 끝, 마지막 호소를 위해 망루에 올랐다 참사를 당한 용산 철거민들처럼, 그리 가셨다”고 전했다.
한편 새만금이나 4대강,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부안 핵폐기장처럼 밀양주민들도 밀양 주민들도 ‘국책사업 때문에’ 130명이나 고소 고발 상태이고, 제주 강정마을 주민도 해군기지 반대하며 200명 넘는 마을 사람들이 범법자가 되었다고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모두 국책사업이라는 이름표를 앞장세운 것들입니다. 개발독재 시절, 군사정권 시절의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정치, 후진적이고 야만적인 통치행태가 아직도 거리낌 없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국책사업장은 탐욕의 아수라장, 거대한 돈 놀이터입니다. 선한 존재들, 생명들이 악에 밟히고, 무고한 사람들이 죄인으로 둔갑되고 있습니다. 부당함에 굴복하여, 고분고분 노예나 종처럼 살지 않는 이상, 아주 평범한 사람들조차 투사 되고, 열사 되는 이런 사태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문규현 신부는 “열사를 천주교식으로 표현하면 순교자”라며, 열사나 순교자가 되는 게 인생의 목표인 사람은 없지만, 이치우 열사와 밀양 촌로들의 행동이 “이 사회 악의 구조를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힘없는 지역주민과 자연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개발과 성장 따위가 “제 아무리 그럴싸한 국책사업이라 해도 그저 폭력에 불과하다”고 고발했다고 전했다.
이어 문규현 신부는 “송전탑 건설의 근원에는 원전, 핵발전소가 있다”며, 공교롭게도 동해안 탈핵 천주교연대가 출범한 날 밤에 이치우 열사가 사망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핵발전소의 어두운 진실과 미래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만천하에 알리시며,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굽힘없이 정진해야 한다는 아픈 가르침이라고 저는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미사 후 이치우 열사의 동생인 이상호 씨가 “추운데 많이 와주시고, 형님의 뜻을 받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으며, 김준한 신부(밀양 예림성당 주임신부,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동해안 탈핵 천주교 연대 공동대표)가 “송전탑 문제 해결 없이 강행된다면 나라도 또 나서서 분신하겠다”는 장례위원장 고부웅 씨의 결의를 대신 소개했다.
이어 김 신부는 대책 없이 찾아온 한국전력 사장의 조문은 거절했다면서, 김두관 경남 지사가 조문하면서 “이것은 단순 조문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공식 간담회를 갖자”고 제안한 데 대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감사하다. 밀양 시장이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고 전했다. 덧붙여 김 신부는 보고를 이어가며, 한국전력이 고소 고발을 모두 취하했는데, “어르신께서 분신한 뒤에야 보여주는 이런 행태가 괘씸하다”면서, 고소고발을 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사를 강행하는 한국전력을 비판했다. 한편 관상수도원인 밀양 가르멜 수녀원 대리인 최 아녜스 씨는 임시국회 상임위에서 5명의 국회의원으로 진상규명단이 구성되었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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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참석자들은 "송전탑 건설의 근원에는 원전, 핵발전소가 있다"는데 공감했다. ⓒ정수근 |
한편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와 함께 탈핵 1000인 선언 서명운동(http://busanjustice.pbcbs.co.kr)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3월 10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기를 맞아 열리는 탈핵부산시민대회 준비에 동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한 밀양 분신대책위원회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저녁 6시 30분, 밀양 영남루 앞에서 고압 송전탑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송전탑 아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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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 한 평생/ 나고 자라/ 농사만 짓고 사는데 논 한 가운데/ 마을길에/ 송전탑이 웬 말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이내 억울함/ 누가 아나/ 아무도 몰라
2.찬 밥 한덩이/ 배낭에 지고/ 산길을 오르네 무릎 시려도/ 허리 아파도/ 기어서 가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이내 억울함/ 누가 아나/ 아무도 몰라
3.용역 깡패들/ 폭력을 써도/ 경찰은 모른 척하고 보상은 커녕/ 돌아오는 건/ 고소 고발 뿐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이내 억울함/ 누가 아나/ 아무도 몰라
4.밀양에서/ 전국에서/ 힘을 모아 송전탑도/ 핵발전도/ 막아내자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름다운/ 금수강산/ 물려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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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