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찾아서
이병률
흐르는 개울가에 앉아 발을 담글까 하는데 발치에서 반짝이는 것이 있었다
자잘한 돌 틈 사이, 숟가락 하나였다
손잡이 쪽을 뒤집어보니 영어로 무슨무슨 골드라고 상표가 새겨져 있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태어나 처음 금을 발굴한 것이다
발을 담그려다 그만두고 돌과 돌 사이를 디디며 물 흐르는 반대로 거슬러오르며 걸었다
이제는 완전히 발치만 내려다보며 걷고 있다
그러는 중에 그만 바위의 이끼를 보지 못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통증 탓이기도 했으나 아무도 보지 않는 것 같아 그렇게 잠시 누워 있었다
금은 하나 밖에 주지 않는구나
애써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아도 올려다보게 되어 있는 자세로 그렇게 누워
놓치지 않아 다행이라며 손 꼭 쥔 금붙이를 만지작거렸다
--2025년 애지 겨울호에서
금이란 무엇인가? 금은 원소기호 AU로서 구리족에 속하는 황색의 금속이며, 산화작용을 받지 않는 금속으로서 광택이 찬란하고 예로부터 가장 훌륭한 귀금속으로 취급을 받아왔다고 할 수가 있다. 특히 전성과 연성이 좋아 수많은 공예품의 재료로 사랑을 받았고, 순금 100%는 24K, 순금 60%는 14K라고 부른다.
금은 보석 중의 보석이며, 모든 사원이나 신전들은 황금색 장식으로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밖에도 수많은 왕관과 목걸이와 반지와 황금의자와 황금도포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금은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공예품의 재료이지만, 그러나 금은 귀금속으로서의 사용가치보다는 만고불변의 축재의 수단이라고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세계적인 경제 위기 때마다 금은 달러와 유로화와 엔화와 파운드화 등을 제치고 축재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때마다 금값이 폭등을 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금은 만인들이 선망하는 보석이지만, 그러나 이 금이 사용가치가 아닌 교환가치, 즉, 축재의 수단이 된 순간, 이 지구촌의 모든 재앙들이 다 나타났다고 할 수가 있다.
속된 말로 ‘노다지’는 골드러시, 즉, 이병률 시인의 [금을 찾아서]의 다른 말이며, 그 궁극적인 목표는 ‘만지는 모든 것마다 황금이 되게 해달라’는 미다스 왕의 욕망과도 맞닿아 있다고 할 수가 있다. 금이 공예품이 아닌 축재의 수단이 된 순간, 이 금에 의하여 부자와 가난한 자, 또는 귀족과 천민의 신분제도가 나타나고, 이 금을 둘러싸고 수많은 자리다툼과 소유권 분쟁과 그토록 잔인하고 무자비한 전쟁이 발생했던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금수저/ 흙수저’ 따위의 말들과 함께, 수많은 특전과 특혜도 금에 의하여 발생하고, 소위 황금보기를 돌 같이 하라던 현자마저도 그 마음 속에서는 황금옥좌를 꿈꾸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병률 시인의 [황금을 찾아서]는 꿈인지, 현실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고, 시간과 장소와 연기의 무대가 다만 환상(몽상)의 세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따라서 그가 “흐르는 개울가에 앉아” “발치에서 반짝이는” 금수저를 발견했다는 것은 거의 100% 거짓말이라고 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어느 개울가에서 금수저를 발견했다는 것은 흥부의 박 속에서 온갖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왔다는 설화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가 금수저를 발견한 것은 기껏해야 도금을 한 짝퉁 금수저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무슨무슨 골드”라는 상표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흥분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살다보니 “처음 금을 발굴한 것”이고, 이런 횡재를 얻을 때도 있었던 것이다. 비몽사몽 간에, “발을 담그려다 그만두고 돌과 돌 사이를 디디며 물 흐르는 반대로 거슬러오르다”가 “그만 바위의 이끼를 보지 못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게 되었다. “통증 탓이기도 했으나” “그렇게 누워” “금은 하나 밖에 주지 않는구나”라고 중얼거리게 되었다. “애써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아도 올려다보게 되어 있는 자세로 그렇게 누워/놓치지 않아 다행이라며 손 꼭 쥔 금붙이를 만지작거렸”던 것이다.
어느날 우연히 금수저의 획득은 대단한 횡재이지만, “금은 하나 밖에 주지 않는구나”는 전혀 터무니 없는 과대망상의 환상일 수도 있다.
욕망이 욕망을 낳고, 우리 인간들의 욕망은 황금 앞에서도 만족할 줄을 모른다.
모든 행복도 금을 찾아가는 것이고, 모든 불행도 금을 찾아가는 것이다.
금은 황금이고 재화 중의 재화일 수도 있지만, 그러나 금은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재앙덩어리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금은 쌀도 아니고, 빵도 아니며, 다만 사치와 허영과 축재의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대 제국인 미국과 중국과 인도와 러시아가 동서남북으로 분단되어 있고, 인종과 종교와 민족의 분열을 겪고 있단 말인가? 이 세계적인 대 제국들은 오히려, 거꾸로 민심과 국력을 결집시켜 좀 더 거대한 제국을 만들지 못해서 환장을 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남북통일처럼 쉽고 간단한 문제도 없다. 전 인류를 감동시키고 모든 국가들이 대한민국을 존경하고 찬양하도록 만들면 되는 것이다.
모든 싸움은 영토싸움이며, 민심과 국력을 결집시키지 못하면 영원히 탈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