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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체할 강국으로 부상하는 인도
최근 유엔(U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드디어 인도 인구(14억 2,800만 명)가 중국(14억 2,600만 명)을 추월할 전망이다. 이후 격차는 더욱 벌어져 2050년에는 중국이 13억 명, 인도가 16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인구 구성원의 연령 비율인데, 현재도 인도 연령의 중위값은 28세로 인구의 절반이 30세 미만의 청년층이다. 이 비율은 2050년에도 유지될 전망이다. 인도의 청년층이 글로벌 생산의 주역이자 소비의 주인공으로 기대를 받는 것이 납득되는 지점이다.
또한 인도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100주년인 2047년 ‘강한 인도’의 꿈에 다가서고 있으며, 강대국과 어깨를 견줄 만한 외교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는 핵보유국으로 2022년 기준 세계 3위의 국방예산, 4위의 방위력, 5위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IT 엔지니어링 및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등 미래 핵심산업에서 세계의 선두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인도가 가까운 미래에 인도태평양, 나아가 글로벌 디지털 강국이 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한편, 인도는 향후 국제정치 향방의 중대 변수가 되고 있기도 하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행정부는 인도와의 파트너십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대외관계로 간주하고 있다1). 인도는 쿼드(QUAD), 주요 20개국(G20), 민주주의 10개국(D10),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서방(the West)이 주도하는 주요 협의체의 핵심 멤버이다.
인도의 인도태평양 전략
인도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나름의 관점과 전략을 발전시켜왔다. 이는 미·중의 패권경쟁이 심화되자 인도가 양 강대국 사이에 끼인 중간국으로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히려 지정학적 가치를 이용함으로써 전략적 자율성을 구가하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냉전 시대 인도는 비동맹외교를 주창하였으나, 냉전 종식 이후 인도의 외교정책에서 결정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제공하는 기초 원칙으로 변화시켜 사용하고 있다. 즉, ‘신동방정책(Act East Policy, 2014년)’, ‘지역 모두를 위한 안보와 성장(Security and Growth for All in the Region, 2015년)’,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인도태평양(Free, Open, Inclusive Indo-Pacific, 2018년)’, ‘인도태평양 이니셔티브(Indo-Pacific Oceans' Initiative, 2019년)’ 순으로 인도의 입장을 점차 발전시키고 있다.
1) 지역 강국으로서의 위상 확보
무엇보다도 인도의 인도태평양전략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1극 부상’ 방지를 위한 외부균형을 추구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인도 입장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의 미래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대국 충돌이 극명해진 상황에서 인도가 미국 주도의 연대에 참여한 것은 중국 주도의 단극 아시아가 아닌 다극 아시아 건설을 위해서는 아시아의 세력 균형자로서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미국을 위시한 특정 국가가 주도하는 단극체제를 방지하는 것도 전략적 고려 요인이다. 인도의 외교정책은 ‘모든 나라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는’ 전략적 자율성 노선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도가 독립적인 강대국으로서 다극체제 국제질서 전환을 앞당기고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어 국제적인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2).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비(非)서구 국가들과의 연대도 지속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도가 보이는 일련의 행보는 이러한 전략적 자율성 기조 하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략적 자율성의 기조하에 인도는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 다양한 통로를 통해 협력을 지속하고, 오히려 확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도는 2022년 5월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한달이 지난 6월 브릭스(BRICS) 화상 정상회담에도 참여하여 중국과 우주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인도 위성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브릭스 회원국인 중국, 러시아, 브라질, 남아공과 공유하기로 했다. 인도는 2022년 7월 14일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미국과 함께 4개국 협의체인 I2U2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인도는 최근 구소련 국가를 포함하여 중동부 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까지 중국을 대체하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경제 파트너로서 자리매김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도는 2023년 9월 수도 뉴델리에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도 개최 예정이다.
2) 경제 안보 측면
이같은 외교적 노력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상술하였듯이 인도가 지역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다. 인도는 남아시아, 인도양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리더십 발휘를 희망한다. 이를 통해 당면한 국내 경제문제 해결의 목적도 있다. 디커플링이 진행되면서 중국을 대체하는 제조업 생산기지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인도 경제는 다른 어떤 국가나 지역보다도 큰 폭의 변화를 겪어왔다. 그리고 인도는 코로나19를 오히려 인도 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인도를 포함하여 서방이 본격적으로 중국과 디커플링을 시도하자, 인도는 이를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다. 인도는 2020년 생산연계 인센티브(PLI, Production Linked Incentive)를 도입하여 반도체, 전기전자 등 투자 기업을 중심으로 100억 달러(한화 약 13조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로 경제안보 측면에서 공급망 안정 및 시장 확보를 위해 인도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3). 인도는 중국의 국내시장 잠식과 특히 농업 분야 피해를 고려하여 2019년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최종 협상에서 탈퇴하였고,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이나 여타 메가 FTA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자유무역협정을 외면했지만, 2022년 호주, UAE와 FTA를 체결한데 이어 OECD 경제 강국(영국, 캐나다, EU 등) 및 중견국과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 및 EU와 기존의 FTA에서 논의되는 이상의 내용을 포함하여 신시대 현대적인 FTA(new-age and modern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는 “강력한 경제적 내용이 없는 전략적 파트너십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점증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의미가 없다”고 FTA에 대하여 오히려 공세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농산물 분야를 포함시키고 디지털경제, 클린에너지 등 표준 설정에도 참여하는 등 FTA에 적극적인 입장으로 전환한 것이다.
양자뿐만 아니라 소다자 경제협력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인도는 일본, 프랑스, 동남아 국가들과 디지털 기술과 사이버 안보 협력을 추진하고, SCRI,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서밋, 뉴 쿼드(New Quad)로 불리는 인도-이스라엘-UAE-간의 경제협력 포럼 등 다양한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IPEF에도 다른 13개국과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제적 관여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과 지역의 개발 의제에서 역할을 기대하는 차원으로 해석되며, 실제 IPEF 참여 범위 및 수위는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는 중국 없는 IPEF에서 협의체 내부에서는 ‘최대 시장’으로서의 이점을 어필하고, 외부에 대해서는 ‘대안 시장’으로서의 매력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관세율이 높은 인도에게 시장접근을 위한 협상이 없다는 점은 오히려 손쉽게 참여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농업과 농식물 위생 검역(SPS) 등 수용하기 어려운 규범은 난제이다. 디지털 데이터 이동에 대하여 미국과 입장이 다른 점도 향후 협상에서 불거질 수 있다.
3)기술 안보 측면
기술안보 측면에서 인도의 행보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사이버 안보이다. 중국의 사이버 공격은 인도 백신 기업의 IT 시스템, 고객 정보 유출 등과 같은 상업적인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넘어 2020년 라다크(Ladakh) 국경 분쟁 중 전력망 해킹, 뭄바이 블랙아웃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강압적인 전술까지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사이버 공격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 에어인디아(Air India)의 450만 명 승객 정보 해킹 사건, 온라인 슈퍼마켓 빅바스켓(BigBasket)의 4,000만 명 고객 정보 유출 사건 등 피해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최근 인도 정부는 국가 보안과 이익 등의 이유로 사이버 공간에서 중국의 활동에 대한 규제 또는 금지를 강화하고, 관련 국제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인도는 미국과 우주, 사이버, 인공지능 등 전략적 신흥기술 분야에서 안보 협력을 위해 연내 새 국방대화를 발족할 예정이다.
그리고 인도는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구현을 위해서도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는 2025년 1조 달러 디지털 경제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도는 세계 3대 디지털 소비자 수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터넷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12억 명의 주민등록을 관리하는 아드하르(Aadhaar) 시스템을 운영하여 사회 전반에 대한 디지털 전환의 토대를 만들고 있다. 인도의 통신시장 규모는 11억 9,000만 명(세계 2위)이며, 신형 스마트폰 교체 비율 급증과 2022년 도입되기 시작한 5G는 사물인터넷(IoT), AI, 클라우드(Cloud) 컴퓨팅의 기술분야 발전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5G 통신서비스를 육군 최전선 부대 통신망, 항만 및 공항 등 핵심 안보시설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디지털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인도 정부는 중국을 배제하기 위하여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22년 인도 정부와 통신사는 보안 문제로 화웨이(Huawei), ZTE 등 중국 통신 장비 제조업체의 5G 참여를 금지하였다. 중국은 현재 인도 4G 장비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으므로 이를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경비 정도는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바티 에어텔(Bharti Airtel)은 화웨이 대신 에릭슨(Erricson), 노키아(Nokia), 삼성과 계약을 체결하였고(2022년 8월),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는 삼성과는 별도로 에릭슨, 노키아와도 협상 중이다.
한편 인도는 중국 플러스원 전략으로 반도체 제조 허브화를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는 인도가 중국 대체 시장이 되기 위해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는 분야 중 하나이다. 라지브 찬드라세카르(Rajeev Chandrasekhar)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장관에 따르면 인도는 2026년까지 반도체 제품과 칩의 대량 생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반도체, 칩셋 및 기타 전자제품의 내수시장 자급률을 높이고,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이미 2021년 12월 인도 중앙정부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생태계 육성을 위해 7,600억 루피(한화 약 2조 원) 지원 방안을 승인하였다.
미·중 경쟁의 가열도 인도 반도체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데, 지난 10월 인도를 찾은 아프린 아크터(Afreen Akhter) 미국 남아시아 및 중앙 아시아 국무부 차관보는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인도의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역내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의 파트너십을 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IBM, DHL과 같은 미국의 대형 반도체 투자자들을 비롯하여 애플(Apple)의 납품업체인 폭스콘(Foxconn), 아랍에미리트(UAE)에 본사를 둔 넥스트 오빗 벤처스(Next Orbit Ventures) 등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기업들도 인도에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결론
인도는 빠르면 2023년 1월 EU와 무역 및 기술 위원회(TTC, Trade and Technology Council)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인도로서는 첫 TTC이며, EU 입장에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 TTC를 운영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2022년 4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와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수교 60주년 기념 정상회담에서 TTC 설치에 합의하면서 무역과 신뢰할 수 있는 기술 및 안보에서 긴밀한 파트너십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 외 유럽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라고 명명한 인프라 프로젝트 내에서 쿼드 회원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EU-인도 플래그십 프로젝트인 연결성 파트너십(Connectivity Partnership)을 발족하는 등 인도와의 협력에 특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아세안(ASEAN) 정상 순방 기간 중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는 아세안과의 연대 구상이 제시되었다. 이제는 한국도 경제-기술-안보 연계의 시대 인도와의 연대를 위한 특별한 구상을 제시할 때가 되었다.
<표 1> 인도의 경제 성장률 추이 및 전망 단위%
자료: ADB. Asian Development Outlook (ADO) 2022 Update (검색일: 2022.11.18.)
주: 인도는 회계연도(해당연도 4월부터 익년 3월까지) 기준으로 작성되어 2023년의 경우 타 기관 전망치보다 다소 높게 추정
* 각주
1) “India ties most important for Joe Biden,” White House, 2022.
2) “Modi’s Multipolar Moment Has Arrived,” Foreign Policy, 6 June 2022.
3) 인도의 경우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1%로 통상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성장 동력 확충 차원에서 아세안과 마찬가지로 자국에 호의적인 무역질서 구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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