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림자 찍기를 좋아 하는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은 잘 변하지 않지만 그림자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재미 있지요.
이 짜리몽땅한 사진이 점심을 먹어야 한다고 말해 줍니다.
점심을 무얼 먹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오늘이 말복이라고 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데 마침
근처인 정선군 임계면에서 식당을 운영 하신다는 학우님이 생각나 연락을 드렸더니
마침 집에 계셧습니다.
이 학우님은 농협 조합장 출신으로 전국에 지인이 저 만큼이나 많습니다.
수업시간에 굉장히 적극적이라 열의가 대단 하시지요.
아내분이 주로 식당을 하시고 농사는 본인이 지으신다구요.
반가이 맞아 주셨습니다.
기왕이면 아는 식당에 간다고 갔는데 그만 신세를 지고 말았네요.
학우님께서 점심대접을 해 주셨습니다.
임계면에서 꽤 알아 주는 식당이라고 합니다.
식당도 찾기가 아주 쉬워요.
임계면사무소 뒷쪽에 바로 있습니다.
여러가지 산채며 장아찌류 그리고 조기도 나왔네요.
음식이 모두 맛있어서 거의 다 빈그릇을 만들었습니다.
특별히 만든 닭육계장도 주셨는데 남편이 아주 잘 먹었습니다.
이 식당은 코레일에서 1박2일 테마여행을 할적에 아침을 먹는 코스에 들어 있다고 하네요.
식후에 주는 직접 담으신 식혜가 아주 맛있었습니다.
이 댁에는 특이하게 아스파라거스 농사를 해서 고소득을 올리는데요.
양식당에서 먹는 것과는 좀 다르게 그 맛과 향이 뛰어났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아스파라긴산이라는 간을 해독하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하는데
노지재배를 해서 그런지 단맛도 많아서 생으로 먹어도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농장구경도 시켜 달라고 졸라서 함께 농장구경을 갔습니다.
노지재배 입니다.
약 1200평의 아스파라거스를 키우시는데 3개절 딸 수 있고 평당 2만원의 고소득작물이라고 합니다.
이 아스파라거스는 산에 나는 빗자루라는 식물과 너무나 흡사합니다.
전초가 다 비슷하더군요.
몇년전에 캐나다에 계시는 러브님이 이 아스파라거스를 어렵게 보내 주셧는데
사실은 그것에 대해 잘 몰라서 섶만 키우고 따 먹는 방법도 몰랐었습니다.
이렇게 새로 올라오는 새순을 고사리마냥 꺽어서 먹는 것입니다.
요렇게 매일 새로 올라 오는 것을 따서 상품으로 내 보낸데요.
길이가 22센티 정도 되면 좋은 상품이라고 합니다.
생으로 먹으면 아작하고 달콤하고 아주 약하게 콩냄새도 납니다.
이번에는 단호박 농장에도 갔습니다.
만날 자신은 규모가 적어서 명함도 못 내 민다고 하시더니 적지 않은 농사를 하시면서
그렇게나 부지런하고 열정적이셨더군요.
매주 화요일에 학교에 가는데 월요일은 다음날 학교에 갈 생각에
벌써 설레이며 일도 부지런히 많이 한다고 합니다.
단호박도 이렇게 아치로 만들어서 덩굴을 올리니 따기도 좋고
열매도 잘 열리더군요.
벌써 따서 숙성중이었는데요.
우리들을 위해서 한 바구니 자루에 담아 주셨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점심도 얻어 먹고 아스파라거스도 얻어 먹고 단호박도 얻어서
차에 싣고 이번에는 그 분이 추천하신 안반데기라는 고냉지채소단지를 구경 가기로 했습니다.
임계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더군요.
말로만 듣던 안반데기 가는길
그곳 감자종자연구소에 소장님으로 계셧던 카페에 옥시기님이 늘 와서 안반데기 구경을 해 보라고 하셨었는데
이제야 가 보게 됩니다.
옥시기님이 계실 적에 갔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가는 길에 마음이 설렙니다.
차가 점점 고지대로 올라가는 느낌이 납니다.
감자종자연구소가 있어서인지 다양한 감자 채종포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
이곳에는 이제 감자가 여물기 시작하나 봅니다.
아직 싹이 푸르르더군요.
내년에는 꼭 시간을 내어 감자꽃이 만발할 시기에 이곳에 와서
사진을 찍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을 오릅니다.
드디어 구름위의 땅 안반데기에 왔습니다.
설명 안내판에도 있지만 이곳의 높이는 해발 1100m 이고 사람이 거주 하는 곳으로는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합니다.
제가 잘 가는 육백마지기는 이 보다 좀 더 높지만 겨울에는 거주하지는 않으니
이곳은 더 특이한 것이지요.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문을 닫았더군요.
아니면 저희가 너무 늦게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반데기의 규모는 정말 상상이상이었습니다.
육백마지기의 세배정도 ~
육백마지기와 다른점이 있다면 빈땅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 너른땅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건너편 산으로 풍력발전기가 두대 서 있고 뺑뺑 돌아가며 70%는 배추 그리고 나머지는 감자였습니다.
이곳을 다 걸어서 구경 하려면 두어시간은 돌아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온통 보이는 것이 배추, 배추, 또 배추 입니다.
아마도 추석무렵에 출하가 될 모양입니다.
배추가 자라는 속도로 보아서 말이에요.
계속해서 배추, 배추, 그리고 멀리 산, 산, 산~
그 넓음에 가슴이 확 트입니다.
여기가 우리나라가 맞는 것일까요.
흡사 외국에 와 있는 느낌입니다.
여기도 역시나 말이 필요 없겠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카메라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쉬움은 또 다른 계획을 하게 하지요.
그렇게 우리는 배추에 넋을 잃었습니다.
심어 놓은 배추가 꽃송이들 같습니다.
이번에는 자리를 옮겨 안반데기 중간에 위치한 멍에 전망대를 올라 보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이곳 안반데기의 사면이 다 보이고 멀리 동해바다와 각 산들이 발 아래로 보입니다.
사면을 다 사진 찍어 보았습니다.
특별한 곳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지인들에게 이곳 구경을 가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겨울에 또 그렇게 멋지다고 하네요.
모두 다 말이 필요치 않습니다.
해지는 이 언덕의 모습을 찍어 오면서 이 장면을 어디서 많이 보았는데 했더니
바로 컴퓨터 메인화면 모습과 많이 닮았습니다.
하늘에 뭉게구름만 두둥실 떠다닌다면 딱 그건데요.
그렇게 정신없이 사진을 담다 보니 어느 순간 제 그림자는
키다리아줌마가 되어 있군요.
아까 낮에는 짜리몽땅이더니만
그곳에서 반대편으로 재를 넘었더니 평창군 횡계가 나왔습니다.
저녁을 먹을까하고 역시나 행복한사람님이 찾아낸 맛집을 갔더니
사람들이 미어 터지고 벌써 손님 그만 받겠답니다.
낮에 잘 먹어서 서로 각자 간단하게 먹기로 하고 우리는 헤어 졌습니다.
남편이 운전을 하여 어디메쯤 왔나 하고 자다가 눈을 떠 보니
새말을 지나 안흥 그리고 경미씨집이 나왔습니다.
이번여행에도 전번 휴가에도 손님 치르느라
집에만 있은 경미씨네 들려 보려고 길을 이리로 잡았다네요.
남편은 확실히 저 보다 생각이 깊습니다.
주위에 사람들을 늘 잘 챙기거든요.
무엇을 해서 맛이 아니라 서로를 생각해서 얻은 호박한덩이
건내 주려고 그 먼길을 돌아 가다니......
새삼 따뜻한 남편을 만난 것을 감사했습니다.
경미씨네 들렸다가 황둔을 지나 오미재를 넘어 오다가 갑자기 남편이 차를 세우고 뛰어 내려 갑니다.
따라가 보았더니 고슴도치 한마리가 길 가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차길 옆에 옹벽을 쳐 놓아서 산으로 갈 수가 없으니 길에서 왔다갔다.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 했습니다.
얼마나 겁을 먹었으면 사진을 찍는 작은 셧터 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랍니다.
눈알을 데굴거리며 겁 먹은 고슴도치를 보니 어릴적 생각이 납니다.
우리마을에는 고슴도치가 많았습니다.
위험하면 몸을 또르르 말아서 밤송이마냥 하고 앉아 있거나 굴러 갔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이 고슴도치를 잡아 약방에 파셨는데 살아 있는 채로 팔아야 합니다.
그래서 다리에 줄을 매 놓으면 저렇게 까만 눈알을 굴리며 쳐다 보는게 얼마나
애처로왔는지 .......
다음날 아침에 보면 그 줄은 풀어져 있고 고슴도치는 산으로 도망을 갔지요.
엄마가 할아버지 몰래 풀어 주신 겁니다.
남편이 풀숲을 뒤져 젓가락마냥 작대기 두개를 만들어 풀숲으로 가져다가 놓아 주었습니다.
뒤 한번 돌아 보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가 버리네요.
옛날에 엄마가 풀어 줄 때 그 고슴도치도 그랬겠지요.
돌아 돌아 깜깜할 적에 집으로 오면서 남편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1박2일 하고 온것이 맞는거야 ?
한 일주일은 있다가 온 것 같아 >
저도 그런 생각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달빛인지 별빛인지 불빛인지 동강변을 달려 오는데 가슴 가득 좋은 것으로 채우고 오는 내
가슴 속으로 그 빛도 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가슴 가득 행복이 밀려 듭니다.
첫댓글 와 고랭지 배추가 장관입니다.
배추분만이 아니고 카메라 솜시가 놀랍습니다.
우리는 앉아서 님으로 하여금 자연을 만끽하네요 감사
놀랍네요 우리나라에 이런곳이 있다는게
님도보고 뽕도따고 이석이조가아니라
오조육석 휴가알차게 보내셨군요 가보고싶어요
생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