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모습대로 우리를 지으셨으니
오늘은 연중 27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은 마르코 복음입니다. 그런데 요한 복음사가가 증언했듯이 ‘기쁜 소식 (복음)’은 예수님의 생애와 아브라함한테서 이어진 족보를 넘어 말씀이 세상을 만든 태초의 순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사랑’입니다. 그 사랑의 시원은 ‘한 처음’부터 들려오는 하느님의 창조입니다. 하느님의 기운으로 지어진 세상이 곧 하느님이 인간에게 베푸신 가장 큰 사랑입니다.
창세기는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1, 1)로 시작됩니다. 창세기 1장 2절은 창조 직전의 상황을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라고 전합니다. 여기서 물이라고 옮긴 부분을 ‘혼돈’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습니다. 영역본 성경은 물에 해당하는 부분을 ‘chaos’또는 ‘chaotic mass’로 옮기기도 합니다.
물 또는 혼돈이란 아무것도 제자리에 있지 않은 무질서한 모습을 뜻하는 것으로 그 위로 하느님의 영이 휘돌고 있습니다. 성경 각주에서 ‘하느님의 영’을 또는 ‘입김. 얼. (강한) 바람’등으로 옮길 수 있다고 합니다.
기도 안에서 이 부분에 오래 머무르십시오. ‘혼돈 위에 하느님의 영이 감돌고 있었다’라는 구절을 상상 안에서 바라보십시오. 어떤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그 이미지 앞에 오래 머무르십시오. 하느님의 얼, 하느님의 혼, 하느님의 영 또는 강한 바람이 혼돈 위에서 휘돌다가 그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을 떠올려 보십시오.
말미암이 제 꼴을 갖추는 광경을 그려봅니다. 바로 여기에서 창조가 시작됩니다. 이제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라고 하시자 하느님의 기운, 하느님의 얼, 하느님의 영이 스며들어 어둠은 빛으로 밝아옵니다. 그 빛이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습니다. 창공, 물, 풀과 과일나무, 해와 달, 별, 물고기 등을 하나씩 지으시고 좋아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바라보십시오.
창조 이야기의 절정은 사람을 지으시는 대목이지요. 바로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라는 구절입니다. 이 대목은 특히 ‘우리는 누구인가?’하는 물음에 대한 근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떠올려 봅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모습대로 사람을 창조하십니다. ‘당신의 모습대로’또는 ‘당신의 모상을 따라’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눈이나 오뚝한 코와 같은 외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본질인 사랑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사랑으로 지으셨으며 우리가 서로 당신의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지성과 자유와 의지와 감성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당신의 본질을 주심으로써 우리의 사랑을 성장시키십니다.
창조는 한 처음에 단 한 번 하느님의 말씀으로 이루어진 일회적 사건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 모상인 사랑으로 새롭게 창조하십니다. 하느님의 창조사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삶이 혼돈스럽고 무질서한 상태에 있을 때 그 무질서 위에 하느님의 영, 하느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음을 떠올려 보도록 합니다.
만일 지금 우리 자신의 삶이 혼돈스럽다면, 하느님의 기운이 나의 삶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끼십시오. 그러면 혼돈을 사라지고 내 삶에서 새로운 창조가 시작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안에 자리하고 있던 어둠이 걷히면서 빛이 밝아오는 것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느님은 지금 이곳에 현존하시면서 우리의 삶을 늘 새롭게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머리 위헤 손을 얹어 축복해 주십니다.
“너는 사랑이니 내 사랑을 전하고 그 사랑 속에서 살도록 해라.”
묵상하면서 고요히 하느님께 사랑의 기도를 드려봅니다.
“주님, 당신은 저의 사랑입니다. 저를 사랑으로 지으신 당신을 제가 사랑의 삶을 살기를 바라십니다. 그러나 때로 저는 어둠 속을 헤맵니다. 그때 당신이 저를 새롭게 하심을 기억하게 해주십시오. 어둠이 깊을수록 당신의 기운이 더 큰 사랑으로 현존하심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저의 삶이 당신 사랑 안에서 늘 다시 태어나게 해주십시오. 온 세상을 사랑으로 부르시는 주님! 저도 당신처럼 사랑을 전하는 이가 되고 싶습니다. 당신이 창조하신 그 모든 것, 인간과 자연, 심지어는 물 한 방울, 구름 한 자락, 한 줄기 빛에서도 당신의 사랑을 느끼고 싶습니다.
저를 사랑으로 부르시는 당신의 메아리가 되어 고백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의 사랑은 바로 ‘당신’이십니다.”
첫댓글 하느님께서는 당신 모습대로 사람을 창조하십니다
그것은 사랑에 기원을 두신 것입니다.
그토록 인간을 사랑하셨기에 ~~
하느님 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을~~
그 사랑 속에 살게 하신 겁니다.
그러니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을 사랑 합니다~~영원히~~
사랑으로 지으셨으니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아멘~
신부님~
좋은 강론으로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사랑으로 지으신 당신은 제가 사랑의 삶을 살기를 바라십니다.그러나 때론 어둠속을 헤맵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당신의 기운이 더ㅈ큰 사랑으로 현존하심을 기억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