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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유] 01
씬/1 아테네 올림픽 자료화면 인서트
자막 – 2004년 8월. 아테네 올림픽
한국 국가대표 경기 생중계 자료화면.
준결승 한참 펼쳐지다가 화면, 스튜디오로 급히 넘어간다.
씬/2 방송 스튜디오 (과거, 밤)
올림픽 중계 스튜디오. 아테네 올림픽 엠블럼과 마스코트를 배경으로 남자 MC가 진행 중이다.
MC : 네, 잠시 종목을 바꿔보겠습니다. 지금 사격 경기장에서는 50미터 권총 남자 결선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대한민국의 강철 선수가 예상 밖 선전 중이라고 합니다.
강철 선수는 이제 겨우 고등학교 2학년생인데요, 깜짝 금메달을 기대해보며 사격 경기장으로 가보겠습니다.
화면, 중계화면으로 넘어간다.
씬/3 사격 경기장 + 방송 화면 (과거, 낮)
사격 50m 권총 남자 결선이 펼쳐지고 있는 올림픽 사격경기장.
격앙된 분위기, 관중들 가득하고 카메라들 곳곳에서 전 세계 생중계 중이다.
결선에 올라온 8명의 선수들이 일렬로 나란히 서서
각자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고글을 쓰고 권총을 들고 호흡 가다듬는 가운데
다섯 번째로 서 있는 소년 강철도 있고.
화면 중앙에 <1>이라는 숫자가 커다랗게 떠올라 오버랩 되었다 사라진다.
캐스터 : (E) 네 여기는 마르코 폴로 올림픽 사격 경기장입니다. 남자 권총 50미터 경기, 이미 결선 시작됐구요,
대한민국의 강철 선수가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강철 선수는 예선 5위로 올라왔지만
결선 총 열 발 중 일곱 발까지 쏜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30,40대의 연륜이 느껴지는 덩치 큰 서양 선수들 사이로
앳되고 호리호리한, 청순해 보이기까지 하는 소년 강철이 고글을 쓰고 총을 장전하는 모습 보이고.
캐스터 : (E) 박위원님, 사실 강철 선수는 애초에 예상했던 메달 후보는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강철 선수 옆에 세계선수권 1,2,3위가 나란히 있는데 말이지요.
해설 : (E) 그렇죠. 강철 선수가요 이번에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이 됐구요 국제무대 경험도 처음입니다.
캐스터 : (E) 경험도 없는 만 열 일곱살 학생이 지금 세계 랭킹 1,2,3위를 상대로 선전 중입니다. 얼굴도 아주 귀엽게 생겼죠?
해설 : (E) 네 그 요즘 하는 말로 뭐라 그러나요, 꽃미남? 네 아주 꽃미남이에요. (둘, 웃고)
캐스터 : (E) 지난 92년 바르셀로나의 여갑순 선수에 이어 다시 한 번 고교 금메달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런지요,
강철 선수, 고지가 눈앞에 보이고 있습니다.
격발 신호가 울리고.
캐스터 : (E) 이제 여덟 번째 격발하겠습니다.
여덟 명의 선수, 각자의 타이밍으로 총을 쏜다.
화면, 강철과 현재 2위 선수를 이분할로 보여주고 둘, 나란히 총을 쏘는.
흔들림 없는 눈빛의 강철이 총을 쏘고 나면 화면 아래의 과녁 그림 중심부에 검은 점이 뜨고, 관중들 박수친다.
캐스터 : (E) 아 강철 선수 점수가... (하다 화면에 점수 뜨자 흥분) 10.2! 10.2를 기록하는 강철!
세계랭킹 1위 요시모프 선수는 9.5입니다. 이로서 격차는 더욱 더 벌어집니다!!
2위 선수, 마음대로 안 되자 작게 한 숨 쉬며 고개를 젓는데
강철의 얼굴에는 그제야 비로소 소년다운 미소가 싱긋 돈다.
캐스터 : (E) 이제 2.1 포인트 차입니다! 두발 남은 상황에서 역전하기 쉽지 않은 점수 아닙니까!
아~ 강철 선수도 승리를 확신한 듯 미소 짓고 있는데요!
해설 : (E) 네 그렇지만 미리 자축하면 안돼요! 강철 선수 끝까지 침착해야 합니다!
한국 코치진 중, 강철에게 뭐라 소리치는 강철부(40대 중반)이 화면에 잡힌다.
캐스터 : (E) 네. 코치진도 지금 침착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해설 : (E) 지금 보시는 강윤 코치, 저 분이 바로 강철 선수의 부친입니다.
캐스터 : (E) 아 그렇습니까?
해설 : (E) 네 네. 집중력을 키워준다고 취미삼아 가르친 게 단 3년 만에 여기까지 왔다고 하죠.
캐스터 : (E) 아~ 역시 피를 이어받은 타고난 총잡이었군요 강철 선수~
(하다 모두 조준하자 소리 낮추며) 자 이제 아홉 번째 격발입니다.
격발 신호가 울리고, 여덟 명의 선수, 총을 쏜다.
잠시 침묵 후 강철과 2위 선수의 과녁에 검은 점이 표시된다.
강철 과녁의 점, 옆으로 빗나가 표시되고 2위 과녁의 점, 중앙에 표시된다.
캐스터 : (E) 아 이게 웬일입니까?! 많이 빗나간 거 같은데요!
화면에 점수 7.9 뜬다.
캐스터 : (E) 아...! 7.9! 7.9가 나왔습니다. 결정적 실수가 아홉 번째에서 나옵니다!
(2위 점수 뜨자) 우크라이나의 요시모프 선수는 10.2를 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해설 : (E) 0.2점 차이로 역전 당했습니다..!
9번째 순위표가 전광판에 뜬다. 1위 요시모프 653.4, 2위 강철 653.2.
캐스터 : (E) 653.4와 653.2. 단 0.2의 차이를 두고 이제 메달 색깔을 가를 마지막 격발이 남았습니다.
역시 연륜의 힘이 막판에 나오는 군요. 강철 선수, 경험 부족이 드러나는 거겠죠?
해설 : (E)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국제경기 경험이 없다보니.. 그러나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끝까지 집중해야 합니다!
강철부, ‘임마! 정신 차려!’ 소리쳐 보는데 강철은 돌아보지도 않는다.
상기된 얼굴로 마지막 격발을 준비하는 강철. 옆의 노련한 요시모프 표정은 미동도 없다.
두 사람, 한 화면에 이분할로 잡히면서.. 둘, 조준하고 겨누는.
캐스터 : (E)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마지막 열 번째 격발.
격발 신호 울리고 잠시 후, 요시모프가 가장 먼저 총을 쏜다.
캐스터 : (E) 10.4..! 요시모프 10.4를 쐈습니다.
해설 : (E) 아.. 역시 저력이 대단한 선수입니다.
캐스터 : (E) 이렇게 되면 강철 선수는 반드시 10.7 이상을 쏴야 된다는 말인데요..
강철, 아직 격발을 못하고 과녁을 겨누고만 있는.
그 사이 다른 선수들 모두 격발 끝내고.
캐스터 : (E) 강철 선수는 아직도 겨누고만 있습니다. 75초 제한시간 내에 쏴야 하는데요, 많이 긴장했나보네요.
해설 : (E) 마음 비워야합니다 강선수. 사실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한 겁니다.
캐스터 : (E) 아.. 모두 경기를 마쳤는데 강철 선수만 아직도 격발을 못하고 있습니다.
제한 시간이 초로 표시되고 55초를 넘어간다.
관중들 웅성거리고..
강철부의 손에도 땀이 난다. 멀리 아들에게는 들릴 리도 없는데 입으로 계속 ‘쏴!’ ‘쏘라고 뭐해 임마?’ 중얼거리며 머리 쥐어뜯는.
캐스터 : (E) 55초 넘어가고 있습니다..! 많이 흔들리는 강철 선수..!
해설 : (E) 이제 무조건 쏴야합니다! 동메달이라도 확보해야죠!
옆의 요시모프, 승리를 확신한 듯 미소로 팔짱끼고 강철을 지켜보고 있고..
캐스터 : (E) 5초 남았습니다 4초 3초!
해설 : (E) 아 쏴야 돼요!!
캐스터 : (E) 2초 1초
1초 남겨놓고 강철이 총을 쏜다. 격발 소리와 동시에 부저 울리는.
순간 코치진, 강철부, 요시모프, 긴장의 표정들.
무표정하게 총을 내리는 강철.
캐스터 : (E) 아.. 1초를 남겨두고 쐈는데요 결과가..
잠시의 정적이 지나더니 갑자기 관중들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방송 화면 과녁에 정확히 정중앙에 검은 점이 뜨고.. 10.8 뜨는.
캐스터 : (E 흥분) 10.8!!! 10.8을 쐈습니다!! 강철 선수!! 10.8!!
해설 : (E 흥분) 역전했어요!! 0.2포인트 차로 역전! 금메달이예요!!
캐스터 : (E) 네! 대한민국 강철 선수!! 금메달입니다!!
강철, 숨 막히던 순간이 지나자마자 17세 소년으로 돌아간다.
점수 확인하고는 신이 나서 고글을 벗어 공중에 던지더니 코치진에게 뛰어간다.
먼저 뛰어나간 코치진과 선수들, 강철을 끌어안고 머리 때리며 기뻐하는데
강철, 뿌리치며 뒤에 있던 아버지에게 달려가 점프해 안긴다.
요시모프, 김빠져 고개 젓고. 관중들 환호하며 박수치고
중계화면에는 팡파레 C.G와 전형적인 승리의 축가와 함께 <사격 남 권총 50m 강철(17) 금메달>이 요란하게 뜨고..
해설 : (E) 대단합니다 강철 선수! 이제 겨우 열일곱 살 아닙니까! 보통 저 상황에선 부담감에 무너지기 마련인데요
어디서 저런 담대함이 나왔을까요!!
캐스터 : (E) 그렇습니다!! 마지막 1초를 남기고 세계랭킹 1위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펼친 강철 선수! 새로운 스타 탄생입니다!!
강철과 아버지의 감격스런 포옹장면 스틸되면서. 이어 책장이 넘어가듯 화면 휙 넘어가면.
씬/4 강철의 집 거실 (밤)
낡은 주택의 거실. 강철부모, 강철의 여동생(여고생), 남동생(중학생), 축구중계 보고 있다.
먹다 만 치킨과 맥주 앞에 놓고 중계에 몰입해 TV에 빨려 들어갈 분위기.
자막 – 2년 후. 2006년 6월. 서울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한민국 경기 중계 중이다.
숫자 <2>가 화면에 커다랗게 오버랩 되었다 사라지고.
장식장에 강철의 금메달과 표창, 신문 스크랩, 금메달을 걸고 찍은 가족사진 등이 걸려있고..
가족들 : 슛 슛!!! (벌떡 일어났다 실망하며 각자 떠드는) 아 씨!! / 뭐하는 거야!! / 거기서 그렇게 가냐!!!
가족들 흥분해 떠드는데 이때 현관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 들린다.
강철모 : (당연히 강철인 줄) 철이니? 왜 이제 와. (일어나 현관 쪽으로 가는)
강철부 : (시선은 TV에 고정된 채) 이 자식이, 다 끝나 가는데 어디 갔다
이때 쿵 소리에 말이 끊기고, 셋, 돌아본다.
현관으로 향하던 강철모, 그대로 뒤로 넘어져 바닥에 쓰러진.
강철부 : (??!)
아이들 : 엄마?!! (놀라 뛰어가고)
강철모의 이마에 작은 구멍이 비로소 보이고.. 주변으로 피가 배어나오는.
그제야 강철부의 시선, 현관 쪽으로 향하고, 카메라 쪽 어둠 속에 권총을 든 누군가의 손이 보이고,
강윤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방아쇠를 당기는 누군가의 손.
동시에 화면에서는 골인 장면이 나오면서 온통 떠나갈 듯한 함성.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세발을 순식간에 쏘는 살인자.
떠나갈 듯한 티비 중계 소리와 이웃집의 함성 소리에 모두 묻히고.
이어서 화면, 책장처럼 넘어가는.
앵커 : (E) 첫 소식입니다.
씬/5 뉴스 영상 몽타쥬
C#1 뉴스룸 (밤)
남자 앵커가 뉴스 진행 중이다. 강철의 얼굴과 부모와 여동생 등 일가족이 쓰러진 그림이 옆에 뜨고.
숫자 <3> 크게 나타나 오버랩 됐다가 사라진다.
앵커 : 이틀 전 서울 상도동 일가족의 권총 살인사건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경찰이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들 강철씨를 지목했습니다. (경찰서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를 부른다) 박상민 기자!
기자 : (현장중계, 밤의 경찰서 앞에서 리포팅하는) 네, 여기는 동작경찰섭니다.
C#2 경찰서 앞 (오후)
수갑 채워진 채 경찰에 끌려 들어가는 성인이 된 강철. 정신없이 멍해 끌려가는데
취재진이 몰려 경찰들과 몸싸움하며 난리법석이고 ‘강철씨! 가족들을 살해한 게 맞아요?’ ‘이유가 뭡니까?!!’
강철, 대답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들어가는 화면에.
기자 : (E) 조금 전, 전 국가대표 강철씨가 존속살해혐의로 긴급 체포됐습니다.
C#3 강철의 집 거실 (오전)
사건 다음날. 일가족이 여기저기 총에 맞아 쓰러져 있는 상황.
흥건한 피가 마룻바닥에 가득하고. 그 주변에 흩어져 족적과 혈흔 등 증거를 수집 중인 경찰들 모습에.
기자 : (E) 사격 국가대표 코치 강윤씨와 아내 윤미호씨, 딸 수연양과 준석군이 자택 거실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15일 오전이었습니다.
C#4 뉴스자료
사건 상황을 묘사한 C.G와 지도 지나가며.
기자 : (E) 경찰은 사건 당시 집에 없었던 장남 강철씨를 조사하던 중
당일 행적에 많은 의문점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5 골목길 (오전)
수색 중이던 경찰이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권총을 발견해 끄집어 올리는.
기자 : (E) 또 사건 현장에서 500미터 떨어진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범행에 쓰인 권총이 발견되었는데요,
C#6 경찰서 기자회견장 (밤)
경감이 상황을 보고하는 기자회견 중이다. 기자들 노트북 또는 수첩 들고 앉아있고..
경찰, 증거 사진을 띄워 보여주며.
경감 : 이것이 범행에 쓰인 권총입니다. 스위스 모리니사의 5.56미리 구경이며
여기서 피해자 혈흔과 아들 강씨의 지문이 다수 검출되었습니다.
C#7 뉴스 자료
증거품으로 제시한 권총 사진 + 올림픽 영상의 권총 장면.
권총을 들고 격발하는 강철의 올림픽 당시 모습도 있다. 클로즈업한 화면에 같은 권총임을 한눈에 분명히 알 수 있다.
기자 : (E) 또한 경찰은 범행에 쓰인 권총이 올림픽에서 사용됐던 강철씨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C#8 검찰청 조사실 (밤)
강철, 탁자를 사이에 두고 와이셔츠 차림의 한철호 검사(당시 40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철호, 젠체하는 느낌으로 서서 강압적으로 묻고 있으나 강철, 굳은 표정으로 ‘아닙니다’만 되풀이하는 모습에.
기자 : (E) 검찰은 증거인멸과 도주를 우려해 강철씨를 구속수사하기로 하고,
범행 동기과 당시 행적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C#9 뉴스 룸 (밤)
모니터 속의 기자와 생중계로 대화하는 앵커.
앵커 :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네요. 김기자, 아테네 올림픽의 그 감격적인 순간을
수많은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버지에게 달려가 안기던 소년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한데요.
동시에 올림픽 당시 감격의 부자 포옹 장면이 뜨고.
앵커 : 만약 강철씨가 정말 범인이라면, 범행 동기는 대체 뭘까요?
기자 : 명확한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변의 증언으로는 올림픽 이후 사격을 그만두고 컴퓨터 공학과에 진학하면서
부자간 갈등을 빚어왔다고 합니다.
기자의 설명 동안 부자가 다투는 그림에
<진학 문제로 올림픽 직후부터 갈등> <게임 중독> <정신과 문제 의심> 등의 자막이 뜨고.
앵커 : 그것만으로 올림픽 스타의 끔찍한 패륜이 설명될 거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C#10 구치소 (밤)
어두운 구치소 안에 수의 차림으로 쭈그리고 앉아있는 강철.
기자 : (E) 그렇습니다. 그런 이유로 검찰의 성급한 구속에 대한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소견은 다릅니다.
C#11 전문가 인터뷰 영상 + 회상 – 강철의 집 거실 (밤)
살인자의 시선으로. 일가족을 차례로 쏘는 장면 점프 컷으로. 모두 정확하게 이마의 정중앙에 맞고.
전문가 : (E) 4발 모두 이마를 명중시켰거든요. 움직이는 목표를 상대로 오발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건 전문가의 솜씨죠.
C#12 회상 – 골목길 (밤)
태극기를 들고 붉은 티를 입은 사람들, 술 먹고 고함지르고 경적 울리는 소리들로 요란한 분위기.
총을 든 그림자가 강철의 집을 나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가다가
쓰레기봉투가 쌓여있는 곳에 장갑 낀 손으로 권총을 던져놓고 사라지는 검은 실루엣의 남자.
기자 : (E) 즉, 제 3의 범인이 강씨에게 누명을 씌울 작정이었다 해도 그 또한 기막힌 총잡이라는 주장입니다.
C#13 구치소 면회실 (밤)
수의를 입은 강철, 유리창 너머로 수염도 못 깎고 꺼칠한 현석(당시 40대, 강철부의 후배, 방송국 피디)과 이야기 중이다.
기자 : (E) 모든 정황증거가 강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가운데, 뚜렷한 범행동기가 보이지 않는 이 사건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카메라 다가가면, 강철과 현석의 대화가 들려오고.
현석 : 한철호, 그 담당검사 말이다. 야심이 엄청난 놈이더라. 정치하려는 모양인데 니 유명세를 업고 이번에 떠보겠다는 거지.
제대로 잘못 걸렸어.
강철 : ......
현석 : 그리고... (말하기 어려워 머뭇거리다) 더 기다릴 수가 없어서 장례를 치렀다.
강철 : .....!
현석 : (시선 마주치기 힘들어 피하며) 모두 양지바른 곳에 편히 모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강철 : ...... (더 못 듣고 얼굴을 감싼다)
현석 : (마음 아픈) 약해지면 안 돼. 백방으로 노력 중이니까 힘을 내라. 잘 될 거야 임마.
강철 : (흐느끼는지 어깨가 흔들리고)
씬/6 법정 (낮)
숫자 <4>가 크게 떠올라 오버랩 되었다 사라지고.
강철의 사건을 재판 중인 법정 안.
1년에 걸친 지난한 과정에 지치고 초췌해진 강철의 모습에서 빠지면, 철호가 구형 자료를 읽고 있다.
방청석에 초조한 현석도 보이고..
철호 : 범행 시각과 방법을 고려하면 우발적 범행이라 보기 어렵고,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가족을 살해한 것은
인륜을 저버린 충격적 범죄이며, 피고인이 유명인이며 청소년들의 우상으로서 사회에 미친 충격이
다른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만큼,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잠시 사이, 강철을 흘끔)
강철 : ......
철호 : 피고인 강철을 사형에 처할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강철 : (!)
구형에 방청객들 웅성거리고.. 현석도 당황하고.. 내내 침착하던 강철의 눈빛도 심하게 흔들린다.
강철의 시선, 철호의 냉정한 시선과 부딪치고.
순간 지금껏 버텨온 이성이 끊어지는, 철호를 향해 폭주하며 달려든다.
강철 : 이 미친 새끼야..!! 어떻게 그게 결론이야?!!
경찰들 뛰어들어 강철을 붙잡고 바닥에 꿇리고 법정, 아수라장이 된다.
불타오르는 분노, 강렬한 강철의 눈빛에서 스틸.
씬/7 타이틀 인서트
자막 W : 더블유 – 두개의 세계
씬/8 흉부외과 레지던트 숙직실 (낮)
자막 – 10년 후. 2016년 서울.
2층 침대가 여럿 배치된 작은 방. 너저분한 옷가지들과 구겨진 시트와 각종 소지품들로 난장판이고.
연주, 침대 1층에서 구겨진 것 마냥 처박혀 잠들어있다.
연주의 동기 석범(남, 레지던트 2년차)은 2층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고.
석범의 핸드폰이 진동으로 책상에서 울리자 연주, 깨는.
연주 : (겨우 보고) 전화 받어.. (석범, 미동도 없고) 야 전화 받으라고.. 니 전화야..
석범이 미동도 없자 연주, 결국 벌떡 일어나는.
연주 : 아 진짜~ (가서 책상 위 핸드폰을 보는데 ‘미친개’ 뜨자) 어? 야 미친갠데?
석범 : (!! 그 소리에 자동으로 벌떡 일어나는)
연주 : (핸드폰 건네주며 놀리는) 너 죽었다 이제~ 벌써 열 번 넘게 울렸는데 어째?
석범 : (혼비백산 전화 받는) 네 교수님! 석범입니다! 네 아니 그게..
연주 : (고소해하며 도로 눕는데)
석범 : 오연주요?
연주 : (눈 번쩍)
석범 : 지금 옆에 있는데요. 글쎄요 왜 전화를 죽어도 안 받았는지는 저도 잘..
연주 : (??! 가운 주머니의 핸드폰을 꺼내보면, 부재중 전화 10통 와 있다, !!!!)
석범 : 알겠습니다. (전화 끊는) 너 찾는데?
연주 : 미쳐! 이게 왜 무음으로 돼 있어?!
석범 : (놀리는) 어떡하냐? 부재중 열 번이면 최소 사망각인데?
연주 : (가운 급히 걸치며) 왜 왜 왜 나를 찾는대?
석범 : 몰라. 명복을 빈다~ (도로 눕는)
연주 : 하 씨 (울상으로 뛰쳐나가는)
씬/9 병원 복도 (낮)
연주, 눈곱을 떼면서 급하게 달려가는.
지나가던 김간호사(여, 30대 초반) 인사하며 지나가다
김간호사 : 오선생님, (입가에 침 묻었다고 얼른 알려주는)
연주 : 아, 감사 감사 (대충 웃으며 침 닦으며 후다닥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간다)
연주가 달리는 동선을 따라 대형종합병원의 풍경들이 지나가고.
씬/10 흉부외과 중환자실 (낮)
자동문이 열리면서 연주, 급히 중환자실로 들어간다.
흉부외과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고 간호사만 몇 있는데.
연주 : (헐떡거리며 들어와) 박교수님..!!
간호사1 : 여기 안 계신데요.
연주 : 에? (하다가 응급실인가 하고 도로 달려나가는)
씬/11 응급실 (낮)
연주, 숨이 턱에 닿을 듯, 미끄러지듯이 들어오면 한산한 응급실.
다른 과 의사만 보이고, 박교수는 없다.
간호사2가 옆을 지나가자.
연주 : (???) 박교수님.
간호사2 : 안 내려오셨는데요.
연주 : (???) 우리 과 환자?! 없어요?
간호사2 : 없는데요. (하며 지나가고)
연주 : (중얼) 뭐야..?
씬/12 박교수 방 (낮)
40대 초반의 박교수, 책상 앞에 앉아 진지하게 책 읽고 있다. <흉부외과 전문의 박민수> 명패 있고.
노크 소리와 함께.
연주 : (E) 교수님. 오연줍니다.
박교수 : 들어와.
연주, 숨을 몰아쉬며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며 들어오는.
박교수 : (고개 들고) 이게 지금 몇 분이 지나서 나타나? 디질래?
연주 : (공손의 끝을 달리는) 죄송합니다. 여기 계신 줄 모르고..
박교수 : 빠져가지구는 전화를 몇 번을 하게 만들고.. 너 교수가 우습냐? 교수 전화는 그냥 막 씹고 자빠졌냐?
연주 : 죄송합니다. 다신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무조건 비는데)
박교수 : (O.L) 니가 오성무 작가 딸이야?
연주 : (굽실거리다가 예상못한 질문에 ?) 네..? (고개 드는)
박교수 : 니가 만화가 오성무 딸이라던데. 나 오늘 처음 들었다?
연주 : 아...
박교수 : 그럴 리가 있냐 설마? 아니지?
연주 : 제 아버지 맞으신데요.
박교수 : 진짜? (하더니 연주를 아래위로 훑는) 근데 넌 왜 그래?
연주 : 네..?
박교수 : 아버지는 무려 오성무 작가님이신데 딸은 왜 고작 오연주야??
연주 : (늘 갈구는 방식이다, 울컥) 죄송합니다. 고작 오연주라서.
박교수 : 너도 그림이나 그리지 그랬어? 재주도 없는 의사공부 하느라 뭔 고생이야?
연주 : .....
박교수 : 아버지가 길 다 닦아 주실테고, 쉬웠을텐데.
연주 : 저도 하고 싶었는데요..
박교수 : 근데 왜 안했어?
연주 : 엄마가 반대하셔서요. 만화로 먹고 살기 힘들다고.
박교수 : (혀 차며) 저런. 어머니가 시류를 잘못 읽으셨네. 요즘처럼 의사가 널린 세상에 만화가가 나았을 텐데.
특히 경쟁력 없는 의사는.
연주 : ......
박교수 : 그럼 부모님이랑 같이 사나?
연주 : 아니요. 엄마랑 둘이 삽니다.
박교수 : 아버지는?
연주 : .....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박교수 : 그래..? (집요한) 그럼 아버지는 자주 안 봐?
연주 : 가끔 뵙는데.. (짜증나기 시작하는) 근데 그걸 왜
박교수 : (O.L) 스포 좀 알려주라.
연주 : 네..?
박교수 : (그제야 웃음기, 읽고 있던 만화 <더블유> 표지를 보여주는) 내가 요즘 이거에 푹 빠졌거든. 니네 아버지 만화.
연주 : (황당)
박교수 : (싱글거리며) 이게 너무 재밌더라구? 히트친 건 알았지만 웹툰은 영 어색해서 안 보고 버텼거든.
근데 이번주가 마지막 회라며. 그래서 뒷북치기 싫어서 엊그제 서점가서 책을 샀어요. 서른세권 전부 다.
(책상 밑에 산처럼 쌓아놓은 만화책 가리키는) 나 이틀밤 꼴딱 샜잖냐. 이거 왜 이리 재밌냐?
연주 : (황당하게 보다) 이거 땜에 부르신 거였어요..? (그제야 안도하는)
박교수 : (들고 있던 책 보여주며) 지금 4권짼데 강철이 사형 선고 받았다? 어이없어.
연주 : (여유 생겨) 아이~ 사형 안 당해요. 걱정 안하셔도 돼요.
박교수 : 알어~ 나 지금 세 번째 복습하는 거야.
연주 : (처음 보는 미친개의 해맑은 모습이 신기한)
박교수 : (표지를 새삼 보며) 주인공이 맘에 든단 말야. 강철 이 자식이~ 근성이 있는게~ 남자가 봐도 멋진 놈이야~
연주 : (팬심에 불쑥) 여자가 봐도 멋있어요!
박교수 : (흘끔) 너도 강철 팬이냐?
연주 : 당연하죠. (하고) 한 섹시하잖아요.
박교수 : 섹시? (순간 멈칫)
연주 : (아차 너무 나갔나하는데)
박교수 : 하하하~ (호탕하게 웃어제끼는) 니가 뭘 안다고 섹시야?
연주 : (손가락으로 장난스레 표시하며) 쪼금 압니다.
박교수 : 그러냐? 하하하~ 그렇지 한섹시하지~
그 사이 서류 들고 들어오는 석범. 둘, 팬심으로 갑자기 화기애애하게 웃는 이상한 광경에 놀라 눈 똥그래지는.
석범 : 교수님.. 이거 싸인.. (다가오며 놀라 연주에게 눈빛으로 뭔 일인지 묻는데)
연주 : (보란 듯 웃기만 하고)
박교수 : (석범은 쳐다보지도 않고) 근데 범인이 도대체 누구야?
연주 : 그건 저도 모르는데요.
박교수 : 이번 주가 끝이라면서 아직도 안 나왔잖아. (석범이 내민 종이에 사인을 하며) 아버지한테 들은 거 없냐?
연주 : 없는데요.
박교수 : 딸하고 그런 대화 안 하시나?
연주 : 저희 아버진 스토리 얘긴 절대 안 해주세요.
박교수 : 스포 좀 얻어와 봐.
석범 : 교수님 저도 좀 아는데요, 얘네 아버지가 얄짤 없으시더라구요.
연주 : 네. 스포는 뭐 어림도 없..
박교수 : (O.L) 너 수술 때 가슴 한 번도 안 열어봤던가?
연주 : (멈칫)
박교수 : 가슴 열게 해줄게.
연주 : (!) 진짜요? (놀라 석범을 보는)
석범 : (뭐야 이거??)
박교수 : 범인이 누군지 알아와.
연주 : 근데 안 알려주실 텐데..
박교수 : 가슴 닫는 것도 니가 해.
연주 : (!! 더 망설일 것도 없이 벌떡) 당장 스포 따오겠습니다! (뛰어나가는)
박교수 : 야. 가슴 열고 싶어서 뻥카치면 디진다.
연주 : 걱정마세요!! (신이 나 나가고)
석범 : (억울한) 교수님 이건 공정한 처사가 아니신 거 같은데요. 가슴은 저도 아직 못 열어봤거든요.
박교수 : 억울하면 너도 작가 아버지 둬. (서류 주며) 나가.
석범 : 하... (허탈한)
씬/13 병원 복도 (낮)
뜻밖의 쾌를 얻은 연주, 신이 나 한쪽으로 가서 핸드폰 꺼내며.
연주 : (중얼) 웬일이야~ 미친개가 만화 좋아하는 줄 진즉 알았으면 인생이 편했을텐데~
그래도 이제라도 안 게 어디야? (흥얼거리며 전화를 건다)
단축번호 누르면 ‘아빠’ 뜨는데 신호음 가자 연주, 생각 바뀌어 얼른 끊는다.
연주 : 아니지. 괜히 말 꺼냈다 본전도 못 찾겠지..?
다른 번호를 누르는. ‘박수봉’이라는 이름이 뜬다. 신호음 가더니 바로 받는다.
수봉 : (E) 여보세요 누나?
연주 : (반갑게) 수봉아~ 오랜만이다~
수봉 : (E, 격한) 누나!!
연주 : (애교스레) 많이 바쁘지~? 오늘 마감이라 정신없을 거 아는데.. 있잖니 내가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내 인생이 달린 문제거든~? 아빠한테는 비밀로 하고..
수봉 : (E, 말 끊으며) 안 그래도 연락하려 그랬어요! 누나 클났어요!
연주 : (?) 큰일 나다니?
수봉 : (E) 선생님이 사라지셨어요!
연주 : 어?
씬/14 성무집 거실 + 병원 복도 (낮)
낡은 주택을 카페처럼 개조해서 작업실로 쓰고 있는 곳.
통창 밖으로는 오래된 나무가 우거진 정원이 보이고 거실에는 성무의 문하생 셋의 작업책상이 각각 놓여있다.
책장에는 만화책과 각종 자료 책들로 가득하고, 책상 위마다 모니터와 사진자료들로 정신없다.
넉넉한 뱃살과 산적풍의 수염을 지녔지만 사실 연주보다 어린 수봉(남, 28세)이 핸드폰을 받고 있다.
다른 책상에 앉아있는 문하생 선미, 윤희 (여, 20대 중반) 수봉이 전화하는 걸 심각하게 보고 있고.
수봉 : (혼이 나간 듯) 어제 밤부터 계속 안 보이세요 연락도 안 되고요!
연주 : (순간 놀랐다가 별거 아닌 말에) 난 또.. 어디서 또 밤새 술 푸시는 거 아냐?
수봉 : 아녜요! 단골집 다 확인했는데 어제 안 오셨대요. 친구 분들도 다 연락해봤는데 모른대잖아요.
(성무의 핸드폰을 들고) 핸드폰도 놓고 가셨구요!
연주 : 핸드폰을 놓고?
수봉 : 차키도요! 지갑까지 다 놓고요! 그냥 연락두절이예요!
연주 : (...! 그제야 심각해져) 어딜 가신 거야 그럼..?
수봉 : (한숨 푹) 마감이 4시까진데 아무 지시도 없으시구, 우린 어째야 할지도 모르겠구.
선생님이 마감 어기신 적 단 한 번도 없잖아요. 어떡해요?
연주 : (표정)
씬/16 성무의 집 앞 (낮)
오래된 주택가. 택시가 들어와 성무집 앞에 서고 연주가 내린다.
집 앞에 성무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연주, 확인 차 차 안을 들여다보고 초인종 누른다.
씬/17 성무집 거실 (낮)
연주가 들어오자 수봉이 튀어오고.. 여자문하생 둘, 자리에서 일어나는.
수봉 : 누나!! (구세주라도 만난 듯한 표정)
선미/윤희 : 안녕하세요.
연주 : 오랜만이다 다들. (하고) 아빠는?
수봉 : (고개 젓는)
씬/18 성무의 작업실 (낮)
성무의 개인 작업실. 20년 넘게 익숙하게 보아왔던 변함없는 풍경이다.
성무가 혼자 쓰는 책상이 놓여있고 그 주변으로 수없이 많은 자료와 메모들이 정신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쌓여있고 붙어있다.
늘 즐기는 위스키 병과 술잔이 한쪽에.
벽에는 성무와 연주의 다정한 사진, 10년 단위로 찍은 듯한 세장의 사진이 액자에 나란히 걸려있고..
좋아하는 음반들과 오래된 오디오가 한쪽에.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액정 태블릿과 커다란 모니터가 종이 대신 책상의 가운데를 차지한 것 뿐.
연주, 수봉과 함께 들어오는.
수봉 : 누나랑은 통화 안하셨어요?
연주 : (방안을 살펴보며) 나 요새 너무 바빠서 아빠랑 연락한지 한참 됐어.
수봉 : (머리 헝클며) 편집부에 연락해야겠죠? 아직 말도 못 꺼냈는데.
연주 : 좀만 기다려보자. 아직 마감까지 시간 있잖아.
수봉 : 근데 누나 되게 이상한 게 뭐냐면요, 우리가 어제 밖에서 밤샘 작업을 했는데 한 번도 이 방에서 나오시질 않았거든요?
연주 : (? 돌아보는)
씬/19 회상 – 성무의 작업실 (밤)
성무가 책상 앞 의자에 앉아있다. 조명 아래에서 태블릿에 그림 그리는 집중한 모습에..
수봉이 들여다본다.
수봉 : 선생님. 커피 물 올릴까요?
성무 :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면 이제 9시가 넘은) 10시에.
수봉 : 네. (얼른 나가고)
성무 : .... (계속 몰두한다)
씬/20 회상 – 성무집 거실 (밤)
수봉, 선미, 윤희, 심각한 표정으로 각자 자리에 앉아 배경작업하고 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고.
살짝 열린 성무의 방으로 불빛이 새어나온다.
수봉 : (E) 우리가 밖에 계속 있었다구요. 근데
씬/21 회상 – 성무의 작업실 (밤)
수봉이 커피 들고 들어오며.
수봉 : 선생님. 커피.. (하다 보면)
조금 전과 풍경은 그대로. 앉아있던 성무만 사라지고 없는.
삐딱하게 돌아간 의자. 펜은 책상에 매달려 대롱거리고, 종이 몇 장이 바닥에 떨어져있고.
시계는 10시가 넘은.
수봉 : 선생님? (두리번거리는)
수봉 : (E) 10시에 들어갔더니 안 계신 거예요. 나가시는 걸 아무도 못 봤는데.
씬/22 회상 - 성무집 거실 (밤)
선미와 윤희가 현관 앞에 신발을 확인하는 모습에.
수봉 : (E) 신발도 그대로 있었어요.
씬/23 회상 – 성무집 마당 + 성무집 화장실 + 성무집 앞 (밤)
화면 분할로 화장실을 열어보는 수봉, 정원 수풀 뒤를 살피는 선미. 집 앞 차 안을 확인하는 윤희.
수봉 : (E) 그래서 어디 쓰러지셨나하고 집 안팎을 다 뒤졌죠.
씬/24 성무의 작업실 (낮)
수봉 : 근데 흔적도 없더라구요. 이상하죠?
연주 : (진짜 이상하다) 이상하네.. 많이 이상한데.
수봉 : (말 해놓고 겁먹는) 경찰에 신고할까요?
연주 : (판단이 안 선다, 일단) 아직 24시간도 안됐잖아. 좀만 기다려보자. 너무 심란해서 잠깐 머리 식히러 나가셨을 수도 있지.
수봉 : 한밤중에 말도 없이요? 것도 맨발로요? 돈도 안 갖고? 핸드폰도 없이?
연주 : (그 말에 겁이 나자 더 우기듯) 야 아버지도 사람인데~ 10년이나 그려온 주인공하고 이별하려니까 섭섭하셨겠지 안 그래?
수봉 : 선생님이요? 섭섭하시긴요. 아주 징글징글하다고 죽이고 싶댔는데.
연주 : 누굴 죽여?
수봉 : (낮게 일러바치듯) 강철이요. 엔딩에 강철을 죽이신댔다구요.
연주 : (?! 뜻밖의 말에 뭐라 하려는데)
수봉 : (책상 위에 놓여있던 커다란 액정 태블릿을 켜며) 누나만 봐요. 이거요.
태블릿 켜자 성무가 작업하던 그림이 뜨며 환해지는.
한 남자가 선홍색의 피를 흘리며 장소도 모호한 어두운 바닥에 쓰러진 장면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어둠 속에 남자의 얼굴 잘 보이지 않고.
연주 : (보자마자 눈이 커져) 뭐야 이게..?
수봉 : 강철이요. 보세요 죽었잖아요.
연주 : (버럭) 왜? 왜?!! 우리 강철이가 왜 죽어?!
수봉 : (토로할 상대가 생겨 반가운) 그러니까요. 우리 강철이가요! 말이 안 되죠~
연주 : (믿을 수 없는) 진짜 죽었다고?
수봉 : 봐요 피. 피를 저렇게 쏟고 어떻게 살아요?
연주 : (황당하다, 순간 아버지 일은 잊고 그림만 뚫어져라)
수봉 : 우리가 얼마나 반대했다구요. 진짜 선생님 말씀에 토 한번 단 적도 없었는데 이번엔 결사반대했어요.
선미는 막 울기까지 했다구요. 근데 선생님 고집이 진짜.. 하..
(고개를 저으며) 무조건 죽이신다는 거예요. 처참하게 죽여주겠다고. 그게 일생 소원이라고.
연주 : (....!)
수봉 : 이거 뜨면 인터넷에 난리가 날걸요. 다들 범인 잡아 복수하고 끝나는 거 기대하고 있을텐데 복수는커녕 개죽음 당하니.
연주의 시선에 그제야 그림 속 검은 실루엣의 누군가가 들어왔다.
칼을 들고 쓰러진 강철을 내려다보는 누군가. 범인임이 분명했다.
연주 : 저게 범인이야..? 누군데?
수봉 : (고개 젓는) 우린 몰라요. 말 안 해주셨어요.
연주 : (....!)
수봉 : 여기까지 그리시다 사라지신 거예요.
연주 : (그림을 보며) 막상 죽이자니 갈등되신 거 아냐?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려고..
수봉 : (단호히) 아닐걸요. 얼마나 의지가 확고하셨는데요.
씬/25 회상 – 성무의 작업실 (밤)
수봉, 살짝 문을 열고 성무의 방을 들여다본다.
스탠드 불빛 아래 작업 중인 성무의 모습. 성무, 펜으로 액정 태블릿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쓰러진 강철의 장면에 붉은 피를 채워 넣으며 미소 짓고 있는 성무의 모습이 보이고..
수봉, 흠칫하는 표정.
성무, 입가에 묘한 비웃음을 짓고 있다.
수봉 : (E) 분명히 웃고 계셨어요.
씬/26 성무의 작업실 (낮)
수봉 : 아주 즐거워하셨다니까요.
연주 :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기분) 왜..? 왜 주인공을 죽이면서 즐거워 해?
수봉 : 모르죠. 선생님 속을 내가 어떻게 알아요?
연주 : .... (문득) 혹시 말이야.. 이 만화 극성팬들 많잖아.
어디서 엔딩이 이런 걸 주워듣고선 사이코 광빠가 아빠를 납치한 거 아냐?
수봉 : (눈 똥그래지는) 미저리처럼..?
연주 : 그래, 미저리! 미저리도 광빠였잖아?
연주/수봉 : (서로 잠시 쳐다보며 점차 의혹이 확신이 되는)
수봉 : 누나 그럼..!
연주 : (마음 급해지는) 안 되겠다. 경찰에 신고하자 느낌이 안 좋아.
수봉 : (!!)
씬/27 성무집 거실 (낮)
선미와 윤희, 심각하게 수군거리는데 수봉이 문을 박차고 튀어나온다.
수봉 : 핸드폰 어딨냐!!
선미 : 왜 왜? 뭐 찾았어 오빠?
수봉 : 경찰에 신고해야 돼 이거 보통 일이 아니야 씨! (급히 112 누른다)
선미/윤희 : (겁먹어 보는)
씬/28. 성무의 작업실 (낮)
연주, 갑자기 초조해져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는.
핸드폰을 책상 옆에 놓고 잔뜩 갈겨진 메모를 살펴보다 삐죽 나온 엽서의 메모가 눈에 들어온다.
엽서를 들어 보면 아버지의 익숙한 필체로 적힌 메모. <잡아먹히느니 잡아먹겠다>
연주 : (중얼) 잡아먹히느니 잡아먹겠다..?
연주, 뭔가 하고 뒤집어보면 그림엽서. 고야의 그림, <아들을 잡아먹는 사르트누스>가 프린트 된.
광기에 가득 차 인간의 육신을 씹어 먹는 미쳐버린 신의 모습에.. 아버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성무 : (E) 잡아먹히느니 잡아먹겠다.
연주, 음산한 감정을 일으키는 그림을 들여다보는데
이때 연주의 등 뒤, 여전히 켜져 있는 액정 태블릿의 만화 속,
쓰러진 남자의 선홍색 피로 범벅된 손을 그린 선이 얼핏, 움직이는 듯 보인다.
등지고 있는 연주는 전혀 모르고..
쓰러져 있는 남자의 손이 분명히 다시 꿈틀하고..!
연주, 다른 메모를 집으려고 발걸음을 옮기다 멈칫..! 뒤에서 뭔가 잡아당겨서 더 나아갈 수가 없다.
의자에 옷자락이 걸린 줄 알고 무심코 손을 뒤로 해서 옷깃을 잡아 빼려다 섬뜩한 기분에 굳는 연주.
자신의 손에 잡힌, 옷자락이 아닌, 물컹하고 뜨거운 느낌.
연주, 순간 뒷덜미에 소름이 돋는다.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손을 천천히 앞으로 내밀어 손에 묻은 걸 본다. 선명한 붉은 색의 피.
영문을 알 수 없는 선홍색 피가 연주의 손에 묻어있고..!
연주, 심장이 얼어붙는 기분으로 몇 초간 망설이다 두려움에 떨며 뒤를 돌아보고, ....!!
피에 젖은 손이 연주의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있다.
아버지가 아니었다, 강인한 젊은 남자의 손이다.. 라고 느끼며 연주, 놀라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남자의 손, 연주를 강하게 잡아당기고..!
연주, 비명 지를 새도 없이 순식간에 프레임 아웃되는.
카메라, 팬 하면 바로 직전까지 서 있던 연주 자리에 아무도 없다.
들고 있던 그림엽서는 바닥에 떨어져 있고.
씬/29 호텔 옥상 (밤)
기절해 있던 연주, 차 빵빵 거리며 지나가는 소리에 번쩍 눈 뜬다.
연주의 시야에 검은 밤하늘이 들어오고..
잠시 멍하던 연주, 그제야 번쩍 눈을 크게 뜨고 벌떡 일어나 앉는다.
난데없는 낯선 풍경. 어두운 밤, 어딘지도 모를 건물의 옥상 구석에 누워있다.
연주 : 뭐...야..?
어리둥절한 연주, 당황해 뭐가 뭔지 모르겠는.
가까이 보이는 N 타워의 불빛으로 미루어 남산에서 가까운 건물의 옥상이라는 것만 알겠고..
연주 : (황당한) 여기가 어디야..? 내가 왜 여깄어..?
연주, 갑자기 무서워져 벌떡 일어나 출구를 찾아 가려다 멈칫. 발끝에 뭔가가 걸린다.
연주, 아래를 내려다보고 ....!!
한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다. 청바지에 심플한 티셔츠 차림이나
셔츠는 마치 원래 붉은색이었던 것처럼 보일 정도로 피로 물들어있고. 남자는 어둠 속에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고..
연주 : (놀라 순간 뒷걸음질쳤다가 잠시 후) 이봐요..??
(조심스레 불렀다 대답이 없자 깨우는) 이봐요! 정신 차려요! 내 말 들려요?!
대답 없자 연주, 의사의 익숙한 동작으로 오른쪽 귀를 남자의 코에 대고 가슴을 보며 숨을 쉬고 있다는 걸 확인한다.
이어 경동맥을 짚어보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으나 셔츠 여기저기 찢어지고 그 사이로 찔린 상처가 보이고
급해서 손으로 칼을 막았던 듯, 손바닥에도 깊은 자상이 있어 피가 낭자하고....!
연주, 상태 대충 확인하자마자 바로 핸드폰을 찾는데 주머니에 핸드폰은 없고 구겨진 명함, 껌, 천 원짜리 몇 장만 나오는.
연주, 남자의 바지 주머니를 급히 뒤지는데 핸드폰이 나온다.
핸드폰을 걸려고 하는데 지문 락이 걸려있고.
남자의 손을 집어 엄지손가락 지문을 찍어보는데 피가 엉켜있어서인지 양 손가락 다 안되고.
연주 : 하 씨...!! (핸드폰 내던지고, 의식 없는 남자에 대고) 좀만 버텨요!! (출구를 찾아 냅다 뛰어간다)
씬/30 비상구 계단 (밤)
옥상 문을 열고 내려온 연주, 어디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급히 내려가는.
씬/31 주방 뒤편 복도 (밤)
쓰레기와 주류 상자들이 쌓여있는 좁은 복도. 요란한 음악소리가 멀리 들려오고.
연주, 문이 발견하고 급히 뛰어가는.
씬/32 호텔 스카이라운지 주방 (밤)
한창 바쁜 시간의 호텔 스카이라운지의 주방.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 칼질하는 소리, 매운 연기에 라운지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분주한 요리사들의 움직임으로 부산스러운데.
연주, 뛰어들어오면서.
연주 : (버럭) 이봐요!!
요리사들과 잡담하던 웨이터, 그 소리에 돌아보고 동시에 동작 멈추는. 피가 여기저기 묻은 연주를 보고 눈이 똥그래진다.
연주 : 누가 119 좀 불러줘요!! 옥상에 사람이 죽어가요!!
일동 : (...??)
연주 : 못 들었어요? 사람이 칼에 찔려 죽어간다구요! (급히 눈에 보이는 대로 깨끗한 행주들과 가위를 집는다,
그 와중에 냄비와 조리도구들 바닥에 떨어지고) 출혈이 많다고 전해요!! 오래 못 버틴다고 서두르라고!! 빨리요!!
(도로 확 나가고)
일동 : (잠시 놀라 멍하니 연주 사라질 때가지 있다가 뒤늦게) 핸드폰 어딨냐?! / 야 매니저 불러!
/ 누가 좀 쫓아가봐!! / 야 니가 가!! (소란스러워지는)
씬/33 호텔 옥상 (밤)
연주, 헐레벌떡 다시 뛰어와 남자에게 달려간다. 바로 무릎 꿇고 숨이 붙어있는지 확인한다. 아직 살아있다.
급히 면 행주를 가위로 잘라 외부 출혈이 심한 곳부터 지혈을 하는..
이때 아까 주방에 있던 20대의 남자 웨이터가 핸드폰을 손전등 삼아 쫓아온다.
웨이터 : (놀라) 뭐예요? 왜 다쳤어요?! 누구예요?
연주 : (처치하며) 나도 몰라요 불 좀 이쪽 비춰요! 구급차는요?
웨이터 : (조명 비추다 피를 보고 기겁하는) 으어!!
연주 : 구급차는?!
웨이터 : (떨며) 불렀어요. 그리고 아래층에 외과 의사들 컨퍼런스가 있어서 그 분들이 올라온다는데요!
연주 : (그 소리에) 컨퍼런스..? 여기가 뭐하는 덴데요?
웨이터 : 에?
연주 : (급히 지혈하며) 이 건물이 뭐냐고요?
웨이터 : (질문이 이해 안 되는) 여기 호텔인데요..? 남산 프라임 호텔..
연주 : (정신없이 동여매며 중얼) 호텔이야 여기가..?
웨이터 : (불안한) 근데 뭐 알고 하는 거예요? 의사 올 때까지 기다리죠.
연주 : 나도 의사예요. 별 재능은 없지만.
이때, 남자의 숨이 갑자기 거칠어지고...! 살펴보면 가슴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게 분명히 눈으로 보인다.
웨이터 : 어! 왜 이래요?
연주 : (만져보며) 기흉인 거 같은데..
웨이터 : 네?
연주 : (침착하려고 혼자 계속 중얼중얼) 기흉 맞지..? 맞아 그럼.. 뚫어야 되지.. 근데 뚫을 게 없잖아..?
(두리번거리다 웨이터 주머니에 꽂힌 볼펜이 눈에 들어오자 ...!! 잡으려다가 멈칫) 안 돼 위험해. 니가 뭘 안다고?
이때 남자의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지고..
웨이터 : (놀라) 주.. 죽는 거 아녜요?!
연주 : !! (볼펜을 확 잡아챘다가 다시 멈칫) 괜히 했다가 더 빨리 죽으면? 다 뒤집어쓰는 건데? (하면서도 볼펜 급히 분해한다)
아 몰라, 드라마에선 하잖아? 그냥 막 하던데 뭐. (가운데가 텅 빈 대만 남은 볼펜을 부러뜨려 날카롭게 만드는)
웨이터 : (불안해서) 잠깐만요, 진짜 의사 맞아요?!! 자신 없으면 그냥 둬요 누구 올 때까지!
연주 : 자신은 항상 없죠, 난 재능이 없다니까..! (곧 죽을 듯이 숨넘어가는 남자의 마지막을 보고) 그렇다고 그냥 죽게 둬..?
(웨이터를 한번 보고는 웨이터가 말릴 새도 없이 볼펜을 잡고 흉곽에 확 꽂는다)
남자, 갑작스런 충격에 고통스런 신음과 함께 눈을 번쩍 뜬다.
남자, 본능적으로 연주의 팔을 강하게 잡고 연주를 쳐다본다.
연주, 남자와 시선 마주치자 덜컥 겁먹는.. 이 남자의 죽음을 내가 앞당긴 건가..?? 이 사람 이대로 죽는 거야..?
숨 막힐 것 같은 정적이 잠시 흐르다가.. 남자, 툭 눈을 감는다.
연주 : (...!!)
웨이터 : (겁먹어 버럭) 죽은 거예요?!! 죽었어??!!
이때 뒤늦게 호텔 매니저와 양복 입은 중년의 남자 의사들 몇이 급히 온다.
의사1 : (찾느라 두리번) 환자 어딨습니까?
웨이터 : (울먹이며) 죽었어..!! 여기 사람 죽었어요!!!
연주 : (표정에)
씬/34 호텔 정문 앞 (밤)
외관 화려한 특급 호텔. 불을 밝힌 구급차가 서 있다.
씬/35 호텔 옥상 (밤)
진 빠져 멍해서 걸터앉아 있는 연주의 모습에서.
연주의 시선 따라가면 우글우글 몰려있는 의사들, 호텔 직원들, 구급대원들이 보인다.
카메라 그들을 헤치고 들어가면, 응급조치를 끝낸 구급대원들이 남자를 침대에 싣고 있다.
남자, 살아 있다..!
구급대원들, ‘조심해!’ ‘오른쪽으로’ 하며 옮기고..
손에 든 수건으로 피 묻은 손을 닦아내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연주 쪽으로.
연주 : (비로소 입가에 뿌듯한 미소가 번지는) 아까 미친개가 봤어야 되는데.. 당신이 무시하는 오연주가 얼마나 멋지게 해냈는지..
(하다 감탄하는) 알고 보니 난 실전에 강한 타입이었던거야? 내추럴 본 닥터? (자기가 말해놓고 웃는)
이때 호텔 매니저(40대 남)가 연주에게 다가오자 연주, 얼른 정색하는.
매니저 :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이 호텔 매니저 박호영입니다. (명함 주는)
연주 : 아 네.. (받는)
매니저 : 아까 조치가 조금만 늦었어도 사망했을 거라고 하네요.
저희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났으면.. (땀 닦으며) 정말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연주 : 뭘요. (언제 혼자 방정 떨었냐는 듯, 근엄하게) 의사로서 당연히 할일을 한 건데요.
매니저 : 어떻게 마침 의사분이 발견하셔서. 저 사람이 천운이네요~ (하고) 경찰이 오면 증언을 좀 해주셔야 될 거 같은데,,
연주 : 네.. 그래야겠죠.
매니저 : 선생님 존함이..?
연주 : 아 저요.. (주머니에서 구겨진 명함을 꺼내 내미는) 오연주라고 합니다.
매니저 : (명함 대충 보며) 네에.. 저희 호텔 투숙객이신가요?
연주 : 아니요..
매니저 : 그럼 여길 어떻게 올라오셨습니까?
연주 : 네..? (멈칫)
연주, 생각해보니 자기가 여기 왜 왔는지를 잊고 있었다. 내가 여기 왜 있었지...?
기억을 더듬던 연주, 뒤늦게 직전 상황이 떠오른다.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아버지를 찾던 장면, 누군가의 피 묻은 손에 이끌렸던 순간이 떠오르고.
연주, 급박한 순간이 지나고 나자 갑자기 모든 게 이상하다.. 뭐지...?
매니저 : (연주가 멍하자) 선생님? 여기 왜 올라오셨는지 여쭸는데..
연주 : 네.. 근데 그게.. (할 말이 없다 머뭇거리는데)
이때 환자 옮기던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는.
매니저와 연주, 그 소리에 시선 돌리는데 웨이터가 급히 달려온다.
웨이터 : 매니저님! 저 사람 강철이예요!
매니저 : 뭐..??
연주 : (...?)
웨이터 : (사색되어) 맞아요! 강철 대표! 아깐 피 때문에 못 알아봤는데! 어떡해요!!
매니저 : 그게 뭔 소리야 강철이라니?!! (표정 완전히 굳어 웨이터와 함께 달려간다)
연주 : .....?
매니저, 구급대원들 제치며 들여다보는.
구급대원이 피투성이의 얼굴을 닦아내자 비로소 드러난 남자의 또렷한 이목구비, 강철이다.
매니저 : (보자마자 놀라 헉 소리를 내는, 패닉이 되서) 어떻게 된 거야 이게 도대체!! 비서실에 당장 연락해!
연주의 귓가에 구급대원들, 의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들려온다. ‘저 사람 강철이라는데??’ ‘뭐 진짜??’ ‘강철이 왜 칼에 찔려?’
연주 : (그 소리에) 왜들 놀래..? 강철이 누군데..? (하다 중얼) 강철은 만화 주인공인데..? (그것 말고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
연예인인가..? (하다) 아, 가수 중에 강철이.. (하다) 아니지, 그건 강탄데.
갸웃하던 연주, 갑자기 뇌리에 뭔가 펑 스쳐지나가는.
연주가 봤던 그림 속, 피투성이로 누워있던 강철의 모습이 떠오른다.
연이어 남자를 발견했을 때의 피투성이의 그 모습이 떠오르고.. 비로소 같은 옷차림, 같은 자세가 인지되는.
연주, 표정.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었던 피투성이의 남자 손이 다시 떠오르고..!!
연주 : (중얼) 무슨... 말도 안 되는..
연주, 지금 떠오른 생각에 어이없어하며 사람들 모인 곳으로 급히 가는.
한편 강철, 침대를 들어 올리자 흔들림에 얼핏 눈을 뜨는.
매니저 : (사색으로) 강대표님!! 정신 드십니까??
강철 : (들여다보는 사람들 또렷했다 흐렸다,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말이 안 나오고)
매니저 : (호들갑) 말씀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회사엔 저희가 연락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경호를 했어야 했는데!!
강철, 매니저의 수선스런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와중에, 시야에 대원들의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연주가 눈에 들어온다.
시선 또렷해지며 자신을 찌르던 연주를 알아보는 강철.
아까 어둠속에서와 달리 선명하게 드러난 그의 얼굴을 보고 연주, 표정.
강철의 눈빛과 겹치며 만화 컷으로 강철의 눈빛이 스쳐지나가고.
너무나도 익숙한 그 눈빛. 그는 분명히 강철이었다..!
연주, 표정.
구급대원 : 자 자 비켜주세요!
구급대원들이 매니저와 다른 사람들 밀치며 이동하고, 대원들에 가려 연주 시선에 더 이상 강철이 보이지 않는다.
연주, 자기가 본 것을 믿을 수 없어 돌처럼 굳은.
구급대원들에 실려 가는 강철, 옥상 문으로 사라지고..
멍해 있던 연주, 뒤늦게 따라가는데 갑자기 눈앞에 커다란 기호가 떠오른다. ‘ㄱ’
연주 : 뭐야 이게..? (놀라 주춤하는데)
이어서 ‘계’자가 되더니.. 잇달아 ‘ㅅ’ 나타나고 이어서 ‘속’자가 된다.
<계속>이라는 글자가 연주의 눈앞에 거대하게, 공간 사이에 3차원 입체자막처럼 뜬다. (C.G)
연주 : (????) 뭐야 이게..?? (하는 순간)
씬/36 성무의 작업실 (낮)
연주의 당황한 표정에서 카메라 빠지면...
시끌벅적하던 눈앞의 광경들, 순식간에 사라지고. 구급대원들도, 강철도, 호텔직원들도 없고..
연주는 아까 끌려들어가기 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햇살이 환하게 창을 통해 들어오고. 엽서는 바닥에 떨어져있고.
연주, 멍해서 잠시 그대로 있다가 고개를 돌려보는.. 태블릿에 직전까지 보던 그림이 그대로 떠 있다.
어둠 속에 쓰러져 죽은 듯한 강철의 그림, 언제 움직인 적이 있냐는 듯.
연주, 공포를 느끼며 모니터에 떨리는 손을 대보는. 그러나 모니터에 틱 부딪치는 손가락.
3차원이 아니다, 평면 모니터 속 그림일 뿐.
연주, 소름이 끼치는 기분, 무서워져 뒤로 주춤하는데.
수봉 : 누나 뭐 해요?
연주 : (! 소스라치며 돌아보는)
수봉이 문을 열고 들여다본다.
수봉 : 뭐해요? 왜 불러도 대답도 없고.
연주 : (떨며) 어떻게 된 거야..?
수봉 : 뭐가요?
연주 : 나 여기서 없어졌었지..? 한참 동안.
수봉 : 없어졌다구요? 언제?
연주 : (표정) 나 혼자 방에 있었잖아.. 너는 경찰에 신고한다고 나가고.
수봉 : (말 끊는) 경찰에 신고 안했어요! 선생님 무사하세요 누나!
연주 : 뭐...?
수봉 : (즐거운) 선생님 지금 마감하셨어요!
연주 : (!!)
수봉 : 어디서 보내신 건진 모르겠지만 하여튼 지금 막 보내셨어요! 그리고 강철을 도로 살려내셨어요~
누나 말이 맞았어 막상 죽이려니까 갈등되서 다시 생각하러 나가셨던 거예요. 그것도 모르고 괜히 누나까지 불렀잖아요.
연주 : (표정)
수봉 : 나와 봐요~
연주 : (멍해) 아빠는...?
수봉 : 아직 연락 없으신데 곧 들어오시겠죠~ 마감도 하셨는데~ (나가는)
연주 : (표정)
씬/37 성무집 거실 (낮)
어리둥절한 연주가 문을 열고 나오면 선미와 윤희는 신이 나서 주방에서 맥주와 안주 꺼내고 있고.
수봉, 자기 책상 모니터에 <더블유> 최신호를 띄워주는.
수봉 : 누나 여기서 봐요. (모니터를 돌려주는)
선미 : (연주가 나오자 신나) 언니! 우리 강철이 살았어요!
윤희 : 마지막 회도 아니예요 좀 더 연재하실 건가봐요~ 완전 다행이죠~
연주 : (무슨 소린지)
수봉 : (주방으로 가며) 아 한숨 돌리니까 갑자기 막 배고프다~ 짜장면 시켜먹자~
연주 : ..... (모니터로 시선 돌리는)
강철이 호텔 스위트룸에서 누군가의 전화를 받는 장면부터 만화 시작한다.
연주, 마우스로 스크롤을 내리는.
강철이 등 뒤에서 칼을 맞는 컷이 나오고. 강철, 쓰러지고 칼을 든 살인자, 지켜보다 사라진다.
여기까지는 연주가 아까 분명 봤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 스크롤을 내린 순간, 연주, 멈칫하는..!!
뒷모습만 보이는 미지의 여자가 갑자기 등장, 강철을 살피는 장면이 나오고.
여자의 뒷모습에 말풍선, <이봐요, 정신 차려요! 내 말 들려요?!> 연주가 했던 말 그대로다.
연주, ...??!
미지의 여자가 스카이라운지 주방에 들어가 구급차를 부르라며 소리치고..
행주를 잘라 지혈하고 웨이터의 볼펜을 흉곽에 꽂는 컷이 이어지는..
수봉 : (주방 쪽에서 맥주 따며) 새 캐릭터를 넣으셨더라구요. 여자 의사.
연주 : (믿을 수 없다, 중얼) 말도 안 돼..
침대에 실려 옮겨지던 강철, 정신이 들어 자신을 보는 연주를 발견하고.
자기 목숨을 구해준 여자를 기억해두려는 듯한 강철의 시선으로, 여자의 전신 컷이 비로소 정확히 드러난다.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 스트라이프 셔츠에 흰 바지, 오렌지색 스니커즈.
그리고 연주의 눈앞에 나타났던 그 거대한 글자, <계속> 이라는 글자가 마지막 컷에 박혀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그러나 명명백백한 진실이 아닌가.
연주 : ..... (멍해서 벽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중얼) 이거.. 나잖아..?
연주, 내뱉으면서도 자기가 미쳤다고 생각이 든다.
씬/38 한국 성심 병원 앞 (낮)
자막 - 며칠 후
강철의 쾌유를 비는 여성팬들이 잔뜩, 꽃과 플래카드를 들고 오버하며 몰려있고, 경찰이 못 들어가도록 지키고 있다.
그 앞에서 기자가 리포팅 중이다.
기자 : 두 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은 강철 대표는 다행히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로 회복 중이라고 병원 측은 알렸습니다.
지금 병원 앞은 강대표를 걱정해 모인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씬/39 병원 복도 (낮)
윤소희(30세, 강철의 여비서)가 단정한 투피스 차림으로 특실로 향한다.
입원실 문 앞을 지키는 경호원 둘이 문 열어주는.
기자 : (E) 경찰은 강대표를 피습한 용의자를 계속 추적 중에 있으나
아직 명확한 단서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씬/40 입원실 (낮)
여기저기 붕대 감고 링거 꽂고 의료기기 여기저기 단 강철, 비스듬하게 누워 TV에 나오는 자신에 관한 뉴스를 보고 있고,
경호원 서도윤(남, 35세)이 소파에 앉아 있다 소희가 들어오자 바로 TV 볼륨을 줄이는.
강철 : 찾았어?
소희 : 아뇨. 일대를 샅샅이 뒤졌는데 행방이 묘연하답니다. 사건 전후로 CCTV에도 전혀 찍힌 게 없구요.
강철 : (이상한) 찍힌 게 없어?
소희 : (다가와) 네. 그 여자 좀 이상해요. 매니저한테는 증언하겠다고 하구선
<회상 인서트 – 호텔 옥상>
뒤늦게 온 경찰 몇과 매니저가 찾는데 연주가 안보이고...
소희 : (E) 경찰 오니까 없어졌다네요.
소희 : 그리고 자신을 명세병원 의사라고 했답니다.
강철 : 명세병원이 어디야..?
소희 : 현재 대한민국에 명세병원이라는 데는 없습니다.
강철 : (?)
소희 : 그러니까 의사를 사칭했다는 건데요. 이거 좀 보세요. (매니저에게 줬던 연주의 명함을 건네준다)
강철 : (구겨진 명함을 받아들고 읽는) 흉부외과 레지던트 오연주..?
소희 : 아예 명함까지 파서 다녔나 봐요. 거기 적힌 핸드폰, 이메일 모두 가짜였구요.
(하고) 경찰은 이 여자를 공범으로 의심하고 있던데요.
강철 : (잠시 생각하다) 그건 아닌 거 같은데. (하고 다시 단호하게) 그건 아니야.
소희 : 어떻게 알아요? 아무것도 기억 안 난다면서.
강철 : 직감으로.
소희 : (?)
강철 : 어쨌든 꼭 찾아야 돼. 아무래도 이 여자가 내 인생의 키를 쥔 거 같으니까.
소희 : (그 말에 순간 기분 상하는) 대표님 인생의 키요..? 어휴~ 너무 거창한 표현이라 좀 오글거리는데요.
강철 : (못 들은 척) 찾아봐요.
소희 : 지금 몽타주 만들고 있답니다. 구급대원들 말로는 꽤 미인이라고
강철 : 아니 미인은 절대 아니고.
소희 : 미인이라던데요?
강철 : (단호한) 그 여자가 미인이면 개나 소나 다 미인인거고.
소희 : (눈 가늘게 뜨며) 근데 인생의 키라고요?
강철 : 예뻐서 내 인생의 키라고 한 줄 알아?
소희 : 한 눈에 꽂히신 줄 알았죠.
강철 : 대체 날 뭘로 보는 거야?
소희 : 희대의 바람둥이요.
강철 : (어이없어하며) 이렇게 사장한테 막말하는 비서 봤나? 형, 본 적 있어요?
도윤 : (웃으며) 아니요.
소희 : 그게 아님 어떻게 처음 본 여자가 인생의 키가 되나요?
강철 : 내 존재의 이유.
소희 : (....?)
강철 : 내 존재의 이유를 밝혀줄 키가 그 여자 같아. 됐어?
소희 : (....!) 황당하네. (갑자기 반말 나오는) 니 존재의 이유는 나도 밝힐 수 있거든?
간단해, 너희 부모님의 사랑으로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서
강철 : (말 끊어버리는) 몽타주 절대 예쁘게 그리면 안 돼. 그럼 죽어도 그 여자 못 찾아.
(하고) 그리고 반말은 둘이 있을 때 만이랬지?
소희 : (뭔가 약 오르는) 네 알겠습니다. 경찰에 그대로 전할게요. 대표님 인생의 키가 될 여자는 결코 미인이 아니라고.
(부러 공손히 인사하고 나가는)
소희가 문을 닫고 나가면.
강철 : (흘끔) 또 삐진 거 같지?
도윤 : 인생의 키라는 표현은 좀 쎄긴 한데. (하고) 엄청 미인인가보다?
강철 : (어이없는) 미인 아니라니까.
도윤 : (안 믿는 미소)
강철 : 하 참. (하고는 명함을 다시 보는, 중얼) 오연주라.. (진지하게) 오연주.. 당신 지금 어디 있어..?
씬/41 레지던트 숙직실 (낮)
병원 침대에 누워 명함을 보는 강철의 모습, 그대로 만화컷으로 변하면서.
똑같은 말풍선, <오연주.. 당신 지금 어디 있어..?>
핸드폰으로 웹툰 보고 있는 가운 입은 연주, 입 딱 벌린 채.
박교수 : (E) 오연주 어딨냐?
박교수가 핸드폰 들고 찾다가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고.
박교수 : 여기 있네. (짜증나, 보던 핸드폰을 흔들며) 임마, 아버지가 딸 사랑하는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말야,
만화 캐릭터를 이렇게 오연주라고 대놓고 해버리시면 나 같은 독자는 어떻게 보냐?
연주 : ......
박교수 : 이거 봐 명세병원 흉부외과, 아예 대놓고 내 딸입네 하시면 대체~
너같은 돌팔이가 강철 목숨을 구하는 게 몰입이 되겠냐고 나한테? 그리고 뭐, 오연주가 미인이라고?
내가 그 대사 보고 순간 핸드폰을 집어던질 뻔 했어.
연주 : (머리가 깨질듯) 교수님 나중에 얘기하시죠. 저도 이게 바라는 바가 아니구요..
박교수 : 니가 아버지한테 압력행사 했지? 이름 넣어달라고? 이게 얻어오라는 스포는 안 얻어오고 명작에 오연주로 개칠을 하고
연주 : (벌떡 일어나 박교수를 밀며) 저기 좀 나가주실래요? 제가 지금 교수님 말씀 들을 때가 아니라서요.
박교수 : (황당) 어, 이게 나 밀었냐? 지금 날 밀어?
연주 : 아 제발 좀!! 일단 나가시라구요!! (확 떠밀더니 문을 잠가버리는)
씬/42 병원 복도 (낮)
떠밀려서 나오는 박교수. 석범이 오다가 놀라고.
석범 : 교수님? (뛰어가 넘어지지 않게 부축하는)
박교수 : (기막힌) 저게 돌았는데? 저게 아주 디질라고.
씬/43 레지던트 숙직실 + 성무집 거실 (낮)
멘붕에 빠진 연주, 급히 핸드폰을 걸고 있다.
수봉 : (E) 여보세요 누나?
연주 : 수봉아 너도 봤지? 강철이 나를 찾고 있어. 기가 막혀 나를 찾고 있다고!
수봉 : (E) 네?
연주 : 내 명함을 들고 나를 찾는다니까!! 저거 내가 준 명함이야! 내가 호텔 매니저한테 준 명함이라니까?! 진짜 내 명함!!
수봉도 모니터에 만화를 띄워놓고 컵라면 먹으며 통화 중이다.
수봉 : 에? (?? 연주 말은 이해 못한 채) 하여튼 스토리가 좀 이상해지는 거 같긴 해요.
갑자기 새 여자 캐릭한테 너무 포커스가 가니까.. 선생님은 연락도 끊고 이걸 어디서 그리시는 건지.
연주 : (머리를 마구 헝클며) 이거 아빠가 그리는 게 아니야..!!
수봉 : (? 이해 못하고) 그럼 누가 그려요?
연주 : 이건 저절로 생겨난 거야..! 내가 강철을 살려내면서!!
수봉 : 에?
연주 : 죽어야 될 강철이 살아나면서 스토리가 저절로 진행되고 있는 거라고!
수봉 : (어이없는) 누나 저번부터 뭔 이상한 소리를 자꾸..
연주 :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강철이 살아있다고!! 살아서 나를 찾고 있어!!
더블유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니까?! 진짜 강철이 사는 세계!! 내가 봤다고!
수봉 : (E) 누나 좀 진정하고.. 난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연주, 못 알아듣자 답답해 전화를 끊어버리는.
밖에서는 석범이 문 두드리며 ‘야 문 열어, 너 돌았냐?’ 소리 들리고. 그러나 연주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연주, 다시 웹툰의 강철의 컷을 들여다보는.
연주, 모든 게 명백한 진실로 느껴지면서 두려움이 몰려온다.
연주 : (살아있는 사람에게 말 걸 듯) 왜 나를 찾아 당신...? 날 찾아서 어쩌려고...?
그림 속의 강철, 대답이 없고.
연주 : 왜 내가 당신 인생의 키가 되는데..?
답도 없는 만화에 대고 묻는 연주와, 마치 연주에게 말을 거는 듯한 만화 속의 강철,
곧이어 강철의 컷, 실사로 변하고...
서로가 궁금한 강철과 연주, 이분할되며. 제 1 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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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 다시 해주네요 생각나서 찾아왔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