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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재 기자
황도 앞바다의 갯고랑이 아름답다
서해안은 섬과 섬 사이를 교량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흐리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서해의 일출을 보러 천수만에 있는 황도로 향했다. 황도교를 지나가는 길가와 언덕배기에는 일출 명소답게 최신 펜션들이 즐비하다. 황도는 낚지, 소라, 꽃게 등을 잡는 해루질 체험으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손님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섬 여행객이 줄면서 섬 주민 생활에도 코로나의 위력은 비켜나지 않은 것 같다. 희뿌연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모르게 바다를 덮고 있어 일출 기대는 사라져버렸다.
꿩 대신 닭이라고 일찍 갯벌에 나가서 뭔가 일을 하시는 아주머니들을 볼 수가 있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습이 그냥 어울린다. 갯벌로 들어가는 두 개 발자국은 정답게 걸어간다. 건너다보이는 곳에 나중에 우리가 가야 할 곳, 간월암이 있는데도 거의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갯고랑으로 물이 들고 나간 흔적이 아침 여명에 비치고 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누군가 갯벌 중간에서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바닷물은 썰물로 갯벌이 드넓게 드러나 있어 동해와 남해와는 다르게 서해답다. 갯고랑이 많지는 않지만, 멀리 섬과 갯벌이 눈에 든다.
밀물 때 간월암을 드나드는 빨간색 보트
다시 간월암으로 향하다 천수만 넓은 벌판을 보고 간월호를 만난다. 쉼터에서 지나가는 새들의 모습을 찾아보지만, 보이지를 않는다.
간월암(看月庵) 앞, 주차장에 서면서 가슴이 떨려온다. 언제 한 번 오리라 생각하고 있던 버킷리스트 중 한 곳이다. 특히 어리굴젓이 유명한 곳이다. 들어가는 입구 쪽에 어리굴젓 가게가 있고, 간월도 어리굴젓 기념탑도 있다.
‘간월암(看月庵)은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 위치한 암자이다. 원효대사가 세웠다고 하는데 출처가 분명치 않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행 중에 달을 보고 홀연히 깨우쳤다고 하여 간월암이라 하였다. 조선 시대에 억불 정책으로 조선 말엽에 폐사되었던 것을 1941년 수덕사 조실 만공(滿空)스님이 다시 중창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밀물에는 뭍(간월도)과 연결되고 썰물에는 섬이 되는 곳이다.
간월암 입구
간월암에서 수행하던 무학 스님이 어리굴젓을 태조에게 진상하였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만공스님이 1942년 8월부터 1945년 8월까지 조선독립을 위해 천일기도를 회향 후, 3일 만에 조국이 독립을 맞이했다는 사실이다. 충남 유형문화재 제184호 목조보살좌상이 있다.’<간월암 소개 글에서>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간월암은 사진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이다. 구름 속에 있든 해가 나타나면서 바다를 비춰주는 모습이 환하게 맞아준다.
바닷길을 열고, 닫는 곳, 달을 보며 깨우침을 얻는 곳이라는데 우리를 위해서 멈칫거리든 해가 달을 대신해 풍경을 비춰주는 것 같다. 간월암은 특히 주변의 섬들과 어우러진 낙조와 함께 달이 떠올랐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우리의 일정이 만만치 않아 그 풍경은 다음에 다시 와 보기로 하고, 마음을 달랜다. 마침 햇살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고기잡이배에 반사되어 그 끝자락이 간월암 뜰 고인 물에 비치는 모습이 달빛과 닮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썰물이라 간월암으로 건너가는 길이 열려 있다. 오른쪽으로 방파제가 연결되면서 끝부분에 빨간색 등대가 오롯이 서 있다. 간월암을 지켜주고 있는 듯이 서 있다. 밀물이 들어왔을 때를 대비하여 나들기를 위해 빨간색 보트가 간월암 작은 선착장 앞에 지금은 할 일이 없다는 듯 늘어져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청기와로 이어진 지붕 위에 솟아 있었다. 물이 빠진 길을 걸어가면 일주문이 날아갈 듯이 날렵하게 서서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들을 잡아주는 것 같이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린다.
난간을 꾸미고 있는 소원등이 둘러쳐져 있다
절 주변을 둘러친 소원 등이 색색으로 아침 바람에 흔들리며 인사를 한다. 하나씩 바라보는 내 마음도 간절한 마음이 이입되고 있다. 또박또박 정성 들여 써 붙인 사람들의 간절한 두 사람의 소원들이 있다. 하나씩 어우러져 아름답게 보이듯 어디에서 꿋꿋하게 잘 살아가리라 믿는다. 기둥에 새겨진 보살들의 갖가지 모습들도 이웃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종교도 사람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을 더 윤택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방법의 한 방편이 종교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경내를 둘러본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종무소 앞 150년 된 팽나무와 250년 된 사철나무가 마당을 지키고 서 있다. 이렇듯 나무가 간월암의 주인으로 자리 잡고 있을 줄이야. 오랫동안 간월암을 보고 느끼면서 견뎌온 시간이 바다와 바람과 달밤과 파도 소리를 들으며 보듬고 왔을 것이다. 잠시나마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나 자신이 하나가 되어보는 것이다. 그런 시간이 겹겹이 쌓이다 보면 나도 더 뿌리를 내리고 자연과 닮아있지 않을까?
250년 된 사철나무
바다 쪽으로 눈을 돌린다. 뭔가를 캐고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바다에 반영되어 실루엣으로 다가선다. 아직도 구름 사이로 들락거리는 햇살이 더욱더 그림을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다. 아스라이 수평선을 그은 바다는 희뿌옇기만 하게 흐려져 있지만, 차라리 밝은 날보다 더 아름답게 채색이 된 수채화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바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주머니들은 작은 굴 껍데기를 떼어 내고 자그마한 굴을 떼는 도구가 있다. 쪼시개, 조새라고 하는 손에 쥐는 작은 도구로 하나씩 작은 굴을 캐내어 담고 있었다.
바다에는 갈매기들이 돌 위에 앉아 평화롭기만 하다. 바다 위로 유영하는 갈매기도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다.
바다쪽에서 바라보면 간월암은 바다 위에 떠있는 배를 닮았다
눈을 돌려 간월암을 바라보니 물에 비친 간월암은 한 척의 배가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생각 같으면 24시간 간월암의 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어찌 마음대로 다할 수 있을까? 그래야 다음에 다시 와 볼 수 있는 숙제를 안고 떠난다. 다시 뒤돌아보면서 아쉬움을 바다 위에 띄워놓았다.
차를 달려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태화산 마곡사’로 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간다. 올해 초부터 사찰 출입 시에 65세 이상에서 70세로 상향 조정되었다. 가뭄으로 물이 많지 않은 마곡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가에 멋 글씨(캘리그라피)로 갖가지 시구를 적어 걸어두었다. 가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태화산 마곡사 입구 표지석
마곡사는 한국의 산지 승원(韓國의 山地 僧院) 7개(영축산 통도사, 봉황산 부석사, 속리산 법주사, 조계산 선암사, 두륜산 대흥사, 천등산 봉정사, 태화산 마곡사) 중 한 곳이다.
‘7세기에서 9세기에 창건한 이들 7개 사찰은 신앙과 수행,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한 한국 불교의 역사적인 발전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 선불교의 특징인 자급자족이 가능한 사찰 관리, 승려 교육, 수행과 학습뿐만 아니라 한국 불교의 무형적, 역사적 측면도 확인할 수 있다. 경내에는 한국의 다양한 불교 신앙이 수용되어 있으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다수의 구조물과 전각, 유물, 문서 등은 한국 불교의 포용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2018년 7월 4일 세계 유산 등재하였다.’<산지 승원 소개 글>
마곡사 대웅전과 탑
휘둘러 가면 입구가 나오는데 큰 돌에다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유네스코 세계 유산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麻谷寺)’라고 적혀 있다.
경내를 둘러본다. 특이한 것은 김구 선생님이 명성황후 시해 장교를 죽이고 옥살이를 하다 탈옥하여 승려를 가장하여 머물렀다는 곳이다. 선생님이 식수한 향나무도 잘 자라고 있었다.
김구 선생이 머물던 곳
이곳도 마음 잡아서 하루 정도 주위를 돌아보면서 암자에도 들리면서 찬찬히 살펴보는 여행이 필요한 것 같다. 카메라에 담은 풍경들이 다시 보면서 주위를 기억해 내는 동안은 행복한 여행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것이다.
마곡 계곡을 따라 다시 내려오면서 또다시 인연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가슴에 품는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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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공스님 간월암#유네스코 등록 산지승원#마곡사#태화산 마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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