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넘긴 위기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나는 항상 수면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일단 잠을 자러 방에 들어가면 침대머리에 있는 청와대 비상전화를 제외한 밖에서 울리는
일반 전화는 받지 않았다. 아내도 이를 알고 누구도 바꿔주지 않았다.
어느 공휴일이었다. 그날도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자고 있는데 새벽 4시 30분쯤 거실에서 일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전화벨이 끈질기게 울렸다.
한 번에 수십 번을 울리다가 끊어지고 다시 울리기를 반복했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끝까지 할 기세였다. 나는 화가 났지만 할 수 없이 일어나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집사님 지금 뭐하세요?"
뉴질랜드의 박 집사였다.
"박 집사님! 지금 서울 시간 새벽 네시 반입니다. 뭐하긴요,자고 있었지요!"
"자다니요! 큰일이 났는데... 어서 일어나세요!"
"왜 그러세요?"
"아! 일어나세요. 일어나셔서 기도하시고 기다리세요. 연락이 올겁니다."
자다 깨서 좀 황당했지만 큰일이라고 하니 정신이 번쩍 났다.
전화를 끊고 일어나 샤워를 하고, 한 시간 동안 거실 소파위에 꿇어 엎드려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고 외출복을 차려 입고 소파에 앉아서 연락을 기다렸다.
8시 30분쯤 청와대 비상 벨이 울렸다. 당시 심윤조 외교비서관이었다.
"수석님, 일이 생겼습니다. 빨리 나오셔야겠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 일은 나중에 언론에서 크게 보도가 되었지만,
그때는 아직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내부에서만 신속하게 움직일 때였다.
당연히 뉴질랜드에 있는 사람이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박 집사는 어떤 사건인지 전혀 모른채, 나를 위해 기도를 하는 중에 그저 성령께서 주시는 말씀을
전해준 것이었다.
나는 한 시간 동안 기도를 한 덕분에 심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이 일이 생길 것을 미리 알려주시고 기도하게 하신 하나님께서 틀림없이 지켜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고 집에 돌아오니 박 집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사님! 혼나셨죠?"
"네, 혼났습니다."
"이제는 좀 가라앉았는데요. 조금 더 갈 거예요. 계속 기도하셔야해요."
그 사건은 정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방언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경험한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이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살아계시며, 사랑하는 자를 지키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셔서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뉴질랜드에 있는 박 집사를 통해
나에게 미리 기도를 시키신 것이었다.
"하나님의 대사"(김하중, 규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