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대감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먹고 살만큼의 재산(財産)도 있고
금슬(琴瑟)도 좋았는데
다만 자식(子息)이 없어 늘 근심하였습니다.
부부(夫婦)의 소원(所願)은 대를 이을 아들
하나를 얻는 것이었는데,
그 바램이 지극하여서인지 결국은 아들 하나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아들의 관상을 보니 빌어먹을 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백마(白馬) 한 마리를 구해
타고 팔도(八道)를 유람(遊覽)하며
복 있는 며느리를 찾아다녔습니다.
10여 년을 찾아 헤매었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때는 한여름이라 날이 넘 더워 정자에서 잠깐
쉬어가고자 그 곳으로 가는데,
그때 한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 얼굴을 보니
하루 서 말의 쌀을 얻을 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여자를 꼭 며느리로 삼아야 며느리 덕으로라도 자식의 빌어먹을 팔자를 면할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여 그 여자의 뒤를 따라 여자의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여자의 부친은 백정(白丁)이었는데
이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자신의 딸과
그 아들을 맺어주기로 약조하게 되었습니다.
혼인(婚姻)날이 되어 아들은 장인이 칼잡이라는 사실(事實)을 알게 되고 부친이
돌아가신 후에는 반드시 부인을 쫓아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버지는 며느리에게 아들의 이 변심이
늘 염려(念慮)되어 항상 자신이 죽더라도
아들을 버리지 말라고 당부하였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똑같은 말을 한 번 더
당부하고 죽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부인을 구박하고 때리며 쫓아내니 부인이 결국 집에서 쫓겨나 숯장수를 따라가 살게 되었습니다.
이 여자가 하루는 숯장수가 숯을 굽는데
점심(點心)을 해 갖고 숯 굽는 곳에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숯가마를 가만히 보니 금덩이로
숯가마의 이맛돌을 해놓은 것이었습니다.
여자는 숯장사 남편을 시켜 그 돌을 빼어내게 해서는 집으로 갖고 와서 반으로 나눠서
반을 남편에게 주면서 서울에 가서, 금은방을 찾아가 팔아오라고 하였고 그걸 팔아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여자는 좋은 터를 골라 집을 크게 짓게 하였는데, 대문(大門)은 특히 신경을 써서
중국에서 온 장인을 불러다가 만들게 했습니다.
문은 열고 닫을 때마다 전남편의 이름이
들리게 만들었는데, 부인은 집이 다 지어지자
걸인들을 불러 잔치를 열었습니다.
하루는 전남편이 이 집에 잔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는데,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자신의 이름이 들리니 신기하여 계속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였습니다.
부인이 이 소리를 듣고 남편이 왔음을 알고
숯장수 남편과 그 사이에서 얻은 세 아들을 불러 그간 사정을 이야기 하고 전남편을
따라가고자 함을 알렸습니다.
숯장수 남편은 재산을 나누어 가지고 가라고 하였으나 부인은 끝내 마다하고 전남편과
함께 떠났습니다.
전남편과 함께 떠난 그 여자는 시아버지가 예상한 되로 복을 담고 사는 관상(觀相)을 갖고
태어난 여자(女子)여서 그런지 아니면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어서인지?
예전에 만약을 대비해 반을 남겨서 보관해서
간직해 온, 그 금덩이를 남편 몰래 서울에 가서 팔아 큰돈을 마련 그돈으로 재산을
계속 불려가며서도 아들 셋을 낳아 거지가 된 남편을 시아버지가 말한 유언(遺言)대로
버리지 않고 잘 섬기며 시아버지인 대감의 가문(家門)의 대를 지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의 선견지명의 대책 덕으로 거지팔자를 면하고 평생(平生)을
백정의 딸인 아내의 덕으로 행복(幸福)하게
잘 살았다고 합니다.
첫댓글 지혜로운 백정의 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