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에게]
-나희덕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 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먼 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나를 뚫고 오르렴
눈부셔 잘 부스러지는 살이니
내 밝은 피에 즐겁게 발 적시며
뻗어 가려무나
척추를 휘어접고 더 넓게 뻗으면
그때마다 나는 착한 그릇이 되어
너를 감싸고
불꽃 같은 바람이 가슴을 두드려 세워도
네 뻗어 가는 끝을 하냥 축복하는 나는
어리석고도 은밀한 기쁨을 가졌어라
네가 타고 내려올수록
단단해지는 나의 살을 보아라
이제 거무스레 늙었으니
슬픔만 한 두릅 꿰어 있는 껍데기의
마지막 잔을 마셔다오
내 가슴에 끓어오르던 벌레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빈 그릇
너의 푸른 줄기 솟아 햇살에 반짝이면
나는 어느 산비탈 연한 흙으로
일구어지고 있을 테니
******
이 작품의 특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비유, 의인화와
영탄적 어조를 사용하고 생명의 탄생과 성장의 순환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 나희덕시인의 '뿌리에게' 작성자 중앙지킴이
첫댓글 나희덕 (Ra Heeduk) 시인, 대학교수- 출생 : 1966년, 충청남도 논산- 소속 : 서울과학기술대학교(교수)- 학력 :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데뷔 : 1989년 중앙문예 '뿌리에게' 등단- 수상 : 2019년 제21회 백석문학상- 경력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 관련정보 : 네이버[지식백과] - 마른 물고기처럼
첫댓글 나희덕 (Ra Heeduk) 시인, 대학교수
- 출생 : 1966년, 충청남도 논산
- 소속 : 서울과학기술대학교(교수)
- 학력 :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 데뷔 : 1989년 중앙문예 '뿌리에게' 등단
- 수상 : 2019년 제21회 백석문학상
- 경력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
- 관련정보 : 네이버[지식백과] - 마른 물고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