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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열여덟 살 여름방학 때 있었던 가슴 섬뜩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내 말을 믿을 수도 있고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생각에 맡기겠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귀신과 잠을 잤던 열여덟 살 때의 여름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열일곱이 되던 해 봄 난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국립학교로서 전국에서 애들이 모였다.
기숙사생활이었고, 당시 처음 만나는 사이인지라 알게 모르게 기 싸움도 많았고, 실제 싸움짓거리도 많이 하던 때였다.
난 2동 204호를 4명의 친구들과 함께 배정받았는데, 중학교1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했던 터라 당시 덩치는 작았어도
태권도 2단인 나에게는 어느 누구한테라도 자신감이 있었을 때였다.
어느 날 기숙사 방문이 부서지듯 열리며 2명의 친구(?)가 들이닥쳤다.
누가 박**이냐?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돌려 누군지 물끄러미 쳐다 봤다.
그때 입학시험 당시 만났던 태희라는 친구가 나의 방으로 왔다.
큰소리 치는 애들을 보는 순간 태희는 그 둘을 순간에 바닥에 꼬꾸라트렸다.
그리고는 책상 아래 들어가있던 철제 의자로 애들을 두드렸다.
뼈라도 부러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순식간에 태희는 그 둘을 제압했다.
당시 그 친구는 유도 2단을 소유한 유단자였고, 어른 못지 않은 체격과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꼬꾸라진 두 명의 친구는 아무 말 못하고 도망을 쳤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태희와 나는 둘도 없는 짝꿍이 되었고
그 이후로 아무도 시비를 걸어오지 않았다.
그 해 여름 태희가 첫사랑을 시작했다. 그 첫사랑의 상대가 내 고향 아랫동네 사는 미선이라는 선배 여자애였는데,
넉살 좋은 그 친구는 여름 방학 내내 우리 집에서 기거하며 미선이네 집에 놀러도 가고, 서서히 사랑을 키워갔다.
나중에 태희는 미선이와 헤어졌지만, 그 사이 애틋한 사랑은 내가 다 봐왔으며, 태희는 누구보다 순수한 사랑을 했다.
학교생활 1년이 넘어가면서 주위에 열명의 절친한 친구 지간이 결성되었다.
하나같이 공부도 잘 하면서 운동도 잘 하는… 즉, 태권도, 유도, 합기도, 격투기 등 대부분 고수의 유단자였고,
교내 태권도, 유도 동아리 활동도 하는 잘 나간다는 애들만이 모일 수 있는 그런 파가 결성이 된 것이다.
그 중 특이한 애가 하나 있었는데, 잘 나가는 사촌 덕분에 시내 유흥가의 아가씨는 그 친구 독차지였고
우리는 어린 나이에 그 친구 덕분으로 공짜 술과 공짜 유흥은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물론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만
비추어져야 했다. 열명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떡 대 같았고, 덩치 작은 나는 친구들 사이에 보호 대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열여덟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친구들이 모여 상의를 했다. 바다로 가서 여자 대학생 애들을 꼬시자는둥, 이러자, 저러자 하다가
결국은 무전여행을 결심했다. 목적지는 고리 아홉 달린 여우가 산다는 강원도 두메산골로 가기로 한 것이다.
열명의 친구들과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 생각되어 나는 흔쾌히 동의 했다.
말이 무전여행이지, 그래도 어느 정도 여비는 필요하다 논의되어 아르바이트를 하든 부모님께 얻든 하여
인당 3만원씩 가지고 오기로 했다. 당시 아버지의 노름과 바람끼로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던 나는 열심히 뱀을 잡아 땅꾼에게
넘겼고, 며칠 사이에 3만원을 쉽게 벌 수 있었다.
내 고향 동네 이름이 옛 말이 ‘뱀자골’이었고 이 이름이 변천하여 ‘반자골’로 바뀌었다. 그만큼 뱀이 많았다.
땅꾼에게 넘긴 금액이 독사 한 마리 400원, 너불대(꽃 뱀) 한 마리 200원, 살 구렁이 한 마리 200원, 살모사 한 마리 3,000원
능구렁이 한 마리 3,000원이었다. 백사/청사/흑사도 보았지만 실제 귀한 뱀인지도 몰랐고 빠르기가 엄청나 잡지도 못했으며,
오로지 독사, 살모사만 잡아 여행비용을 모았던 기억이 있다.
이 돈을 모아 여행 하루 전 동대구에 사는 형님 댁으로 나왔고, 하룻밤 자고 9시30분까지 동대구역으로 모였다.
열차는 10시에 예약되어있었는데, 당시 삐삐도, 휴대전화도 없던 때라 결국 2명의 친구는 오지 않았고 8명의 친구들만
열차에 올랐다. 나중에 집으로 연락해보니 늦잠 잔 친구 하나, 날짜를 헷갈린 친구 하나 그랬다. 멍청이들…! ^^
동대구쪽에 사는 친구 하나가 인당 3천원 꼴의 열차표를 미리 준비해두었기에 약 2~3만원은 그 친구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갔고, 회비로 걷은 나머지 약 20만원은 그 친구 뒷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5분 가면 서고 5분 가면 서는 완행열차였고, 이렇게 따분한 여행이었다면 아예 바다로 갈걸 그랬다 라는 후회가 들었다.
배가 고파 열차에서 파는 음료수, 도시락, 소시지 등 총무가 이것 저것 썼는데, 어느 순간 총무의 뒤 호주머니가
예리한 면도날에 잘려 뜯어져 있었고, 현금 약 20만원이 온데 간데 없어졌다.
차에서 그 큰 20만원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했으니 소매치기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제 진정한 무전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저녁 7시가 넘어 강원도 깊은 어느 골짜기 간이 종착역에 도착을 했다.
밖에 가로등 하나만이 있고, 열차는 그곳에서 잠을 자고, 내리는 사람은 우리 밖엔 없었다.
쓰러져가는 작은 구멍가게가 있어 들어갔다가 배가 고파 총무가 따로 빼놓은 3만원으로 라면 8개를 끓여달라 부탁하여
허기진 배를 약간 채우고 있노라니 잠자리가 걱정이었다.
이 조그마한 슈퍼에서 잠을 재워주기도 만무하고 주위 민가 몇 채는 전부 초가집이고… 방도 없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
누가 여기 오자 그랬어?
아 조용해! 이제 와서 그 말 하면 뭐해?! 이젠 벌써 지쳤는지 서서히 분열이 생기는가 싶었다.
슈퍼 할아버지께 여쭈어보았다. 어르신! 이곳에 유숙할 수 있는 그런 좀 큰 집 없나요?
조기 앞으로 해서 길 따라 좀 올라가봐! 좀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집 가면 아마도 재워달라면 재워줄 수 있을껴! 어여 가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는 곧바로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하늘은 잔뜩 찌푸렸고, 밤은 칠흑같이 어두워져 라이터와 성냥불에 의지하여 그 작은 산길을 따라 걸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다. 발도 헛디디기도 수 차례 했고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 하기도 했다.
금방 큰 집이 나온다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사람 하나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산길이 나왔고 우리는 행군하듯 1렬로
차례 차례 산길을 올랐다.
이제 우린 오늘 다 죽었다. 제대로 오늘 늑대 밥이 안되면 꼬리 아홉 달린 여우 소굴로 들어간다 우리! ㅋㅋㅋ
시 끄러 임마!
자식 겁먹긴! ㅋㅋㅋ
친구들의 장난도 잠시! 이상한 동물의 울음소리에 건장하고 강한 친구들이었지만 아무 소리 못하고 조용 조용히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 약 1시간 이상 걸어 산 구릉을 넘는 순간 저기 산밑에 가로등을 대낮같이 밝혀둔 기와집이 나타났다.
우리는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이 깊은 산골에 저렇게 대궐같이 큰 집이 있다는 것과 대낮같이 훤히 불을 밝히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것 저것 볼것 없이 그 대궐 같은 집 앞으로 갔다.
애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귀신의 집이다. 아니다 돈 많은 사장 애첩 집이다. 등…
그런데, 이렇게 깊은 산골에 이렇게 큰 기와집이 있다는 것과 대낮같이 불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의아했다.
마치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오싹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 기둥에 초인종이 있다며, 친구 하나가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다가 내가 큰 대문 옆 쪽문에 손을 대고 밀어보았다. 그런데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버렸다. 몽롱한 기운이 돌았다.
조금 열린 쪽문 안에서 한 여인이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은 상태에서 뒤로 한번 묶은 모습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가로등 불빛에 그 여인의 아름다운 몸매가 거의 나체처럼 각선미를 보이고 있었다.
세상에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의 몸매는 생전 처음으로 보았다.
얼어붙은 나를 태희가 의식하고 나를 밀치고 대문 안을 바라보았을 때는 이미 그 여인은 쪽문 밖으로 나오고 있던 순간이
되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는 뒤로 물러났다.
여인이 나왔다. 선녀보다 예쁜 얼굴과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이 아닌 천사 내지 귀신인 듯 싶었다.
그 여인은 우리를 둘러보더니 어떻게 오셨느냐 라는 말 대신 90도 인사를 하며,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으로들 드세요…! 하고는 먼저 쪽문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 하여 어느 누구라도 먼저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라고 밖에는 해석이 안되며, 왜 소복을 입고 있는 건지,
이 깊은 산속에 이렇게 큰 집이 왜 있는 건지, 그리고 인기척이 없는 것으로 보아 여자 혼자 사는 집임에는 틀림 없었고,
여러 가지 미묘한 감정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돈 많은 사장의 애첩? 오늘밤 우리는 밤새 서비스를? 아니면 여우? 귀신? 아… 그때 만감이 교차한다는 게 이런 것임을
알게 되었다.
용기를 내어 쪽문 안으로 한발을 내디뎠다.
나의 영원한 보디가드인 태희가 나의 목덜미를 잡았다.
니 들어갈라꼬?
엉? 정신이 번쩍 났다. 그러나 태연히 말했다. 그라머 여기서 잘라꼬? 안들어갈끼가?
태희는 목덜미를 놓았고, 내가 들어가자 말자 애들이 우루루 따라 들어왔다.
설마 여우겠나, 귀신이겠나? 우리 든든한 친구들이 있는데 설마 어째 하겠나?
거실 상드리에는 안방만큼이나 컸고, 우리는 사랑방으로 안내되었다.
곧 친구 2명을 데리고 나가 큰 상에 진수성찬의 음식이 사랑방으로 왔다.
이유도 모르고 우린 허겁지겁 식사를 했고, 난 그날 꼭 세그릇반을 먹었다.
생전에 그렇게 밥을 많이 먹어 본적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사랑방 구석에 도자기 주전자가 놓여있었는데, 그 안에 술이 들어있었다. 아카시아 향이 너무 좋아 한 두잔 홀짝 홀짝
마셨는데 아직도 그 향을 잊을 수 없다.
배도 부르고, 취기가 약간씩 오른 상태에서 친구들이 이야기를 꺼냈다.
분명히 돈 많은 사장 첩인데, 오늘 우리 밤새 서비스 해야 한다 라는 쪽으로 조용히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다.
당시 나는 그런 것을 싫어했던 편이라 설마 설마 했다.
그러다가 상을 물리고 11시가 넘어가는 시간이 되었다.
그 여인이 아카시아주와 과일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 독하게 담은 것이 아니니 과음만 말고 드셔도 좋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는 좌로부터 우로 친구들을 하나 하나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네 번째 앉은 나를 보는 순간
총각 저 좀 따라 나오세요. 하고는 밖으로 나가려 했다.
아주머니! 지금 뭐하시는겁니까? 우린 학생들입니다.
^^ 알고 있어요… 걱정 말고 나오세요. 하고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 인상이 너무나도 편안하고 아름다워 사실 제발 저 좀 어떻게 해주었으면 싶은 마음도 있었다. ^^
아주머니가 먼저 나가고 내가 따라나가려 하는데, 친구들이 말했다.
명준인 좋겠다. 잘해봐~~! ^^
자식들 시끄럼마! 그런 거 아닌것같어! 기다려! 하고는 방문을 나섰다.
그 여인은 거실을 빠져나가 밖으로 나갔다.
나도 뒤따랐다.
그러더니 건물 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나도 뒤를 따랐다.
뒤를 돌아가니 큰 집에 붙은 작은 집. 즉, 방이 하나가 나왔다.
여인이 그 방문을 열었는데, 내 눈에 보인 것이 침대와 화장대였다.
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아주머니 지금 뭐하시는겁니까? 우린 학생이라고 했잖습니까?!
호통소리에 움찔한 아주머니가 다시 문을 닫고 내 앞으로 왔다.
혹시 잔나비 음력 3월 초하루 자시생 아니십니까?
헉! 내 생일을 알아맞힌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순간 머리 결이 쭈뻣 섬을 느꼈다.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는지?
갑자기 여인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않더니 잠시 동안 서럽게 울었다. 한동안 멍하게 있다가 여인을 달랬다.
아주머니! 뭔가 연유가 있는 것 같네요. 무슨 일이신가 이야기 좀 해주세요.
걱정 마시고 이 방으로 들어오세요…
네…
방에 들어가자 말자 그 여인이 나에게 큰절을 했다.
당황하여 같이 절을 하고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구석에 놓여진 아카시아주를 몇 잔 들이켰다.
저는 약 18년 전 *용 그룹(지금도 있음) 초대 회장 ***님의 비서로 입사를 했습니다.
노회장님이 저를 딸처럼 예뻐하셨고, 부모님이 없던 저는 아버지처럼 믿고 따랐습니다.
그러다 정이 깊어져 노회장님의 아기를 가지게 되었는데, 이를 알게 된 사모님이 사람을 시켜 유산토록 지시하셨고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으며, 이를 노회장님이 알게 되어 이리 거처를 마련해주시고 주위 논밭을 사서 도지를 맡겨
살 수 있도록 해주셨었드랬습니다. 애기가 태어나면 키울 수 있도록 유모도 함께요… 그러다가 68년 음력3월1일 자시
제 딸이 태어났습니다.
헉! 저랑 생일이 같잖습니까?
네…
그러다가 지금은 메우었지만, 뒤뜰에 그리 깊지 않은 연못이 하나 있었는데, 제 딸이 빈혈기가 있었는데, 쓰러지면서
연못에 넘어져 제 딸이 변을 당했습니다.
세상의 모든것을 잃어 그 이후 자포자기 하며 살던 터에 자꾸만 꿈에 딸이 나타나고 몸이 자꾸만 아프더군요.
병원 약도 소용 없고, 병명도 없고,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하겠고 해서 결국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갔었습니다.
처녀로 죽어 영혼이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가 하여 영혼이라도 편안히 쉬게 해주려고요…
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오늘이 제 딸이 죽은 지 꼭 1년째 되는 날입니다.
네… 그렇군요…
이제야 돌아가는 정황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 방이 제 딸이 즐겨 사용했던 방이고요…
그런데, 그 용하다는 스님 말씀이 제 딸이 죽을 운명이 아니었답니다.
네?
제 딸은 지금도 살아있는 것으로 저승에서 알고 있고, 그래서 저승 호적에 못 올라가있는 상황 이라네요.
해서 구천에서 영혼이 떠돌고 있으며, 엄마인 나에게 어떻게 좀 해주라고 엄마를 아프게 한답니다.
아 네…
스님 말씀을 전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십천이며, 사람이 죽으면 구천이라는 망각의 세상, 영혼의 세상을 넘어
팔천으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살아있을 때 덕을 많이 쌓고 죄를 짓지 않으면 칠천, 6천으로 올라갈 수 있고, 덕을 쌓지 못하고 죄를 많이 짓게 되면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옥황상제는 1천에서 모든 영과 세상만사와 만물을 다스리고있다네요…
아… 그래요?
네…
아… 그럼 제가 어떡하면 되나요?
오늘 밤에 이곳에서 하룻밤 주무시면 됩니다.
넷? 허걱!
아무렇지도 않을 거에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스님 말씀에 의하면 제 딸이 살았다는 조건으로 오늘 귀인이 오게 되어있었다 합니다. 바로 학생을 두고 한 말인것같아요.
귀인이 찾아와 제 딸을 보고 한눈에 반하여 오늘 밤 합궁이 있게 되고, 이로 인해 손주가 생기며, 둘은 평생 함께 하는
그런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합니다.
같은 띠 한날 한시에 태어나 운명이 동일하여 평생을 같이 할 팔자라 합니다.
그럼 오늘 아주머니 따님 즉, 귀신하고 같이 잠을 자라는 소린데, 그렇게 되면 산 사람은 정말 괜찮은 건가요?
스님 말씀으로는 아무 걱정 말라고 이르라시더군요. 저승에서는 사자를 보내어 중요한 시점에 CHECK를 하게 되는데,
오늘 밤 제 딸과 총각이 같이 있을 때 기가 있고 없음을 확인하고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래야지만이 총각의 운명도 바꿔놓을 수 있답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총각도 평생 다른 여인과 결혼도 못하고
제 딸만을 만나야 하는 운명이 되어 결혼도 못할 것이라 하더군요.
참으로 난감했다. 잘 수도 없고 안 잘 수도 없고…
취기가 다 깼다. 아카시아 주를 벌컥 벌컥 몇 잔을 마셨다.
아주머니가 문 위에 걸린 딸의 사진을 보라 했다.
세상에…!
세상에 나는 저렇게 아름답고 예쁜 얼굴을 가진 여자는 처음 보았다. 엄마를 닮았으나 훨씬 미인이었다.
내가 올린 그림은 그 얼굴을 더듬어 그려낸 그림이지만 그 사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한눈에 반할만 한 그런 얼굴…!
아직도 난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본적이 없다.
취기가 오르다 보니 자신이 생겼다.
저 정도 인물이라면, 아니! 저 여인이 진정 내 평생 배필이 될 운명이었다면 귀신이라 할지라도 좋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죽어도 좋다 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예 알겠습니다. 자겠습니다.
연거푸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아주머니는 안방으로 건너갔다.
친구들과 연락을 취할 겨를도 없었고, 피곤함에 침대 모서리에 발과 종아리를 내리고 그대로 비스듬히 누웠다.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스르르 잠이 들려는 찰라 이를 비몽사몽이라 하던가?
방문 열리는 소리가 잠시 들렸고, 머리 결이 쭈뻣해짐을 느꼈고, 다시 머리 결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아… 여인이 왔구나…!
눈을 떠 보고 싶었다. 정말 예쁜 여인인지, 입에 피를 흘리는 귀신인지, 해골인지…
비몽사몽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나 눈은 뜨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가다 언덕에서 밑으로 떨어질 때 놈이 떨어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과 오르막을 오를 때 놈이 무거워지는 그런
느낌을 받아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내 몸이 들리고 있었다. 분명히 침대에서 약 30cm가 떴다.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는 내 청바지에 걸린 혁 띠가 ‘툭’ 풀리는 소리, 바지 벗겨지는 소리, 시계 끈 풀리는 소리!
분명히 똑똑히 다 들을 수 있었고, 간간히 들리는 여인의 가픈 숨소리도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내 옷이 다 벗겨졌다. 팬티까지 다 벗겨졌고 이윽고 내 몸이 천천히 돌았고, 침대 중앙으로 옮겨진 후 서서히 내려갔다.
등으로부터 침대 보의 싸늘한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리고는 믿기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그 여인이 나를 애무 하기 시작했다.
내 머리카락 끝에서부터 내 발 끝까지 그 여인의 입술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고, 마치 거짓말 같겠지만 그 여인의
촉촉하고 감미로운 입술과 키스를 할 때는 설탕 물을 탄듯한 달콤한 향내가 그대로 느껴졌다.
첫 키스가 달콤하다고 했던가? 통상적으로 달콤하다 표현하는 그런 달콤함이 아니라 정말 꿀을 탄 것 같은 달콤한 맛이
목구멍으로 넘어왔다. 내 몸은 땀과 그 여인의 입술에서 흘러내리는 달콤한 향내에 녹았고, 세상에 이런 무아지경은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고, 어느 순간 여인과의 사랑에 난 내 모든 기를 뽑아내고야 말았다.
임술이 내 가슴과 겨드랑이에 닿았을 때 전율에 떨었고, 그러나 내 몸은 움직일 수 없었으며 눈을 뜰 수 없었다.
여인의 가픈 숨소리와 가늘게 떨리던 신음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 없으며, 지금껏 그런 사랑은 할 수도, 해본 적도 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밤이었다.
그 이후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를 잤을까 문뜩 잠에서 깨어 눈을 떴을 시각이 새벽 4시가 되기 전이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침대 중앙에 조용히 누워서 이불을 덮고 있었는데, 몸을 일으켜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져있었다.
내 몸은 알몸으로 있었고, 내가 누워있던 자리는 땀으로 축축히 젖어있었으며, 길이 50cm 정도의 여자의 머리카락이
침대에 무수히 많이 떨어져있었으며, 내 몸의 기는 모두 빠져나가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난 크게 놀라지 않았다. 밤새 벌어졌던 일이 꿈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몸을 겨우 일으켜 침대 밑에 떨어진 속옷을 입으며 무의식적으로 문 위에 걸린 그녀의 사진을 보았다.
그런데, 그 사진의 여인이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히 어제 보았던 그 사진은 무표정한 표정이었는데, 지금 걸려있는 사진은 분명히 웃고 있었다.
내가 잘못 봤나 라고 생각하고 한동안 아름다운 얼굴을 쳐다보았다. 저 여인이 내 운명의 여인이었다니…!
만감이 교차하였지만 현실을 직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내 운명임을 느꼈다.
속옷을 입고 청바지를 입고 티셔츠를 입으며 나는 다시 문 위에 걸린 그녀의 사진을 보았다.
앗!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진 속 그녀가 다시 무표정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몸의 기가 다 빠져나갔다 기로서니 조금 전까지 웃고 있는 모습의 그녀의 사진을 한참을 쳐다봤는데,
몇 초 지난 지금은 다시 그녀의 사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와있음을 보니 머리칼이 쭈뻣함을 느꼈다.
티셔츠를 다 입기도 전에 그녀의 방을 뛰쳐나왔다. 정원을 돌아 큰 채로 뛰어 나왔다.
거실에는 아직 불을 끄지 않고 대낮같이 환한 상드리에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안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친구들이 자고 있는 사랑방으로 가기 보다는 그 아주머니가 있는 안방으로 가고싶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 아주머니는 나을 아랫목에 누이셨고, 그 뜨거운 여름에도 내 몸은 기가 빠져 오한을 느끼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따뜻한 이불을 덮어주셨고, 아주머니의 온화한 얼굴을 쳐다보며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일어난 시각이 낮 11시가 가까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안방에 손수 차려온 아침식사를 허겁지겁 비웠다.
그 사이 아주머니는 친구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를 했고, 친구들은 그 부분에 대해 지금껏 나에게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이해하지 못할 큰 운명에 대해 말을 한다는 것이 가뜩이나 놀랐을 나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생각한
것이리라 느낀다.
친구들이 점심 식사를 끝내고 나니 그 아주머니는 봉고차를 한대 렌트해주셨다.
알고 보니 우리가 넘어온 산길 반대편으로 큰 대로가 또 하나가 나 있었다.
결국 여행 중 돈을 잃어버린 것도 전부 이곳으로 오기 위한 운명의 장난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 봉고차를 타고 몇 날 며칠을 편안히 여행할 수 있었다. 돈 없는 공짜 여행이었고, 그 아주머니의 배려로
렌트비 없이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이제 나를 사위로 여기겠으니 언제든지 오고 싶을 때 오라는 말도 했지만 아직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여행을 즐기던 며칠째 되던 날!
어느 작은 저수지 뚝으로 차 길이 열려있었는데, 그 뚝 위에다가 누가 소를 매어놓았다.
그 길을 운행 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가 봉고차로 뛰어 드는 바람에 소와 봉고차가 부딛쳤다.
그 충격으로 소가 저수지 뚝방 밑으로 넘어갔고, 우리는 고비에 매여 바둥거리는 소를 살리기 위해 소 끈을 잘랐다.
큰 일이 있은 후에 오는 액땜이라 여기며 우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나 저나 위험하게시리 차가 다니는 저수지 뚝방에 소를 매어놓은 사람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지만,
봉고차에 뛰어드는 소도 참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난 이때 알았다. 봉고차와 소가 부딛히면 봉고차가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소가 넘어간다는 것을!
이상으로 나는 열여덟 살 때 있었던 오싹하지만 황홀했던 귀신과의 동침 경험담을 마칠까 합니다.
나는 이 경험을 지금의 나의 와이프에게 이야기 했었고, 이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와이프와 나의 사랑하는 애들도
만들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후 나는 귀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늘 그녀가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다 라는 생각을 하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과학적으로 밝힐 수 없는 미스테리가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승을 다녀왔다는 사람도 많고, 영혼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많고, 귀신이 붙어 괴로와 하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귀신은 무조건적으로 해꼬지를 하려고 들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낚시를 갔을 때 귀신이 나타나면 놀라지 마시고 대화를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 우예 왔노?
니 내한테 뭐 할 말 있나?
내가 도와주께. 함 말 해봐봐라.
괘얀타. 함 말 해보그라. 나는 니편이다 아이가….!
☎ 변호사 직통 무료법률상담 : 02 525 1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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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허~~~~세상에~~
처녀 귀신이 오면 자는척하면 그냥 간다~
소가(속아)넘어 가셨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