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기브 앤드 테이크'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사람
들은 흔히 이 말을 준 만큼 꼭 챙기겠다는 계산 속으로만 받아
들이는데,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준 만큼 챙기겠다가 아니라
먼저 주고 그 다음에 받을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기브 앤드
테이크'이지 '테이크 앤드 기브'가 아니다. 사람들은 준 것이
나 받은 것을 따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랑에도 노
력이 필요하듯이 인간관계에도 거저는 없다. 거저라는 말이 이
상하면 일방적이라고 바꿔도 좋다. 무조건 주기만 하거나 무조
건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주고받아야 한다. 그런데 잘 주고
받으려면 준 것도 없이 받기만 하려고 하지 말고 먼저 주어야
한다. 그래야 관계가 잘 유지될 수 있다. 사람들은 인간관게
에 있어서는 비교적 이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다. 그리고 그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소외된다.
그런데 인간관계, 특히 친구 사이에서는 이 규칙을 잘 지키다
가도 그것이 이성에게 옮겨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조건 주
기도 잘 하지만 무조건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게 잘 안되
면 상대의 마음이 식었다거나 자기를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
다고 생각하고 상처받는다. 뿐만 아니라 가까울수록 예의를 지
켜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조차 잊고 만다. 사랑하는데 그것도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서운해한다. 또 나아가 상대의 사랑을 의
심한다.
사랑을 뭐 대단히 다른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러나 사랑도 인간관계의 일부분이다. 다른 인간관계를 해나가
듯이 그렇게 사랑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가까울수록 예의를
지키고 상대가 상처받지 않을까 조심해야 한다. 받았으면 주어
야 하고, 나아가 받기 전에 내가 먼저 베풀어야 한다. 그래야
관계를 잘 지속할 수 있다. 이성 간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가
족 구성원 모두와의 관계도 그래야 한다. 부모나, 부부나, 자
식은 남과 다르게 무조건 나한테 잘 해야 하고 먼저 나에게 베
풀어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 이 생각
을 버려야 한다. 덜 기대하고 먼저 베푸는 연습을 해야 한다.
먼저 주자. 그래야만 사랑을, 가정을 원만하게 지킬 수 있다.
먼저 주라니, '준 만큼 챙기자'보다 못하다. 때가 어느 땐데
그런 고리타분한 공자님 말씀을 외고 있는가. 그러나 인생의
절반 가량을 살면서 몸으로 배운 것이다. 악한 끝은 없어도 선
한 끝은 있더라는 것. 주면 손해보고 끝나는 것 같지만 그렇
지 않다. 나의 선함은 쌓여서 꼭 나에게로 돌아오게 마련이
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는 즐거움이 받는 즐거움
보다 몇 배나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최원일, '아름다운 삶을 시작하라'
...
카페 게시글
궁시렁궁시렁
'기브 앤드 테이크'
日覺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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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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