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경민 앵커, ‘박연차 리스트’로 ‘장자연 리스트’를 덮는다?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가 24일 클로징 멘트를 통해, "'장자연 리스트'와 연관 있는 쪽이 '박연차 리스트'를 띄워서 덮어보려고 해서 흥미로웠다"고 했다. 이에 앞서 박혜진 앵커는 역시 클로징 멘트를 통해 "야구에 열광하는 사이 '박연차 리스트'는 신구 권력층을 맹수처럼 할퀴었고, 장자연 수사는 거북이처럼,YTN수사는 토끼걸음으로 갔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 신경민 앵커 (오마이뉴스)
2. 영화 '왝더독 (Wag the Dog)'
1997년에 제작된 영화로 중학생 관람가였던 베리 레빈슨 감독,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왝더독’이 있다.
‘개는 왜 꼬리를 흔드는 걸까? 그것은 개가 꼬리보다 똑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꼬리가 개를 흔들어댔을 것이다.’ 앞뒤가 바뀌었다는 의미이다.
대통령 선거 D-12. 백악관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는 사건이 발생한다. 대통령이 백악관에 견학온 걸스카웃 학생을 성추행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재선이 어렵게 되자, 백악관 참모진은 정치 해결사 브린을 백악관 밀실로 불러들인다. 브린은 대처방안으로 미국 참모진은 미국 국민들에게 생소한 알바니아를 적대국으로 포장하고 反알바니아 감정을 고취시키는 비상책을 강구한다.
이때부터 언론들은 전쟁소식을 연일 속보로 보도하고, 전쟁상황 연출을 위해 할리우드 전문가까지 동원한다. 가짜 영웅까지 만들어낸다.
자연히 섹스 스캔들은 잠잠해지고 대통령의 지지도는 급상승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현직 대통령은 89%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재선되고 희대의 사기극 '대통령 만들기' 작전은 종결된다. 전쟁을 선포하여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외부로 돌렸던 것이다.
이런 전문가를 두고 스핀닥터라 부른다. 전쟁으로 성추행을 덮었던 것이다.
3. 스핀닥터(Spin Doctor)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건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사람, 국민의 생각이나 여론을 정책으로 구체화시킴은 물론 정부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역할까지 하는 홍보전문가를 스핀닥터라고 한다.
원래 ‘스핀’이라는 용어는 크리켓 경기에서 볼러(bowler)가 공을 던지는 방식을 일컫는 것으로, 야구의 ‘변화구’로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스핀 닥터라는 용어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면 사실 왜곡까지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으며, 혹자는 이들을 일컬어 ‘통제광들(Control Freak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부분은 김상수, <보수의 진보-이념을 넘어선 영국의 현실정치> 부분을 요약한다.)
스핀닥터들은 특히 토니 블레어 정부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블레어 정부의 스핀 닥터 중 한 사람인 조 모어 (Jo Moore)라는 스핀 닥터는 9.11 사건이 터진 직후에 ’나쁜 뉴스를 묻어버리기에 좋은날(Goo day to bury bad news)'이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작성해서 소속 부서로 보냈다가 나중에 이 내용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영국의 이러한 스핀 닥터들의 활동에 대해 BBC의 유명한 정치 전문 기자인 니콜라스 존스(Nicholas Jones)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 바 있다.
“그들의 서식지는 웨스트민스터 주변과 전당 대회 장소 등지에 흩어져 있다. 그들은 정치인들의 연설문 내용에 대해, 그리고 투표 결과나 정책 결정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 조언한다. 그들은 중요한 정치 상황이 발생한 직후, 즉 기자들이 당국의 권위자에게 지금 막 발생한 상황의 의미와 추후 전개될 사건에 영향을 미칠 배경 등에 대해 매우 듣고 싶어 하는 시점에 활동을 시작한다.....물론 가장 교묘한 대화는 사적인 장소에서 이뤄진다.”
우리나라에도 스핀닥터가 존재하는 걸까. 물론 스핀닥터에는 긍정적 의미도 있고, 부정적 의미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긍정적 의미의 정책홍보 전문가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4. ‘강호순 얼굴’로 용산참사를 덮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지난 1월25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KBS1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의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다.
여성민우회는 "과거 유영철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 행정수도 이전, 이라크 파병, 서해 교전 등 큰 이슈들로 사회가 갈등을 안고 있던 때이긴 하지만 이런 이슈들을 유영철 사건과 나란히 보도해 여러 사회적 이슈가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게 했다"면서 "반면 강호순 사건 보도는 현재 우리 사회의 커다란 이슈인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을 가릴 정도로 비중 있게 다루는 한계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용산참사를 ‘강호순 얼굴’로 덮은 게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5. 그렇다면 ‘박연차 리스트’로 ‘장자연 리스트’를 덮고 있는걸까?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두 사건을 두고 ‘봄맞이 대청소’라고 표현했다. 차라리 솔직하고 또 한편 의미 깊은 표현이다. ‘박연차 리스트’는 대검 중수부가 담당하고 있고, ‘장자연 리스트’는 경기도 성남의 분당경찰서가 담당하고 있다.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보다는 왜 유출되었는가를 따지는 데 급급하고, 적극적인 압수수색이 아닌 충분히 공개된 상태에서의 사후 압수수색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특정 언론사와의 관련성이 끊임없이 인터넷에 오르내린다. 그러면 그럴수록 인터넷 검색 금지어는 늘어만 가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생소문인 사람 잡아서는 안 된다.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원칙은 확고하게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요즘 어린 아이들의 가장 큰 꿈이 무엇인가. 그 관점에서 한번 접근했으면 좋겠다. 화려한 조명 아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엔터테이너나 스포츠 스타가 되는 게 꿈이다. 이들의 꿈이 이런 얼룩으로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 또 한 가지. 죽은 사람의 억울한 사연을 밝히는 신원작업은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다. 역사에서도 그렇고, 개인사에서도 그렇다. 신경민 앵커의 경고가 무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경민 앵커의 발언은 신 앵커만의 생각이 아니라, 지금 시중에서 광범위하게 얘기되고 있는 지극히 일반적인 보통 사람들의 언어다.
첫댓글 언제까지 이러고 버티겠다는 건지..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