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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퇴근길에 길가 주차장에서 평소 못보던 모양의 차를 발견했습니다.
텍사스에서는 처음보는 차였지만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멀리서도 한 눈에 스마트(Smart)인 것을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특이하게 생긴 이 차가 신기한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내부까지 자세히 들여다 보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캐나다 몬트리올 출장 갔을때 피자나 치킨 배달용으로 이 차가 시내를 달리는 것은 몇번 보았지만 트럭이나 SUV를 선호하는 미국 텍사스에서는 처음 보는 스마트 카였습니다.
90년대 초반 스위스의 스와치(Swatch)와 독일의 벤즈가 합작해서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 이 차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770,000대 이상이 팔렸지만 미국에서는 올 1월에야 정식 시판에 들어가 5월말 1만대 판매를 넘어선 미국에선 희귀한(?) 차 입니다. 연간 800만대의 승용차가 팔리는 미국 시장(트럭까지 포함하면 2005년 1,700만대)에서 5개월동안 1만대를 팔았다면 결코 많은 수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이것은 고유가로 인해 연비 좋은 차량 선호도가 높아진 덕을 보았기 때문일 것 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올 들어 석유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트럭이나 SUV같은 대형 차량의 수요가 줄고 대신 승용차 중에서도 소형차나 하이브리드 차량과 같은 연비가 좋은 차에 대한 판매가 늘고 있어, 전통적으로 배기량이 큰 대형 차량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의 기호도 고유가로 인해 바뀌 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번 고유가 시대를 맞은 미국의 반응 백태에서도 Geo Metro같은 소형 중고 자동차도 좋은 연비 덕분에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을 소개 했는데 스마트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점점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차나 소형차는 디자인이 그리 좋지 못하고 실내 공간이 좁은 등의 이유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지만 스마트는 독특한 시계 디자인으로 유명한 스와치와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츠가 함께 개발해서 인지 그 깜찍한 디자인과 오밀조밀한 실내 구성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사진에 찍힌 스마트는 주차장에 혼자 서 있었기 때문에 실제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쉽게 짐작이 될 것 같지 않아 현대 자동차의 소나타와 거의 같은 급인 도요타의 캠리(Camry)와 크기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경차인 스마트와 중형차인 캠리는 거의 2m 가까이 길이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깜찍하게 크기가 작다보니 스마트는 주차하는데 여러가지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첫번째 사진에서처럼 앞의 미니밴이 차지한 공간과 분명 같은 면적의 주차선안에 있는데도 스마트가 주차한 공간이 훨씬 넓어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게도 하고 두번째 사진처럼 남들이 힘들여 끙끙대며 평행주차를 할때 스마트는 혼자 독야청청 단번에 태연히 쓰윽~ 직각 주차를 하기도 합니다. 또 좁은 틈새만 있으면 따로 주차장이 필요없는 놀라운 주차신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스마트는 시판차 중 가장 작은 차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실 한국이나 일본, 유럽에서는 그리 신기할 것이 없는 익숙한 존재입니다. 앙증맞은(?) 디자인으로 티코를 제치고 국민 경차에 등극한 마티즈나 올해 부터 경차로 분류된 모닝과 비교했을때 디자인 이외에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
뉴마티즈 | 모닝 | Smart Fortwo | |
엔 진 | 3 기통.796cc,52HP | 4 기통 999cc,64HP | 3 기통 999cc,71HP |
최 고속도 | 145km/hr | 149km/hr | 145km/hr |
연 비/리터 | 16.6km(AT),20.9km(MT), | 16.6km(AT),19.4km(MT) | AT: 16.9km(도심), 20.8km(고속도로) |
길 이 | 3.50m | 3.50m | 2.69m |
차 폭 | 1.50m | 1.60m | 1.56m |
공차중량 | 820kg (AT) |
897kg (AT) |
750kg |
승 차인원 | 4 인승 | 4 인승 | 2 인승 |
가 격 | 622만원~753만원 (+125만원:AT) |
728 만원~956만원 | 1160 만원~1860만원 |
서로 비교해 보면 스마트가 가장 작고 가벼우면서 배기량은 모닝과 같은 1000cc이지만 엔진 최대 출력은 모닝보다 7마력이 높아 리터당 4km 정도의 거리를 더 달릴 수 있습니다(자동변속기 비교).
이 연비는 하이브리드카인 도요타 프리우스(Toyota Prius)의 도심 주행 연비인 20km/리터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고속도로에서는 19km/리터인 프리우스와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으로 휘발유 엔진만 얻은 차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좋은 셈입니다.
좁은 실내 공간과 좋지 못한 승차감, 그리고 오르막길을 오를때 힘이 부치는 경차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치솟는 휘발유을 생각해서 경차를 구입하려고 할때,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아마도 안전성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경차의 안전성이 상당히 믿을만하며 "작지만 단단한 차"이므로 안전하다고 강조하곤 합니다. 정말 단단한 차가 안전한 것일까요?
여기서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여기서 '안전한 차'란 그저 '덜 부서지는 차'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사고시 차체 손상이 덜한 차를 안전한 차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것은 접촉사고와 같이 느린 속도로 운행중에 발생하는 사고에나 해당 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실제로 탑승객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안전한 차는 차는 비록 많이 부서지더라도 탑승객에게 최대한 충격이 덜 전해 지도록 설계된 차이어야 할 것입니다.
흔히 알려진 상식처럼 자동차에는 크럼블 존(Crumple zone)이라는 것을 두어서 충돌시 적당히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해서 탑승자를 보호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 '적당히'란 말이 말이 쉽지, 찌그러면서도 승객이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은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중국 최초 유럽 수출 자동차 Landwind 충돌테스트라는 글에서 소개한 중국 SUV처럼 것처럼 충돌시 한없이 찌그러 들어서 운전석까지 침범하는 수준이라면 결코 찌그러짐으로 탑승자를 보호한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안전한 차'란 단단해서 덜 찌그러지는 차가 아니라 탑승자에게 전해 지는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적당히 찌그러지면서도, 충돌후 탑승자가 안전하게 머물수 있는 공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설계된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차체로 인해 크럼블 존조차도 변변히 없을 것 같은 스마트 카는 어떻게 충격 흡수와 탑승자 공간 확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았을까요? 그것은 이 자동차의 설계에 참여한 벤즈사의 설계 기술에 있습니다.
스마트는 사진에 보이는 고강도 강철로 만들어진 튼튼한 "Tridion safety shell"로 찌그러지지 않는 탑승자 공간을 확보하며 충격을 분산시키고 작은 차체를 최대한 이용해 차량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충격을 흡수 할 수 있는 크럼블 존을 두어서 충돌로 인한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렇게 '작지만 단단한 차'가 아닌 '작지만 안전한 차'를 만들려는 노력은 미국 고속도로 안전협회(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IIHS)의 충돌 테스트에서 전방 충돌시 별 5개 만점에 4개라는 좋은 성적을 이루어 냅니다.
동영상을 보면 마티즈보다도 작은 스마트가 64km/hr의 속도로 전면부 40%만으로 충돌시 상당히 많은 자동차 잔해들이 사방으로 튀긴해도 앞 유리창에 연결된 A-필라의 손상 없이, 앞 유리창조차도 깨지지 않고 벼텨내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충돌 실험시 자동차 잔해가 많이 튀는 것은 스마트의 독특한 구조때문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스마트는 강철 프레임위에 플라스틱인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외장을 얹은 구조이기 때문에 쉽게 교체가 가능하고, 또한 충돌시 외장이 부서지면서 충격을 일부 분산 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런 세심한 설계로 스마트 카는 미국 뿐만이 아니라 경차 보급율이 40%에 달하는, 경차의 천국인 유럽의 자동차 테스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충돌시 차량 앞부분이 심하게 손상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운전자가 다리에 부상을 입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 스마트는 Euro NCAP(Euroo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me)의 테스트에서 역시 별 4개 등급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마티즈와 모닝은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요?
GM 대우에서 생산되는 마티즈는 예전에는 대우 마티즈로 유럽에 수출 되었지만 이제는 시볼레 마티즈(Chevrolet Mariz)라는 이름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대우가 GM에 인수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대우라는 이름대신 시볼레라는 미국 상표를 달고 수출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총돌 테스트 결과를 보면 마티즈는 스마트와는 달리 자동차에서 가장 강한 부분이라는 A-필라와 지붕의 연결부분에 손상이 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앞 유리창도 깨지는 것으로 보아 충돌 충격이 엔진룸을 보다도 훨씬 안쪽까지 전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많이 찌그러지더라도 탑승객에게 전해지는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고 안전을 위해 충분한 공간이 넉넉히 남아 있으면 좋겠지만 정면충돌시에 다리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고 특히 측방 충돌시에는 운전자의 가슴에 생명에 위협이 될 만큼 심한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어서 별 2개 반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추가> 댓글에 칼미아라는 분이 나온지 오래된 마티즈를 비교한 것은 맞지 않는다며 개발중인 후속 모델은 A-필라가 휘는 등의 문제가 없다고 말씀해 주셔서 추가합니다. 글을 쓰면서 공개하지 않았던 자료중에 하나가 2000년 마티즈가 받았던 충돌 테스트 결과인데 재미있게도 위의 2005년 테스트보다, 도토리 키재기이긴 하지만, 5년전 모델인데도 별 반개를 더 받아서 별 3개를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더 안전하다는 말은 아닌 것이 위에서 보았던 2005년식 마티즈가 측면 충돌시 운전자의 가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반면 2000년식 마티즈는 정면 충돌시 운전자의 가슴에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결국 5년 동안 열심히(?) 개발한 결과가 전체 평점을 별 3개에서 2개반으로 낮추고, 가슴에 치명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정면충돌에서 측면 충돌로 바꾼 것인가 봅니다. GM의 정책에 따라 안전성이 보강되어 개발되고 있다는 마티즈 후속 M300에서는 이런 식의 하나마나 한 개선이 아닌 정말 실질적인 안전도를 향상시키는 보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티즈와 함께 또 하나의 경차인 기아의 모닝은 기아라는 회사명으로 수출이 되고 있긴 하지만 유럽에서는 프랑스어로 "야무지고 즐거운 노래"라는 뜻의 ‘피칸토(Kia Picanto)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때 전체 모닝 수출의 62%가 유럽에 팔릴 만큼 인기를 끌었던 차종이긴 하지만 안전도 테스트 결과 역시 그리 좋지는 못합니다.
충돌시험 결과를 보면 마티즈에 비해 운전석 문의 손상이 덜하긴 하지만 역시 A-필라 연결부위가 휘고 앞유리창이 깨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티즈에 비하면 운전자의 다리를 위한 공간이 조금 더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운전자 대신 탑승한 더미에 측정된 충격량 기록은 차체가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서 운전자에게 치명적인 수준의 충격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uro NCAP은 테스트 결과에 대한 논평에서 새로운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나쁜 결과를 보여 주어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하며 별 3개를 주었습니다.
그나마 마티즈의 별 2개 반에 비하면 나은 성적이지만 요즘 한국에서 인기가 한참 오르고 있는 모닝의 충격 흡수,분산 능력이 미흡하다는 혹평은 반갑지 않습니다. 또한 해외로 수출되는 중소형 자동차는 안전도 테스트에서 별 4개, 5개를 받을만큼 안전도 면에서 우수한 차를 만들면서 경차는 기술 개발을 외면한 결과를 보는 것 같아 이 또한 달갑지 않습니다.
경차는 안전을 위한 고려를 많이 하면 할 수록 가격이 상승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은 마치 돈을 덜 냈으니 생명을 담보로 차를 타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생각됩니다. 경차가 대중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물론 가격도 싸야겠지만 수요자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성이 먼저 확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표 경차인 마티즈와 모닝을 가볍게 제친 스마트는 정말 안전한 걸까요?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마티즈나 모닝에 비해 훨씬 안전하게 설계되고 만들어진 차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위의 동영상을 유심히 보신 분이라면 처음 부분의 정면 40% 충돌 테스트후 탑승자 공간의 손상은 없었지만 차가 탁구공처럼 통통 튀어서 옆동네로 날아가는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자동차의 안전이라는 것이 자동차 자체의 강성이나 충격 흡수력에도 관련이 있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은 주변 차들과 순간 순간 상호 관계를 맺으며 달린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자기 차선을 벗어나 다른 차가 달리는 차선으로 뛰어 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테스트는 실험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충돌후 상태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약 실제 도로에서 충돌후 이런 식으로 차가 튀어 옆 차선이나 반대 차선으로 뛰어 든다면 다른 차들과의 2차 충돌로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차들의 전면 40% 오프셋 테스트 동영상을 보면 대부분의 차들이 충돌후 회전력이 발생해 옆으로 밀려 나가고, 특히나 무게가 가벼운 소형차들은 스마트 만큼은 아니지만 좀 더 많이 밀려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마티즈와 모닝도 옆으로 돌아 옆 차선에 걸치는 정도에서 멈추지 이렇게 탁구공처럼 튀어나가지 않는 것을 보면 스마트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 탑승자 보호를 위한 효율적인 크럼블 존 설계나 강한 프레임으로 충격 흡수와 안전한 탑승공간 확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았던 스마트도 피해 갈 수 없는, 경차라는 원초적인 태생적 한계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점도 있습니다.
스마트의 설계를 맡았던 벤츠에서 공개한 위 동영상은 스마트보다 2배 반이나 더 무거운 무게 1.8t의 벤츠 S550와의 충돌 테스트 결과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동영상에 보이는 것처럼 스마트는 충돌 후 튕겨 나가듯 밀려나 도로 위를 나 뒹구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비록 차체의 강성이 뛰어나 전복 후에도 탑승 공간은 손상되지 않고 남아있고, 차 문 또한 큰 힘들이지 않고 열 수 있었지만 대형 승용차와 부딪혀 튕겨 나가듯 구르는 스마트의 모습은 경차 안전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것을 보고 벤츠 S550가 훨씬 크기 때문에 작은 스마트가 더 많은 힘을 받아 튕겨 나갔다고 잘못 생각하기 쉽지만 작용 반작용의 법칙과 운동량 보존 법칙에 의해 벤츠나 스마트나 받은 충격량은 동일합니다. 다만 차량의 질량 차이가 나다보니 충돌시에 똑같은 충격량(운동량의 변화)이 작용했음에도 질량이 큰 벤츠는 속도 변화(가속도)가 작게 작용하고 질량이 작은 스마트에 더 큰 가속도가 작용해서 상대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결국 벤츠에 부딪혀 뒹굴어 버린 스마트는 뛰어난 안전 설계가 되었음에도 자체 질량이 작은 경차라는 한계를 뛰어 넘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안전상의 문제는 모든 경차가 가지고 있는 숙명과도 같은 문제입니다. 또 실내 공간 확보와 측방 충돌에서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좌석을 높게 설계된 경차의 디자인 역시 이렇게 충돌시에 쉽게 균형을 잃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제 아무리 단단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졌더라도 작고 가벼운 태생적 한계 때문에 안전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경차의 안전도의 문제는 통계적으로도 최고의 위험도를 보일 것 같지만 의외로 1등은 아닙니다.
미국내 자동차 판매가 최고조에 올랐던 2004년, 미국연방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통계에 따르면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률에서 초소형 승용차(경차)는 16.85명으로 비록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소형 승용차, 소형 픽업 트럭보다 낮은 3위의 사망류을 보여 주었습니다. 대형 밴을 제외한 차종간 사망률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은 교통사고 사망률은 차종별 안전도에 좌우 된다기 보다는 운전을 하는 운전자의 특성과 주행 특성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경차가 작고 가벼워서 큰 사고가 더 많이 날 것이라고 속단하기 보다는 경차의 특성에 맞는 운전으로 다른 차종보다 더 많은 치명적 사고가 나는 것은 피할 수 있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물론 자동차 자체의 안전도는 당연히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자체 안전도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은 한국의 마티즈와 모닝은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신문이나 인터넷 게시판의 시승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차의 100km/hr 도달 시간, 최고 속도 기록 측정 같은 것들은 경차에는 별 의미없는 숫자라고 생각됩니다. 고연비를 실현하기 위해 개발된, 배기량과 엔진 출력이 작은 경차들은 애초에 고속 주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니기 때문에 주로 이런 목적으로 운행한다면 사고 위험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출퇴근을 위해 1-2명이 탑승자를 태우고 주로 도심을 운행한다면 아무리 안전성이 취약한 경차라 해도 사고 위험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관건은 경차를 사는 소비자들의 구매 동기라고 생각됩니다. 장거리 고속 운행을 주로 하지만 싼 가격때문에 경차를 산다거나 경차를 사서 온갖 튜닝을 거쳐 포르쉐를 능가하는 마티즈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경차를 선택하는 것은 경차의 본래 목적과 성능 이상을 요구하는 무리한 일인 것입니다.
아무리 경차라도 원래 목적대로 도심 출퇴근 위주로 운행한다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마티즈와 모닝은 아직도 충분한 안전도를 갖추었다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많은 개선이 이루어 져야 할 것입니다. 어찌보면 그동안은 경차의 판매가 적었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 측에서도 기술 개발에 소홀히 했고 그래서 안전도가 낮기 때문에 경차의 수요자들이 경차를 외면 했는지도 모릅니다.(물론 자동차를 자신의 사회적 성취의 표현 수단으로 삼는 사회적 인식이 경차,소형차를 외면하는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하지만 고유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유류비가 적게 드는 경차의 인기가 상종가를 치는 요즘은 어쩌면 경차의 품질과 안전도를 향상 시키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처럼 이윤이 적은 경차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고 그냥 고유가 덕에 찾아온 특수로 받아들여 있는 차나 대강 만들어 팔고 말것인지 아니면 이번 기회에 경차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 만한 안전도 높은 경차를 개발 해서 경차 비율을 높일 것인지...결국 공은 자동차 회사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