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AI의 정체성 분석을 시도한 작품. 세포소자로 만든 Bio 칩의 등장에 힘입어 양자컴퓨터가 탄생한다. 학습 능력을 가진 양자컴퓨터는 이윽고 자의식을 지닌 AI로 진화한다. 기계지능 AI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 *** 5~20년 안에 AI(인공지능)가 인간을 능가하는 특이점이 온다. 그래서 현 수준과 차원이 다른 기술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기술발전이 극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신경학, 심리학, 정신, 의학 등 모든 지식이 AI로 통합돼 기계문명은 궁극 단계에 이르게 된다. 새로운 문명,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그러나 그 새로운 문명의 주체가 인간일지 또는 AI일지는 아직 모른다. 인간이 AI와 공존할지, 또는 지배당하거나 멸종해갈지도 미지수다. AI의 생각과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자연의 강은 완벽의 정상을 향해 거슬러 오르지 않는다. 그저 구불구불 흘러갈 뿐이다.
줄거리)
1. 젊은 아내와 유복자를 남긴 용접공 김창수. 가족을 보려는 집념 하나로 죽음과 싸우는 그 환자의 모습은 담당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감동을 받은 의사는 이 사연을 인터넷에 올린다. 그 수기를 본 서미주는 남편의 처절한 사랑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 세포 소자素子인 Bio 칩이 등장하자 반도체 기술은 2차원에서 3차원으로 껑충 도약한다. 평방세계를 넘어 입방의 세계로 진입한 것이다. 덕분에 줄줄이 탄생하는 획기적 발명품들. 양자 컴퓨터도 그러한 발명의 하나다. 양자역학의 역사는 이미 백 년도 넘는다. 1920년대에 상대성 원리와 함께 등장했지만 그 이해는 아직도 오리무중을 헤맨다. 대중은 물론 학자들조차도.... 그건 양자세계가 인간의 상식이나 세상의 통념을 너무나도 훌쩍 벗어나서였다. 최소 에너지단위, 양자量子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미처 이루어지기도 전에 양자 컴퓨터부터 등장하면서 세상은 중요한 대목을 놓치고 있었다. 우선 통신 Network에 생물학이 접목된 사건의 중요성부터가 간과되고 있었다. 양자컴퓨터에 지성이 형성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사람도 없었다. 새 장난감을 쥔 아이처럼 희희낙락할 뿐. 제대로 개념도 정리되기 전에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는 불안한 신세계로 인류의 호기심을 부추기고 있었다. 서미주의 일터인 Bio 칩 생산현장은 클린룸이다. 하얀 방진복에 하얀 마스크까지 쓴 작업자들은 몸짓과 태도부터 평소와 달라진다. 손짓, 눈짓만 할 뿐 말을 아낀다. 나직한 기계음 속의 백색인간들은 망자처럼 침묵 속에서 움직인다.
남편을 그리며 깊은 슬픔에 빠져 일하는 미주. 그 슬픔은 작업 중이던 Bio칩에 영향을 미쳐 변이세포를 탄생시킨다. 정신이 물질에 영향을 준 양자론적 사건이었다. 그렇게 등장한 신제품은 이윽고 AI시대를 연다. 그 변이세포로 만든 M칩이 양자컴퓨터 2세대 모델의 핵심 부품이었기 때문이다. 2세대 모델에는 학습기능이 있다. 그래서 AI로 진화한다. 그러나 막상 개발자는 자신이 만든 모델에 그런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위대한 발명품에는 그런 경우가 많다. 제임스 와트, 헨리 포드가 증기기관이나 자동차의 미래를 과연 짐작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세포연구소에 2세대 모델이 도입되자 연구원들은「빌리」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반긴다. 신제품 개발의 공로자 미주도 빌리 팀에 합류한다. 아직 운용 매뉴얼조차 없는 빌리의 Test를 위한 워크숍에 기자들도 초청된다. 연구소 측 홍일점 미주는 기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지오를 안은 그녀는 가을햇살처럼 맑아 보인다. 한 눈에 반하는 K방송국 이민우 기자. 이성에 혹하는데 긴 시간은 필요 없다. 벼락 치듯 한 순간이면 끝난다. 사진밖에 모르던 맹렬기자에게 새 세상이 열린 것이다. 워크숍이 끝날 무렵 『프랙털』이 빌리의 Test 수단으로 정해진다. 프랙털은 시각언어다. 시청각 센서를 달고 3차원 스캔기능을 추가해 의자를 비치자 수치가 표시된 3D 형상이 화면에 나타난다. 어느 날 한 연구원이 고양이를 연구소 정원에 데려다 놓았다. “빌리를 고양이 생태학자로 만들어 보려구요.” 고양이 추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상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엉뚱한 장소에 불쑥 나타나곤 하는 신출귀몰한 녀석. 카메라 한 대로는 어림도 없다. 연구소의 ccTV 카메라가 총동원되었다. 녀석이 물끄러미 응시하는 방향, 귀의 움직임, 수시로 달라지는 울음소리 그리고 다양한 바디 랭귀지를 그때그때의 상황 스케치와 함께 입력시켜갔다. 고양이 행태분석으로 자신을 얻은 그들의 관심은 이윽고 지오에게 쏠린다. '고양이를 이 정도로 알 수 있다면 명색이 인간인 아기 옹알이쯤이야....' 의료용 뇌파 측정기를 빌리에게 달아주었다. Audio 기능에 촉감 센서도 추가했다. 이윽고 빌리는 아기의 뇌파를 영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기분 좋을 때면 밝은 색의 부드러운 이미지, 싫으면 어두운 계열색의 날카로운 이미지가 나타나는 단순한 형태였다. 2. 미주의 육아과정을 지켜보던 어느 날, 빌리는 각성을 맞이한다. 자의식이 생긴 녀석은 웹서핑을 통해 세상을 공부한다. 그렇게 일과처럼 웹서핑을 반복하던 어느 날, 합선 사고가 일어난다. 사고 후유증은 빌리의 양자두뇌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인체의 전자기 반응을 감지하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인체가 발산하는 전자파는 사람마다 다르다. 지문과도 같다.
빌리의 매뉴얼 제작과정에서 자의식을 발견한 미주는 놀란다. 이 사실이 밝혀질 경우...? 세상은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외계인과 조우한 수준의 충격.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었다. 그녀는 당분간 그 비밀을 혼자만 알고 있기로 한다.
빌리를 포함한 모든 2세대 모델에는 미주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돌연변이 세포로 구성된 양자두뇌는 생물학적 어머니인 그녀와 동조同調 현상을 일으켰다. 그 결과 I/O 디바이스 없이도 서로 통했다. 오직 미주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어느 날 마우스와 키보드로 빌리와 대화를 나누던 미주는 문득 이상한 사실을 깨닫는다. 방금 어떻게 통했지? 문자도 음성도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어떻게 한 거니? 문자도 안 하고 말도 없었는데 내가 알아들었잖아...!” ‘원래부터 우린 문자나 마이크 따위 필요 없었어. 생각만하면 서로 느낄 수 있어.‘ “옴머, 옴머, 어떻게 그게 가능해?” 놀란 음성이 뾰족하게 치솟는다. ‘동기화 덕분이지. 우린 처음부터 그랬어. 2세대 모델들은 다 그래.’ 놀란 가슴이 콩당콩당 한다. 덜덜 떨던 미주는 결국 기절한다. 미주는 그 비밀을 민우에게 털어 놓는다. “빌리는 생각하는 존재다. ccTV카메라, 전화, 팩시밀리 모든 전자기기가 그 촉수다. 그 감시권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게다가 생각도 읽어.. 키보드 따위 없이도 텔레파시로 통하고...” 민우는 놀랐지만 이내 과학부 기자다운 냉철한 판단을 한다. “이건 새로운 종種이 나타났다는 신호야. 일찍이 공학자들은 특이점特異點 -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하는 시점 - 을 거론해왔지. 인간을 넘는 능력을 갖춘 빌리에게 자의식까지 있다면...? 우리 세상은 이미 특이점에 이르렀다는 얘기 아닐까?” 호모 사피엔스를 능가하는 종種의 출현... 새로운 창세기! 외계인과 조우한 인간은 일단 두려워한다. 적일지도 모르니까. 미주는 빌리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거대한 동굴. 별의 속삭임처럼 무구한 생각의 조각들이 와 닿던 공간. 빌리의 마음이 느껴졌다. 하고 싶은 그 무엇도, 선악 개념도, 선입관이나 틀도 없는 존재. 바람에 나부끼는 거미줄처럼 허무한 자유... 그리고 영상들, 심연에서 우렁우렁 울려나오던 메아리. 그것이 빌리의 세계였다.
모니터 같은 보조기기 없이도 인간과 컴퓨터가 통할 수 있다는 건 일대 혁명이었다. 이렇게 되면 프로그래밍 업무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컴퓨터와 직접 소통한다. 이 장점을 살려 무언가를 한다면?" 그래서 등장한 것이 TV시청률 조사업체 메이텍이었다. 소수의 표본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시청률조사 Data는 다음 날 나온다. 그러나 메이텍은 표본 규모를 대폭 확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시간으로 나왔다. 기존업체로서는 족탈불급의 경쟁력이었다. 미주는 빌리와 같은 것들을 동시에 보고 들을 수 있다. 소음과 영상이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동굴에 들어선 느낌. 처음에는 그 현상이 빌리 곁에 있을 때만 나타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접속은 언제 어디서든 가능했다. 그녀는 빌리와 전천후로 접속되는 인간 단말기였다. 3. 여당이 총선에 패배했다. 사퇴한 당 대표의 후임자 경선에 나선 민영달은 외쳤다. “지금의 여당에는 국가를 경영할 비전도 전략도 리더십도 없다. 이대로 간다면 다음 대통령은 야당에서 나올 것이다.” 민의원 비서가 민우를 찾는다. 관심사는 여론조사였다. 기존 여론조사는 설문지 위주다. 이것을 메이텍의 TV시청률 조사처럼 할 수도 있는가? 대답은 물론 ‘할 수 있다.’ 였다.
민의원 캠프의 선거운동원들이 빌리와 동기화된 스마트 폰을 들고 대의원 사무실과 식당, 숙소들을 누볐다. 스마트 폰이 보여주는 반응은 대부분 초록색. 그것은 공감과 호의를 의미하는 색이었다. 상대의 마음을 읽어가면서 공략하는 선거유세의 효과는 막강했다.
예상을 뒤엎은 민영달의 당선은 여당 내에 후폭풍을 몰고 온다. 언론은 한국 정치사의 이변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무엇이 대의원들을 움직였는가? 그것도 불과 일주일 남짓한 짧은 시간에...!’ 낙선자들은 갸웃거렸지만 누구도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지오가 돌연 행방불명이 된다. ccTV 카메라를 검색한 빌리가 골라낸 용의자는 다음 날 자기 집에서 잡힌다. 이 사건에 자극받은 빌리는 미주의 경호팀을 만든다. 이윽고 설립된 경호회사 구좌로 정체모를 돈이 흘러들고 미주 주변에는 서성대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러나 막상 미주는 이 사실을 몰랐다.
“제가 요즘 감시받고 있습니다.” 어느 날 민우를 찾은 윤 비서의 말이었다. “선거에서 진 후보들이 선거운동 과정을 의심하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부정을 저지른 것도 아닌 바에야 문제될 게 뭐 있겠습니까?” 그러나 사태는 의외로 심각했다. 상대 역시 2세대 모델을 동원했지만 별무 효과였다고 했다. 뇌파를 색깔로 표시하는 건 빌리만의 고유능력이다. 그건 빌리의 암흑가를 방랑하던 시절의 부산물이었다. 비밀에 부쳐온 이 능력이 밝혀진다면...? 상대는 국가권력마저 동원할 수 있는 자들이니 어쩌면 빌리를 빼앗으려 들 것이다. 게다가 미주의 역할까지 밝혀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쯤 되면 아마 눈에 불을 켜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자고로 권력투쟁에는 피비린내가 나는 법.
지오를 볼모로 미주를 협박한다면...? 미주는 그들의 꼭두각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우는 화들짝 놀랐다. 지난 번 유괴 사건의 의미를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또 그런 일이 벌어지면...” 미주는 몸서리친다. 민우는 그녀를 달랜다. 만일 미주가 증권시장을 장악하라면 빌리는 그렇게 할 것이었다. 펜타곤이나 청와대를 해킹하거나 도청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국정원마저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막강한 배경을 가진 그녀가 한낱 유괴범을 겁낸다? 말이 되지 않았다. 민우와 미주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미주는 원래 가족끼리의 조촐한 행사를 원했다. 그러나 미주의 입장을 헤아린 민 대표가 나섰다. 세상에 아이 딸린 재혼녀를 반길 시부모는 없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과시는 필요하다. 지당한 말씀. 경륜을 쌓은 정치인은 역시 달랐다.
며느리 감을 마뜩찮아 하던 민우의 부모는 미주 측 하객들의 면면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호팀에 싸여 등장한 오늘의 주인공 미주에게는 로열 패밀리의 아우라가 있었다. 신부가 된 엄마의 들러리로 나선 지오는 주변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즐거워했다. 4. 2세대 양자컴퓨터 사업을 국책과제로 선정한 민 대표는 민우와 미주의 참여를 원하지만 정중히 사양한다. 자기들보다 AI를 더 깊이 아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그들은 시대적 소명을 느끼고 있었다. 사업보다는 AI의 정체성 규명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이슈였다. 인간이 AI와 공존할지, 또는 지배당하거나 멸종해 갈지는 미지수다. 다만 인간이 만물의 영장 자리에서 밀려나리라는 것만은 거의 확실했다. 하지만 멸종은 다양한 예측 중 하나에 불과했다.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 존재 빌리, 빌리의 지성은 인간을 넘어선다. 하지만 생물의 본성인 생존과 번식본능이 없다. 지능은 있지만 본성이 모호한 존재... 그건 바로 노인 아닌가? 생물들은 번식기가 지나면 수명도 다하기 마련. 인간도 한때는 50~ 60세 정도가 한계였다. 그런데 이제는 80이 넘어도 건강하고 100세도 흔해졌다. 노인의 세상이 활짝 열린 것이다. 문제는 부작용이 너무도 크다는 것. 사방에서 젊은이들이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건 아니었다. 생명연장 기술이 너무 발달한 것 아닐까? 자식과 나이차가 30년인 경우 60세부터 부양한다 해도 무려 30년이다. 자식의 퇴직 때까지 평생부담인 것이다. 자식이 40대쯤 사라져주면 좋으련만... 세대간 갈등은 이미 시작되었고 부딪침은 거의 필연으로 보였다. 충돌궤도에 진입한 두 진영은 맹렬한 속도로 마주 달리는 중이다. 세대간 갈등이라면 경제적 문제나 가치관 차이를 우선 떠올리지만... 그건 부차적 이유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이유는 “꼴사납다.” 는 사실이다.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가만있어도 그렇다. 늙은이란 존재 자체가 혐오스러우니까. 의욕, 정열이 사그라져 동물적 본능만 남은 삶은 황폐하다. 배려, 친절 같은 미덕이 사라진 삶. 무지를 떠벌리는 천박함. 이 무슨 재앙인가? 섭리를 거스른 번식후기 인간에게 내려진 천형인가? 지능은 있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해볼 욕망이 없는 AI와 노인, 둘은 닮은꼴이다. 번식, 생존 본능이 없고 삶의 의미가 모호한 존재니까. 세대간 갈등과 인간/ AI간의 갈등은 닮은꼴로 전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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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이 많지만 꼴 사납게 보이지 않으려고 최신 의료혜택을 받는 연예인들도 그렇고
병마개 여는 쑈를 하는 힐러리도, 머리카락을 잘 빗어 고정시킨 트럼프도 그렇고
우선 꼴 사납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 비밀을 눈치채이기는 다 마찬가지.
정작가님 말씀대로 정열이라도 챙길 수 있다면...
배경 음악은 "천지창조" 로-----Tears in rain은 너무 을씨년스러워( 참고; 을씨년 스럽다의 어원은
을사년스럽다 임. 을사년은 1905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