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의에 침묵은 공범이다.
탄핵의 정국에 요즘 언론매체에서 보듯이 여야가 파당으로 갈려 연일 싸우지 않는 날이 없고 사법부조차 오염된 현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강산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한시 ‘고의’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고의'는 다산이 1800년(정조 24) 4월 말 왕의 소명을 받고 서울로 돌아와 규장각에서 교서(校書)일을 하길 바랐지만 그 직을 얻지 못하고 고향 소내로 돌아가며 지은 시로 여유당전서 제1집 제4권 시문집에 실려있는 다산이 39세에 쓴 시이다.
윤4월 말 고향 소내로 돌아가면서 배 안에서 남송 시인 육유(陸游)의 시에 차운하여 소인배가 설치는 시속을 비판하였다. 육유의 시는 '검남시고(劍南詩稿)' 권3에 실려 있는 '크게 한숨 짓다(太息)' 2수 가운데 제1수이다.
고의(古意) / 다산 정약용 (茶山 丁若鏞) 차검남운 (次劍南韻)검남 시 에서 차운하다.
열수유불식 (洌水流不息,)
한강물은 쉼없이 흐르고
삼각고무극 (三角高無極.)
삼각산은 아득하게 높은데
하산유천변 (河山有遷變,)
강산이 바뀌고 변해도
붕음파무일 (朋淫破無日.)
당파짓는 무리들 깨부술 날 없으니
일부작사공 (一夫作射工,)
한 사람이 간악한 모의를 하면
중훼체전역 (衆喙遞傳驛.)
뭇 입들이 빠르게 전파하여
피사기득지 (詖邪旣得志,)
간사한 말들이 기승을 부리니
정직안소택 (正直安所宅.)
정직한 자 어디에 안주하랴
고란우모약 (孤鸞羽毛弱,)
외로운 봉황은 원래 깃털이 약해
미감수지극 (未堪受枳棘.)
가시 덤불을 이겨 낼 재간이 없기에
요승일범풍 (聊乘一帆風,)
짐짓 불어오는 한 가닥 바람을 타고
묘묘사경국 (杳杳辭京國.)
멀리멀리 한양을 떠나리니
방랑비감모 (放浪非敢慕,)
방랑을 좋아해서는 아니로되
유체양무익 (濡滯諒無益.)
머물러 봐야 무익하기 때문이라
호표수천혼 (虎豹守天閽,)
대궐문은 포악한 자가 지키고 있으니
하유달충억(何繇達衷臆.)
무슨 수로 이내 충정을 아뢰랴
고인유지훈 (古人有至訓,)
옛 분의 지극한 교훈이 있지
향원덕지적 (鄕愿德之賊.)
옛 성인 훌륭한 말씀에 향원은 덕의 적이라고 했지
이 시는 당파싸움 따위야 생각 할 수도 없이 어질고 착한 사람들만이 모여 살던 옛 세상이 너무 그리워서
시의 제목을 ‘옛뜻(古意)’이라
붙였던 것으로 보이며, 정직한 신하보다 간사한 신하가 득세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시이다. 실제로 당파싸움에 희생되어 18년의 귀양 살이를 했던 다산은 간신들의 비방을 못견뎌, 벼슬을 버리고 초야에 은거 하고자 했는데, 지고지순한 자연과 중상모략만 일삼는 무리들과의 대비를 통해 부정적 사회상을 비판했다.
이 시는 “강산도 바뀌건만 왜 인간의 못된 짓은 바뀔 줄 모르고, 예나 지금이나 당파싸움만 하느냐 탄식하면서 귀양살이 가기 직전에 다산이 지은 시인데, 마치 200여년 지난 오늘날의 현실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같다.
○ 유배(流配)
옛 왕조시대 죄 지은 사람이 가는 곳은 감옥이나 황야에 풀어놓기도 했다. 중국의 유배나 고대 그리스의 오스트라시즘이 그런 제도였다.
우리나라 고려시대의 유배는 세 등급으로 나뉘어서 왕도(王都)를 기점으로 등급에 따라 거리가 유배 달랐다. 1등급은 3천리, 2등급은 2천5백리, 3등급은 2천리 리수(里數)를 야박하게 따진 것은 아니고 대충 멀고 가까운 정도의 차이였다. 개성을 중심으로 3천리면 가장 먼 곳이였다.
○ 폭거(暴擧)
유배는 비록 형벌이긴 하지만 유배지에서 오히려 창조적인 열정으로 스스로 이겨낸 사람들도 많다. 다산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18년동안 무려 5백권의 저술을 남겨 놓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사유가 증거인멸이다. 참 기가 막힐 일이다. 야당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600자 분량으로 정당의 현직 대표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점 감안해 구속을 기각했다.
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 누가 더 비판의 대상이 클 수 있나? 이게 현재 쇠락한 법조계의 편견이다.
조선왕조 1895년 양반과 왕족의 실형은 벌금형이었다. 직위에 따라 형벌을 차별하라는 것이 아니나 현직 대통령을 꼭 구속기소 해야하나 의문이다.
야당대표는 검찰에서 2년간 수사 후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구형하고 법정 구속 없이 재판받는 게 우리나라 사법부 잣대란다. 법원은 전도몽상(顚倒夢想)의 전도(顚倒)인가? 이것은 분명 진영 논리의 역행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법이 무너지면 초강대국 로마도 망했고 몽골제국도 사라졌다. 내부 모순으로 나라는 좌우 종횡으로 갈라지면서 이념의 혼란으로 지금 한국은 좌익 세력이 각 분야에서 치열한 사상적 조직적 공세를 전개하고 있다.
이 나라의 좌익은 때로는 민주주의 세력으로 때로는 민족주의 세력과 양심세력으로 위장하면서 사회 각 분야에 침투하여 자기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죄익은 이미 대학과와 노동계를 장악했으며 문화, 예술, 언론, 출판, 종교, 교육계 등 한국사회의 모든 분야에 빠짐없이 침투하여 반공의식을 약화시키고 반미 감정을 북돋우면서 그들의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후부일(朽腐日) 심지대하(深之大厦) 기국비국(其國非國)이라. 날로 썩어가는, 큰 저택같은, 그런 나라는 나라가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451년 전, 1574년에 이이 율곡이 선조에게 올린 만언봉사(萬言封事)에 쓴 글이다.
세월의 격차가 4세기반을 지났어도 지금 이 나라는 그 시절 조선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이 백성들은 조선시대의 백성들과 무엇이 다른가?
불법으로 대통령을 구속해도 나라의 안보가 무너져도, 기업이 떠나고 경제가 폭망해가도 청년실업자가 많아도, 일자리 찾아 등져도 70년 공들여 이룩한 원전을 내팽겨쳐도, 세금 갈취로 좌파들이 지들 세상 만들기를 즐겨도, 자유가 없어지고 일자리가 사라져도 싸구려 감성 말장난에 영혼이 병들어도, 노조가 나라를 좌지우지 해도 조작과 선동 거짓에도 언론이 놀아나고 진실이 부정되는 현실에 4-500년 전의 민초들보다 나은 게 무엇일까?
꼰대 보수들은 침묵 하라고? 불의가 정의가 되는 것을 보고도 침묵 하는 것은 공범이다. 아직도 그 누군가가 대신해 해 줄 것이라고 기다리며 행동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거야세력들의 입법과 탄핵 특검 포주로 행정부가 마비되고 사법의 체계가 무너젔으며 법조계의 극단적 괴리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것은 폭거다. 야권은 당 지지도 떨어지자 철옹성 일극체제에 미세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감옥에 간 대통령 지지율이 급 상승하고 공정과 정의의 20대와 30대가 깨어나고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권력이 무너지면 썰물처럼 흩어지는 신의와 의리 충절의 배신에는 유배 1등급 3천리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탄핵이 기각되려면...
미국의 탄핵 절차는 하원에서 소추하고 상원이 심판한다. 한국은 국회가 소추하고 헌재가 심판한다.
차이점은 미국은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반면에 한국은 사법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요건에 맞지 않는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선관위에 대한 군 투입은 헌법 법률에 위배되고, 그 중대성에 어떤 재판관도 탄핵을 기각하기 쉽지않을 것이란게 다수의 견해이나 이것을 극복하는 핵심은 여론이다. 여론의 향배에 탄핵이 달려있는 것이다. 탄핵기각을 바란다면 집회나 시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단 폭력 사태는 결코 있어서도 용납해서도 않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