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5일 주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성서 주간)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8,33ㄴ-37
그때에 빌라도가 예수님께 33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하고 물었다.
34 예수님께서는 “그것은 네 생각으로 하는 말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하여 너에게 말해 준 것이냐?” 하고 되물으셨다.
35 “나야 유다인이 아니잖소?
당신의 동족과 수석 사제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긴 것이오.
당신은 무슨 일을 저질렀소?” 하고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36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37 빌라도가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오?”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제34회 성서 주간 담화
오늘은 김종수 주교님의 성서 주간 담화를 묵상으로 올려드립니다. 함께 묵상하시고 주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생기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가르침은 완전하여 생기를 돋게 하네”(시편 19,8ㄱ)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지난 일 년 동안 ‘성경의 해’를 준비하는 첫 번째 주제는 ‘말씀과 삶’이었습니다. 교형 자매 여러분 모두 말씀을 묵상하면서 여러분의 삶 또한 말씀과 깊이 동화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이어서 새로이 맞는 일 년 동안 우리는 ‘성경의 해’를 준비하는 두 번째 주제인 ‘성경이 증언하는 삶의 생기’를 묵상하며 말씀의 은총이 우리 모두에게 풍성하게 내리기를 희망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이 깊이 배어 있는 성경은 하느님 자비의 신비를 전해 주는 위대한 이야기임을 강조하시고,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주님의 말씀을 살면서 세상에 널리 전파하는 노력을 쇄신할 수 있기를 바라시면서 ‘하느님 말씀의 날’을 제안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황님께서는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살아 있는 도구가 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계획들을 마련하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자비와 비참」, 7항 참조).
한국 천주교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교회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간인 제34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여 성서 사도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은혜로운 사명을 다시 한번 깊이 인식하고, 모든 신자들이 성경 말씀에 애정을 갖고 다가갈 수 있도록 격려해 왔습니다. 우리는 올 해에 서른네 번째 성서 주간을 맞이합니다. 이에 성서 사도직 봉사자들은 자신들의 소명 의식을 높이고, 신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성경 말씀으로 무장해 삶의 생기를 북돋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시편 저자는 주님께서 우리 삶과 영혼에 생기를 돋게 하신다고 노래합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 내 영혼에 생기를 돋우어 주시고 바른길로 나를 끌어 주시니 당신의 이름 때문이어라”(시편 23,1.3). “주님의 가르침은 완전하여 생기를 돋게 하고, 주님의 법은 참되어 어수룩한 이를 슬기롭게 하네”(시편 19,8). 시편 기도는 이렇게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의 삶과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신다고 격려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현존하시는 또 다른 모습이 말씀이시기에, 주님께서는 말씀을 통하여 우리의 삶에 생기를 북돋아 주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태초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시고 하느님과 같으신 말씀이십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에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사시며 죽은 이를 살리시고, 병든 이를 고치시며 가난한 모든 이들을 위로하셨습니다. 태초에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말씀을 통해 우리의 삶을 새롭게 창조해 주십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매일 음식으로 육신의 생명을 살리듯, 말씀을 묵상하고 말씀을 실천하며 말씀과 함께 살면서 우리의 영을 주님 안에서 살게 해야 합니다.
베드로 사도는 요한 사도와 함께 성전으로 올라가다가 ‘아름다운 문’ 앞에서 사람들에게 자선을 청하던 불구자를 치유한 후, 솔로몬 주랑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보고 설교했습니다. “그러므로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와 여러분의 죄가 지워지게 하십시오. 그러면 다시 생기를 찾을 때가 주님에게서 올 것이며, 주님께서는 여러분을 위하여 정하신 메시아 곧 예수님을 보내 주실 것입니다”(사도 3,19-20). 베드로 사도는 우리가 진정으로 죄를 통회하고 하느님께 돌아서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실 뿐 아니라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보내시어 우리에게 생기를 찾아 주신다는 것입니다. 성전 문 앞에 있었던 불구자는 베드로 사도 일행과의 만남을 통해 단지 육신의 치유를 받은 것이 아니라, 치유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함으로써 멀어졌던 주님을 새롭게 만나게 되어 진정으로 새로운 삶의 기운을 얻게 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태초에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어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창세 2,7). 인간이 죄로 인해 당신으로부터 멀어지자,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보내시어 우리 죄를 대신하여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뒤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다시 성령의 숨을 불어넣으시어(요한 20,22) 구원받은 하늘 나라의 시민으로 다시 창조해 주셨습니다. 주님께 돌아서는 회개와 통회는 이 은총을 받기에 가장 합당한 그릇입니다.
교형 자매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그리스도와 같으신 말씀께서 우리 안에 들어오시어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살도록 우리 마음과 영에 힘을 주십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한 해 늘 주님의 말씀을 가까이하며 삽시다. 교부들은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성경이 우리를 읽는다.’고 가르칩니다. 말씀을 즐겨 대하면, 하느님의 눈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불어넣어 주시는 새 생명의 은총을 모든 신자들이 체험하시기를 빕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의 삶과 영혼에 이러한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시기를 원하십니다.
2018년 11월 25일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
오늘 독서에서는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모든 사람들을 한 민족이 되게 하시고 하느님을 섬기는 대사제로서 세상의 임금님이심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5 성실한 증인이시고 죽은 이들의 맏이이시며
세상 임금들의 지배자이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피로 우리를 죄에서 풀어 주셨고,
6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그분께 영광과 권능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7 보십시오, 그분께서 구름을 타고 오십니다.
모든 눈이 그분을 볼 것입니다.
그분을 찌른 자들도 볼 것이고
땅의 모든 민족들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
8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또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께서,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묵시록 1,5ㄱㄷ-8)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