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성경학교
박민혁
지난밤 여체를 더듬은 손으로 어린이들의 볼을 쓰다듬는다.
근친의 애인은 생사람 같다.
生佛 같다.
나의 목자요,
하나님 슬하의 배다른 형제.
얘야, 괜찮다.
사랑은 대부분 방식이 이단이지.
입맛에 맞는 천국을 가면 된다.
설령,
집념의 병리와 믿음의 병리가 싸우고 있었다.
입덧하는 여름,
죄의 맛을 모르는 어린이들은 물놀이를 위해 거리낌 없이 옷을 벗는다.
나는 문란하므로 애인 앞에서는 죄가 없다.
내게 유소년기를 보여준 이들이 자신과 닮은 아이들을 하나씩 안고 입장한다.
내 부주의로 눈두덩이 찢어진 어린아이가 나를 보고 바보처럼 웃고 있다. 이제 나는 그런 것이 신의 표정이라고 착각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우울이 지나친 자는 온몸이 흉기다.
과년한 슬픔 몇 개를 회당에 몰래 버리고 오던 길. 내가 모범교사로 추천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흐트러진 정적을 수습하다가 징그럽게 웃어버렸다.
2017『시사사』7-8월호
첫댓글 집념의 병리와 믿음의 병리...어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