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답사)란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조사한다는 뜻인데 대밭에 가서 악기감을 직접 캐올 때는 뭐라해야할까? 대밭채취?채굴? 남의 밭일 경우가 많으니 도굴? 마땅히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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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을 신부님은 풍류하면서 알게된 분이신데 나를 대밭으로 초대하셨다. 지난번에도 구례 지리산 자락에 아는 이가 살고 있으니 함께 가자고 하였지만 사정상 가지 못하게 되었는데 기어이 다른 곳이 있으니 가보자고 요청해오신 것이다. 자꾸 거절할 수 없어 도구를 챙기고 집을 나섰다.
저질체력에 편도선염 등으로 비실비실하는 것을 보고 신부님이 직접 거들어 주셨다. 대밭의 소재를 가늠해 보시길....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하고도 마포구 강변도로 옆 절두산 순교성지가 내려다 보이는 마리스타교육 수사회 교육관 뜰이다. 대밭의 면적은 우리집 베란다랑 비슷한 크기이다.게다가 좁은 면적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 있어 도끼질 삽질하기가 너무 힘들어 주변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리고 작업을 하였다.
조금 실한 녀석을 발견하였지만 이놈은 성질을 못이기고 캐는 도중 분질러 버리게 되었다.
<의문>
2년간 전라도 드넓은 대밭까지 가서 수십개 악기감을 가져와 작업한 결과 모두 실패였다. 그런데 10평도 되지 않는 서울 한복판 쪽밭에서 캐온 몇개의 나무 중 쓸만한 것이 나올 수 있을까?
캐온 것들 보니 상품성 있는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나무는 난대성 식물로 자연상태에서는 충청 이남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것이 정상이다. 계속 떠오르는 의문은 자연 번식 한계선을 넘어 인위적인 환경에서 자란 대나무는 악기감으로 어떤 상태를 보일까? 하는 것이다. 일설에 서양 바이올린에 쓰이는 것은 춥고 혹독한 환경 속에서 추위를 견디고 자란 목재가 외려 단단하고 악기감으로 훌륭하다고 한다. 지난번 제주도에 가서 대나무를 캐왔는데 상대적으로 온화한 제주도에서 나온 대나무는 성질이 무르고 악기감으로 좋지 않았다.
과연 이 것들이 반전의 모습을 보여 주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완성된 악기를 머릿속에 그려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