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8월 17일~18일 차박 2일 여행기
평창군 청옥산 육백마지기, 동해 무릉 별유천지
지난주에 차박으로 떠났던 일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았고
옆지기도 하룻밤쯤은 체험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영동지역에 가끔 소나기 올 수 있다 하고
주말부터는 가을장마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였다
다음 주부터 다시 손주를 하원 시키면
주중에 떠날 수 없게 되었다
급하게 지난주에 준비했던 것처럼 챙겼다
이번엔 함백산 야생화도 볼 겸 가능하면
그곳에서 차 박하고
두타산으로 가서 지난번 못 돌았던 코스로
트레킹 하자고 하여
또 도전을 해본다
함백산 만항재 도착 즈음 비가 내린다
야생화도 생각했던 것보다 못하였다
서너 대 정도 주차돼 있었으나
산속의 주차장이라 차박 하기는 마음 내키지 않는다
사진 한컷 남기지 않고
시야가 터진 육백마지기가 그리워
평창으로 다시 출발이다
염천에 더위 먹는다고 집에만 있었던 삼복중에
말복 지나니 이글거리던 태양빛도 한낮에만 해당되고
육백마지기 고산지대엔 안개비가 날리니
덧입은 옷깃을 여밀게 한다
차박 숫자도 지난주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산책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추워서 도시락 놔두고 라면을 끓였다
하늘의 별은 구름으로 숨어 보이지 않는 초저녁
삶이란 거미줄처럼
질서 정연하다가 때론 엉키며 산다
속세를 벗어난것처럼 드넓은 고산지대에서
우리만의 공간에 잠만 자는 것도
특별한 체험이며 추억이었다
잘 자고 난 아침
구름이 잔뜩 끼인 하늘을 보니
더 머물필요가 없었다
바로 두타산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육백마지기 내려오는 길에
몇 컷 인증삿 하려고 차를 세워
자작나무 숲으로 올라갔다
대여섯 방 찍고 차도로 내려와 뒤돌아보았다
그런데
하얀 자작나무 숲에
목 안보일정도 머리 길이
까만 치마에 까만 웃옷을 입은 여자 한 명이
자작나무 숲 중간에서
나있는 방향이 아닌 옆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어~ 사진사인가 눈여겨보았다
카메라는 안 들었다
눈길을 뗄수 없어 주시해 보니
잠깐 보였다 안 보이다 머리와 어깨만 보인다
그리곤 우리가 차도로 내려온 옆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카메라 들고 있으면서
안 담아 놨는지 후회스럽다
사진 찍다 보면 항상 뒤돌아보는 습관이 있었고
옆지기는 나하고 50m 떨어진 거리
바로 옆에 덜렁 집 한 채 있는 차도에 있었다
집 한 채 사람이라면
나있는 방향으로 내려와야 맞았다
8월 18일 이른 아침 6시 26분~31분
6분간 머물면서 일어난 일이다
재빨리 차를 타면서 흥분된 상태로 이야기하고
뒤돌아 확인해보자 했다
나보고 헛것 보았다고..
우리가 내려오면서 차도 없었고 사람도 없었는데
웬 사람이냐고~
그리곤 바로 두타산으로 출발하였다
처음엔 사람으로 보았지만
하얀 자작나무 속에 룰루랄라 지나가니
까만 요정이 나타난 것 같기도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다 보니
나중엔 귀신인 거 같았다
누구도 알아주는 이 없는 이 상황을
지금도 미스테리로 남아있고
그 시간에 사람이었다면
이 글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타산 입구에 도착하니 어쩌나!
어제부터 비가 많이 내려
용추폭포만 허용되고 입산금지란다
망설임 없이 돌아서
바로 근처에 석회암 폐광산을
관광지로 탈바꿈하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50년 동안 석회석을 채굴하면서
황무지로 변한 폐광지가 수심 25m에 이르는
외국에서만 볼수 있는 에메랄드빛 호수로 형성되었다
지하에서 용출수가 나오고 물이 유입돼 물고기가 살고
새들도 찾는 곳으로 변모해가는 중이다
호수 주변엔 제철에 필 살살이와
다양한 야생화가 심어져 있었다
무릉 별천지답게
아름답고 고요한 옥빛 호수를
아무도 없는 내가 주인인 것처럼 한 바퀴 돌아보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자연 순리에 도리 없이
옷은 물론 등산화까지 흠뻑 적시었다
지난주 육백마지기에 쏟아진 소나기가
차를 닦아주니 고맙기도 하였는데
이번엔 나를 공략해서 완전 꽁지 빠진 수탉 신세로 만들었다
순간 내 몰골에 실없이 웃었다
우산도 차에 있었지만 설마 하고 혼자 돌다가
옆지기는 차를 몰고 반대방향에 차를 대려고 가버리고
귀신 보았다며 재수 좋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산행도 못하고 비 흠뻑 맞은 거로 액땜이었다 ㅎ
옷을 갈아입고 뒤돌아 나오는데
차 한 대가 오면서
지금은 들어올 때가 아니에요
아직 공사 중입니다
9월 중순에 준공해서 일반에 개방한 다음
그때 다시 오라고 했다
이어
묵호항 논골담길 돌아보며 귀가 중
동강길을 드라이브 하다보니
자두밭이 나오고 수줍게 익어가는 사과밭이 있었다
기후 변화로 일기차이가 많이나는 곳이 맛도 좋아
과수목들이 기온따라 북상중이다
갱년기가 유세라 생각하고
이어지는 일상들이 단조로움보다는
오늘이 내일보다 젊기에
새로운곳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고자 했던 함백산 차박도,두타산 산행도 못했다
하지 못하면 어떠리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하얀 자작나무숲에
사람,요정,귀신이 뇌리속에 스치니
또다른 추억을 남겼지~
65세 넘으면 노년이란다
지난날 보다 다가올 그날이 가까운줄도 모른다
지금처럼 더도덜도 아닌 요정도 보며
노년의 법칙처럼 살리라!
첫댓글 내가 목마르게 기다리던 김선생님의 여행기! ㅎ
공짜로 천천히 음미합니다
워닝님!
잘 보아주시니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모든일에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김명희 선생님, 혹시나 해서 여쭤봅니다
우리 집 사람이 기출했는데 (검은 옷 치렁치렁 두르고) 아닌가 해서요
숲과 호수의 정령, 혹은 아름다운 詩가 한편 옷깃을 스치고 다녀가셨겠지요
글을 열어가는 솜씨가 참 좋습니다
ㅎ
아무래도 숙제가 풀린거 같습니다
자작나무 숲속의 검은 요정은
워낭님 집 사람으로요ㅎ
집떠나면 고생이라는데
그걸 즐기려는 저를
호평해주셔서 배꼽인사 올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