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1987년 12월 3일 목요일입니다.
"따르릉"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 저 김미옥이에요"
"김미옥씨 오래간 만입니다."
"저 지금 거기 가 봐도 돼요?"
"예? 여길 오신다고?"
"가지말아요?"
"아 아닙니다 오세요"
"거기가 어딘가요?"
여기는 수유리 3동 파출소 앞이기에 찾기 쉽습니다.
그해 12월은 추웠습니다.
거리에는 죽은 시멘트 건물과 낙엽을 떨어드린 앙상한 가로수 뿐이라서
을시년 스럽습니다.
김미옥 처녀가 우리 피아노 학원의 문을 열자 깜짝 놀랍니다.
마치 온실을 방불한 식물원처럼 꽃 화분이 가득하고
창가에도 아름다운 커튼이 매여져 있는 가운데는 꽃병이 놓여져 있고
바닥에는 식물 화분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벽에는 대형 음악가들의 연주모습과 지휘모습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김미옥씨"
"아니 무슨 피아노 학원이 이렇게 예뻐요?"
대형 연탄 난로에서는 주전자의 물이 끓고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 악보를 읽거나 손가락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들 피아노 레슨을 봐주어야 하니 좀 기다려 주실래요?"
"네 제 걱정은 하지 마셔요."
나는 아이들을 다 가르쳐 보냈습니다.
그리고 아래 마트에 가서 돈까스를 사와 요리하여 김미옥과 같이 먹습니다.
김미옥도 배가 고팠던지 맛있다고 하며 다 먹고 설거지를 해줍니다.내 피아노 학원에서
여자가 설거지를 해 주는 일은 처음입니다.
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드러움과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가정에는 여자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는 모든 일을 마치고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십니다.
"어머나 ! 무슨 커피가 이렇게 맛있어요?"
"그쵸? 제가보기에도 이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6.25 전쟁 후 갈곳이 없을때 청주 북문로 성당의 미국신부님 밑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때 식당에는 일손이 모자라면 내가 들어가 일을 돕는데 그때 내가 하는일이 바로 커피 끓이는 일입니다.
그때 미국인들이 자시는 커피는 `캔에 든 맥스웰 하우스 커피` 입니다.
원두커피를 잘게 부순 알갱이 커피인데 커피 보트에 넣고
정확히 센불에 8분을 끓입니다.
이 커피를 신부님의 찻잔에 딸아드리면 `카네이션` 상표가 붙은 연유를 타서 마시는데
한마디로 줵입니다.
#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커피점을 하나 내고 싶다면 한 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대박이 날 것입니다.#
값이 바싸도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은 다시 먹지 않고는 배기지 못합니다.
천기누설을 했네요 하하하
그렇게 처녀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기에 열중하다보니 자정이 가까워 진줄도 몰랐습니다.
처녀가 이제 돌아가려고 일어삽니다.
'지금 장안동 까지 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내일 아침에는 또 일찍 소공동으로 가야하는데 피로할 것입니다.
괜찮다면 여기에서 주무시고 가는 편이더 나을텐데요"
라고 하자 처녀가 가다말고
"그래도 돼요?"
라고 합니다.
"그럼요"
(계속)
첫댓글 안녕요 형광 님
캔에 들어있는 맥스웰커피
제 어머니가 즐기셨지요
하여 사춘기 때 어머님이
남대문도깨비시장으로
맥스웰사러가실 때는
저를 델꼬가셔 당시는
귀한 판때기 초콜릿을
사주시곤 하셨지요
오늘도 형광님의 지난시절
잘 봤습니다
즐건 주말 되시고요~^^
하이고 반가운 눈꽃작은섬님 감사합니다.
남대문 도깨지 시장을 아시네요 제가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이랍니다.
님이 가게 하나 여시지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