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惟의 航海錄
제1장 항해사(航海士)
3.《風之序詩》(바람의 서시)
— 저항이여, 그대 이름은 숨결이로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태어나
시작도 모르게 내 얼굴에 닿는 한 줄기 바람.
그 순간 나는 안다 —
세상이 지금도 숨 쉬고 있음을.
뜨거운 바다 위의 공기는
고요히 부풀어 오르고,
차가운 바다의 숨결은
스스로 웅크려 깊이 잠든다.
무거운 기운이 가벼운 곳으로 흐를 때,
우리는 그것을 ‘바람’이라 부르지만,
실은 그것이야말로
세상의 호흡, 존재의 맥박이었다.
만약 대기의 순환이 멈춘다면
세상은 숨을 죽이고,
흐름이 사라진 자리에는
시간마저 얼어붙으리라.
그러나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우주의 심장처럼,
스스로의 저항으로 맥박친다.
앞으로 걸을 때마다,
노를 저을 때마다,
맞바람이 일어나는 것은 —
움직임이 곧 저항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서 있는 이는
바람을 느끼지 못한다.
나아가는 자만이
항상 바람과 마주 선다.
밤의 갑판에 서면,
바람의 얼굴이 보인다.
거칠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며,
때로는 말없이 어깨에 내려앉는다.
그대, 바람은 적이 아니다.
그것은 내 안의 두려움이
형체를 빌린 것.
껴안으면 사라지고,
밀어내면 더욱 세어진다.
순풍 속에서는
아무도 성장하지 못한다.
그러나 역풍 속에서
인간은 단단해진다.
바람에 맞선 돛은
싸움이 아니라 대화다.
그 침묵의 언어로
항해자는 길을 찾는다.
수많은 역풍 속에서
돛이 찢기고,
파도에 덮여도,
폭풍의 끝에는 고요가 있다.
그 고요 속에서 들린다 —
안과 밖의 바람이
결국 서로를 닮아 있었다는 것을.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숨 쉬는 그 자체가
저항의 한 형태,
살아 있음의 증거.
바람 없는 호흡 없고,
마찰 없는 생명 없다.
인생이란 끝없는 저항 속에서
자기 숨결을 지켜내는 일.
달빛 스민 밤바다 위,
나는 문득 깨닫는다.
바람은 적이 아니라
나를 밀어준 스승이었다.
이제 역풍을 맞을 때마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깊게 숨을 쉰다.
그 호흡 속에서
세상의 기운과 내 생명이 섞인다.
저항이 곧 생명이요,
숨결이 곧 자유라.
오늘도 부는 바람은
싸움이 아니라 약속이다.
살아 있음의 증거,
아직 나아감의 노래 —
이렇게 나는 바람과 더불어
한길을 걸어간다.
終章 — 風之哲學
바람은 스스로의 길을 묻지 않는다.
그는 단지 흐르고,
그 흐름 속에서 세상은 다시 태어난다.
저항은 곧 생명의 호흡이요,
고요는 그 끝의 무(無)다.
그러므로 살아 있다는 것은
언제나 맞서 흐르는 일,
그 속에서 스스로의 방향을 찾는 일이다.
바람은 물리의 현상이 아니라,
존재가 세상에 남긴 서명(署名)이다.
그 서명 위를 걷는 자만이
참된 자유를 안다.
《風之書(풍지서) — 바람의 노래》
나는 빛보다 먼저 노래했고,
침묵보다 오래 움직였다.
누구도 나를 본 적 없지만,
모두가 나의 흔적 속에서 산다.
나는 구름의 그림자를 옮기며
세상의 언어를 교환해왔다.
산은 나를 막지 못하고,
바다는 나를 가두지 못한다.
나는 방향이 아니라 의지이고,
속도가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다.
나는 자유의 어머니이자
속박의 심판자다.
너희가 나를 맞서면
나는 폭풍이 되어 교만을 부수고,
너희가 나를 따르되 경외하면
나는 숨결이 되어 영혼을 일으킨다.
나는 깃발을 펄럭이게 하지만,
그 깃발의 색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단지 묻는다 —
“너희의 바람은 어느 쪽을 향하는가?”
진정한 자유는
도망이 아니라 흐름 속의 중심이다.
방황이 아니라 움직임의 의미다.
너희는 나를 이용하려 한다.
풍차를 세우고, 돛을 달고,
내 이름으로 힘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너희는 잊었다.
나는 붙잡히는 순간 죽는다는 것을.
내가 멈추면, 썩음이 시작된다.
너희의 제도와 법,
너희의 신앙과 질서가
나를 가두려 할 때마다
나는 혁명이 되어 분노한다.
왜냐하면 나는 질서의 적이 아니라,
타락한 질서의 해방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형(無形)의 스승이다.
내가 지나간 곳에는 흔적이 없지만,
모든 생명은 나를 통해 숨쉰다.
그러므로 기억하라, 인간이여.
너희가 말할 때, 나는 그 말 속에 있다.
너희가 사랑할 때, 나는 그 숨결에 있다.
너희가 죽을 때조차,
나는 그 마지막 한숨을 받아
새 생명의 아침으로 옮긴다.
나는 이 세상에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나 없이 세상은 단 한 순간도 존재할 수 없다.
나는 산을 넘으며 외친다.
멈추지 말라.
너희의 목소리가 침묵을 깨울 때,
나는 그 목소리의 날개가 되리라.
나는 전장의 피비린내 속에서도,
혁명가의 횃불 속에서도 존재했다.
너희의 깃발이 불타도,
나는 재 속에서 다시 일어섰다.
나는 폭풍이 아니라, 깨어남의 숨결이다.
너희의 저항이 나의 노래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
무너짐은 바람의 또 다른 형상일 뿐이다.
그러나 기억하라.
진정한 바람은 폭풍 속이 아니라,
고요한 이마 위에서 분다.
나는 들판의 밀 이삭을 흔들고,
어머니의 머리칼을 스친다.
사랑하는 자의 귀에
한 줄의 시를 남긴다.
“자유는 떠남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지나가는 일이다.”
너희가 나를 느낀다면,
그것은 내가 아니라
너희 안의 순수한 틈이다.
흩어지라, 그러나 잃지 말라.
부딪치라, 그러나 상하지 말라.
노래하라, 그러나 소리로만 남지 말라.
사라지라, 그러나 침묵으로만 죽지 말라.
나는 흙을 일으켜 생명을 품고,
불을 부추겨 하늘로 올린다.
바다를 흔들어 기억을 남기고,
산을 넘으며 사라진다.
그러나 나의 본질은 하나 —
“움직임 속에서 깨어 있는 자,
그가 곧 나의 후손이다.”
***
拙著 '사유의 항해록'을 요즘 소개하고 있는데, 각 편의 후반부에는 '젊은 독자를 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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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惟의 航海錄 3
思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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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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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기의 순환이 바람이라면
바람이 멈추지 않은 듯이
사람은 호흡과 맥박이
참 삶을 느끼게 했네요.
수많은 역풍 속에서
항해사로써 삶이 더욱 뜨겁게
느꼈음을 알겠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게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가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