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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도 우리 달링들 너무 좋아~쪽!
"아읏, 살살좀 해라"
"거짓말쟁이"
"어허, 거짓말쟁이라니~"
"태권도장 다닌다는 사람이, 왜 주먹한번 못쓰고 고스란히 다 맞고 있어요"
"인마, 주먹을 못쓰는게 아니라, 되도록이면 안쓰려고 하는거다"
"그럴려면, 차라리 모르는척 하는게 낫다고 했잖아요...나때문에 그쪽한테까지 피해주기 싫으니까.."
"그쪽이 아니라, 사. 부. 님 이다~"
맞고도 이렇게 기운만은 펄펄한 사람은 정말 처음보는거 같다.
날 겁탈하던 녀석이, 한탁녀석의 주먹에 맞아 뒤로 넘어갔을때.
그런 녀석을 방해못하게 인간벽으로 바리게이트를 치고 있던 다른 녀석들을 뚫고
오로지 한탁 만을 '죽여버리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한겸이라는 남자는
뜬금없이 쳐 들어온 3학년 양아치 선배들에 의해 무참하게 밟혀 버렸다.
그것 역시, 한탁 녀석이 애초부터 계획적으로 만들어놓은 일이라는걸 알았다.
간혹, 한탁의 형 이름을 거론하며 그에 대한 복수라며 사정없이 한겸이라는 남자를 까보였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한탁이 가지고 있는 이 학교에 대한 권한 앞에서 무릎을 꿇을수 밖에 없는 무기력함 때문일것이다.
그런 남자들 사이로 겁도 없이 뛰쳐들어가 한겸이라는 남자의 앞을 가로 막아섰고,
거무잡잡한 피부에 유난히 입술이 두꺼운 선배하나가 손바닥으로 머리를 세게 밀어냈을때,
날 범했던 녀석을 여유롭게 잘근잘근 밟아가고 있던 한탁녀석의 입에서 '그만' 이라는 말이 짤막하게 끊어져 나왔다.
그 틈을 타 재빨리 한겸이라는 남자와 친하다는 신호등 녀석들을 불러 그를 부축해 교실을 빠져 나왔고,
양호실로 옮겼지만, 정작 양호선생님은 보이지 않아 대신 내가 치료를 해주고 있는 중이었다.
"그쪽마음, 잘 아니까...이제 그만 나한테 신경 꺼줘요."
"그쪽이 아니라, 사부님이라고...사.부.님"
"그쪽이 그래봤자, 한탁 못 당해요"
"어이, 사부님이라니까"
"그래요...사....사부님..."
"큭큭, 사부님이라고 말하기가 쪽팔려서 일부러 말 돌려댄거지?"
"그...그런거 아니에요!!"
"오우~발끈한걸 보니까, 더욱 의심하기 딱 좋아!"
"광대뼈는 보기좋게 툭 튀어나오고, 입술은 퉁퉁 부어서 붕어같고, 한쪽눈은 반도 채 못뜨고 있는 상태인데도...그런 농담이 나와요?"
"그럼, 차라리 우는쪽을 택할걸 그랬나?,
여자애들은 남자의 눈물을 보면 맘이 짠한게~ 모성본능에 자극을 받는다고들 하던데. 맞나?"
"하...., 소독약 먹기 싫으면 입이나 닫아봐요."
"야아~이제야 한번 좀 웃어주냐?, 참, 제자녀석 웃음한번 보려고 사부가 쇼까지 해야한다니~세상 참 말세일세~"
한탁녀석이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시작한걸 보면,
이 남자가 앞으로 내게 있어 조금은 중요한 사람이 될거라는걸,
녀석또한 이미 간파를 했기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아니..........사부님......이.
양호실 문밖에 서있던 두 녀석중 한 녀석이 옆에 서있는 녀석을 힐긋 거리며 잠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손에 들린 요요를 던졌다,받았다를 한차례 반복한 녀석의 입고리가 잔인하게 치켜 올라갔다.
까만 동공이 잠시 번개치듯 번떡임을 보이다가, 이내 고요한 수면처럼 잠잠해졌다.
"문 열어줘?"
"아니, 그럴 필요가 없을거 같네....픽"
"너, 장호연, 걱정되서 보러 온거잖아..."
샤기컷의 차분한 인상을 주는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장호연'이라는 세글자에
잠잠해졌던 흑빛눈동자가 더욱더 새까맣게 굳어짐을 보였다.
분명 다른 녀석의 입에서 그 세글자라 불려졌더라면,
당장에라도, 한탁의 손에 의해 땅바닥으로 머리를 쳐 박히고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에게 있어 샤기컷 녀석은, 그가 일회용 취급을 하는 별 볼일 없는 녀석들과는 달랐다.
"귀국선물로, 근사한 선물 준비해놨는데..가보지 않을래..친구?"
대답대신 샤기컷 녀석의 어깨에 가만히 팔을 올린체 장난스런 미소를 띄며 말을 돌리는 한탁의 모습에
녀석또한 더 이상의 말은 아끼며 슬쩍 그에 걸맞는 물음을 던져 보였다.
"뭔지는 몰라도, 꽤 기대되는데?"
"가보면 알아."
"그래~"
나란히 등을 보인체 어스름한 음영이 지어 있는 복도쪽으로 두 녀석은 걸음을 옮겼다.
"우류야."
"어?"
"얼마나 남았을까?"
"글쎄."
"아직, 그 곡은 미완성이지?"
"곡은 완성했는데, 붙일 가사를 못 정했다."
"............까지.....완성이 되긴 하는거지?"
"......................아마도."
*
"저기..."
"어?"
"미안한데, 아씨..너도 곤란하다는건 잘 아는데..우리, 만득..아니..겸형님좀 그냥 놓아두었으면 한다"
사부의(사부라고 부르지 않으면 앞으로 졸졸 내 뒤만 들러붙는다고 협박아닌 협박을 해서;;)
신호등 후배들중, 노랑머리의 울프컷 스타일의 녀석 하나가 내쪽으로 다가와 슬그머니 말을 건네왔다.
".........."
"우리 겸형님, 이제 더 이상 사고치면. 졸업장 받기전에 진짜 잘릴지도 몰라"
".........."
"가뜩이나, 목숨처럼 여기던 친구마저 죽어버려서...사실, 저 형님...."
"야아, 여기 떡볶이 양념~예술이다. 이리들 와서 좀 먹어들보시게~"
뭔가 더 할말이 남은듯 했지만,
칠칠맞게도 떡볶이 양념을 입 주위에 묻힌체 양손에 떡볶이를 꽂은 이쑤시개를 들고선 불러대는 사부의 부름을 듣자마자
단숨에 뛰어가 한데 섞여 장난을 치며 어울리기 바쁘다.
또다시 손을 부앙부앙 흔들어대면 내쪽으로 손짓을 해보이는 사부.
나역시, 슬쩍 미소를 지은체 걸어가
그가 입에 침이 마를정도로 칭찬을 거듭하고 있는 떡볶이를 맛보았다.
[장 한 태 권 도 장]
굳게 닫힌 문을 여러번 흔들어 대더니 뒷 머리를 긁적거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사부.
"윽- 우리 사범님이 또 대책없이 낚시 떠나셨나보네"
"문..닫혔어요?"
"어, 아씨...이러니까 진짜, 내가 입만 나불나불 대는 실없는 놈 같잖아"
"쿡, 전 상관없어요...어차피, 엄마가 걱정되서...오래 있을수도 없었으니까."
"어머니가 편찮으시냐?"
"조금요..."
"내가, 죽이게 유명한 한의사를 한분 알고 있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관속에 들어가려던 사람도 침 한방으로 살려냈다는 뜬소문도 있고.."
"그 정도로 아픈건 아니에요"
"아..., 그럼 다행이고. 가자!. 데려다줄게"
"네..."
누군가와 함께 시내 거리를 걸어가는 기분이란,
참 묘하다.
나보다 한참이나 올려다볼만큼 커다란 키를 지닌 같은교복을 입은 남자가.
그 기다란 다리에 걸맞지 않게끔, 작은 내 보폭에 맞춰 걸음을 늦춰주며 배려를 해주고 있었다.
한쪽에 즐비되어 있는 로드샵들을 쳐다보면서 혼자서 궁시렁 거리기도 하고,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노출을 선보이는 늘씬한 미녀들이 지나가기라도 하면
찢어진 입가에 붙여준 밴드가 늘어질정도로 휘파람을 불어대며 대놓고 관심을 두기도 했다.
"아참, 제자 너...이름이 장호연이냐?"
"어떻게 알았어요?"
"화장실에 물좀 빼러가면, 장호연 어쩌고 저쩌고,
배 고파 빵좀 사먹으러 매점에 내려가면 또 장호연 이러쿵 저러쿵, 완전 유명인사가 따로없던데?"
어느 순간 부터였을까?
한탁이 등장하는 얘기의 주제앞에는 항상 장호연이라는 딸랑이가 들러붙게 되버린게.
분명 녀석이 그래지기를 유도한것처럼,
자연스레 학교 안에서는 한탁이라는 두글자 뒤에는 항상 내 이름이 당연하다는듯 붙게 되버렸다.
한탁이 화가 나거나, 기분이 안 좋다 싶으면
막무가내로 날 끌고 가 그 녀석 앞에서 재롱꾼 아닌 재롱꾼으로 만들어 댔고,
한탁 녀석이 기분이 좋거나, 컨디션이 꽤 괜찮다 싶으면
그런 녀석의 기분을 한층 더 고조시켜 놓으라며 손수 잠자리까지 만들어놓은체 녀석과 날 한데 두고는 했었다.
지겹고도 끈질긴 이름, 한탁.
그 끈질기고 지겨움 뒤엔 항상 끌려다닐수밖에 없는 이름. 장호연.
속박한자의 특권을 녀석은 당연하다는듯 남용했고,
속박된자의 희생으로써 난 당연하다는듯 그 남용된 특권에 걸맞는 결과물을 제시해야만 했다.
"와~이 보드화 죽이네~"
"저..그냥,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게요."
"어?....이봐!! 이봐!!"
뒤에서 날 불러대는 사부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돌아보지 않은체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나갈뿐이다.
처업-
"죄..죄송합니다."
흘려내리는 눈물이 앞을가려 앞 사람을 미쳐 보지 못한체 부딪치고 말았다.
힘에 밀려 정작 넘어진쪽은 나였지만, 그래도 사과는 해야될듯해 고개를 숙이며 말을 내뱉었을때.
뿌옇게 흐려진 내 눈앞으로 손 하나가 내밀어졌다.
"아...괜찮아요..."
사양을 해보이며 눈물을 닦은후 몸을 일으켜 세운체 앞을 바라봤다.
"피식, 정말 괜찮아?"
"하....한탁...."
"이런이런, 요새 우리 호연이 감수성이 극에 다다른 모양이네...왜 자꾸 이토록 눈물바람을 내시는건지"
흠칫!
손가락을 뻗어 내 눈밑을 부드럽게 훔쳐내는 녀석의 손길에 슬쩍 한 걸음 물러나 보였다.
그럴줄 알았다는듯 미소를 띠며 내 머리위를 투욱- 손바닥으로 눌러보이는 한탁.
"늦겠다. 그만 가자"
재촉치고는 너무도 건조한 목소리를 내며
녀석옆에 서있는 또 다른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일년전까진 한탁 옆을 지키고 있었던 정우류였다.
"오랜만이다. 장호연."
"그....그래..."
옅은 미소를 띠며 건조하게 인삿말을 건네는 정우류의 말에
더듬더듬 거리며 힘겹게 대답을 끝마친후,
한탁 녀석이 내 어깨를 비스듬히 스쳐 지나가려 할때쯤,
타압-
"식상한 파티, 좀 더 확실히 식상하게 만들어보는것도 나쁘지 않겠지?...픽"
또 무슨 짓을 꾸미기 위함인지,
곱게 스쳐 지나칠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한탁 녀석의 손이 내 손목을 아플정도로 세게 쥐어 잡는다.
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또무슨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