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惟의 航海錄
제1장 항해사(航海士)
4. 〈波濤詩〉(파도의 시)
— 바다의 심장이여, 세상의 숨결이여 —
파도는 바다의 언어,
고요의 품에서 태어나
스스로의 몸으로
세상의 노래를 지어 부른다.
그는 수천의 얼굴을 가지나—
어느 때는 잔물결로 부서지고,
어느 때는 먼 어둠처럼 밀려오며,
때로는 모든 것을 삼킬 듯
두려운 이름 없는 괴파(怪波)가 되기도 한다.
모양은 달라도,
그 근원은 하나.
움직임이 곧 시초이며,
변화가 곧 존재의 증명이다.
깊은 바닷속,
대지가 떨리면 그 진동이 물결을 밀어
수천 리를 달려가
육지에 닿을 때,
그것은 쓰나미(津波)—
대지의 울음이 바다의 언어가 되어
세상에 전하는 장엄한 진혼곡.
그러나 바다의 대부분의 노래는
바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바람의 손끝이 물결 위를 스치며
작은 파문을 낳고,
그 파문이 이어져 파도를 이루며,
바람이 길게 불수록
그 파도는 높이 솟아 하늘에 닿는다.
나는 그 속에서
인간의 마음을 본다.
감정 같은 잔물결,
분노 같은 격랑,
삶을 삼킬 듯 깊은 고해(苦海)의 물결—
그러나 파도는 언제나
스스로 무너지며 새 파도를 낳는다.
그 순환이 곧 바다의 법(法),
삶의 윤회(輪廻)다.
우리 또한 그러하니—
삶이 흔들릴 때,
그 흔들림이 곧 살아있음의 증거.
바람이 있기에 파도가 있고,
파도가 있기에 바다는 숨 쉰다.
그 숨결이 이어져
생명이 피어나고, 문명이 자라며,
우리의 하루가 흐른다.
파도는 저항의 형상처럼 보이되,
그 저항이 세상을 지키나니,
고요만 계속된다면
그곳엔 더 이상 생명이 없으리.
나는 안다.
풍랑은 파멸이 아니라
생명의 리듬이며,
격랑은 절망이 아니라
변화의 서곡이다.
어느 항해 중,
수평선 끝에서 거대한 파도를 보았을 때,
그 검푸른 몸짓이
마치 한 시대의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 거대한 곡선 속에서
세상은 자신을 안았고,
나는 그 안에서
존재의 울음을 들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
파도는 단지 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존재가 일어서려는 의지였다.
인생의 바다에서도
우리는 쓰나미를 두려워하고,
풍랑을 견디며,
부서지면서 나아간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그 멈추지 않음이 바다요,
그 흐름이 곧 운명이다.
파도는 단 한 번도
같은 모양으로 적신 적이 없고,
오늘의 두려움은 내일의 리듬이 되며,
오늘의 격랑은 내일의 길을 닦는다.
우리가 파도 속을 나아갈 수 있는 까닭은
그 끝에 고요가 아니라,
새 생명이 기다리고 있음을
본능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믿는다.
파도는 세상의 심장이다.
그리고 그 심장은
우리 안에서도,
똑같이 뛰고 있다.
終章 — 존재의 파동(波動)
파도는 단지 물결이 아니라,
존재가 스스로를 인식하려는 몸짓이다.
움직임은 생명이며,
정지는 죽음이다.
태초의 우주 또한
첫 떨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진동은 곧 시간의 맥박,
그 흐름 속에서 모든 것은 생겨났다.
그러므로 파도는 우주의 언어요,
인간은 그 언어를 들을 귀를 가진 존재.
그 귀로 듣는 자만이
자신의 내면에 출렁이는 파도를 이해하리라.
인생이란 결국
고요를 향한 여정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을 배우는 길.
그리하여 바다의 철학은
이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흔들림은 곧 생명이다.
정지한 바다는 이미 죽은 하늘이다.”
오늘도 파도는 쉼 없이 밀려오고,
나는 그 속에서
한 줄의 깨달음을 건져 올린다.
“살아 있다는 것은,
끝없는 파동(波動) 속에서
의미를 지어가는 일이다.”
《浪之書(낭지서) — 파도의 노래》
나는 수천 년 동안
너희의 그림자를 품었다.
너희가 항해한 배마다
나의 심장을 밟고 지나갔고,
너희의 눈물마다
내 소금에 섞여 스며들었다.
나는 기억한다 —
너희가 처음 노를 잡던 날,
두려움이 물결처럼 떨리던 그 순간을.
나는 그 두려움을 거두어
바람으로 바꾸었다.
너희는 나를 두려워했지만,
나는 결코 너희를 미워하지 않았다.
내 분노는 교만을 부수는 훈육이었고,
내 침묵은 사유를 낳는 자궁이었다.
너희는 왜 나를 정복하려 하느냐.
정복된 바다는 죽은 거울일 뿐.
너희가 배운 것은 나의 표면이요,
너희가 잃은 것은 나의 심연이다.
너희의 지도에는 경도가 있지만
너희의 영혼에는 방향이 없다.
바다는 길을 잃지 않는다.
길이 곧 나이기 때문이다.
너희는 늘 ‘도착’을 꿈꾸나,
나는 ‘흐름’으로 존재한다.
나를 따라 항해하는 자여,
목적지에 닿고자 한다면
목적을 내려놓아라.
파도는 나의 문장이다.
나는 단 한 번도 같은 문장을 쓴 적이 없다.
그러나 그 모든 문장은 하나의 뜻으로 이어진다 —
“흐르라.”
멈춤은 곧 부패이고,
흐름은 곧 생명이다.
너희의 숨결이 바람과 만나듯,
너희의 운명은 나의 파도와 닮았다.
저항이 있을 때, 너는 살아 있다.
넘어질 때, 너는 배우고 있다.
무너질 때, 너는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이 나의 율법이다.
나는 낮은 곳으로만 흐른다.
그러므로 깊어질수록 고요하다.
너희도 그리하라 —
소리보다 진심으로,
속도보다 방향으로.
겉의 파도를 다스리려 하지 말고,
먼저 너희 내면의 풍랑을 잠재워라.
마음의 바람이 잠들면
세상의 파도는 너를 헤치지 못한다.
나는 거울이다.
너희의 분노가 불면 폭풍이 일고,
너희의 평화가 내리면 고요가 온다.
너희가 나를 본다는 것은
사실 너희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다.
너희는 나에게서 와서,
나를 건너,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리라.
너희의 육신은 흙으로,
너희의 숨결은 바람으로,
그러나 너희의 눈물은 나로 돌아온다.
내 파도는 영혼의 순례자 —
그대의 첫 울음과 마지막 침묵을
같은 물결이 감싸리라.
두려워하지 말라, 인간이여.
너희가 나를 바라보는 한,
나는 너희 안에서도 살아 있다.
너희의 가슴에 맴도는 그 작은 물결이
곧 나의 마지막 목소리다.
흐르라, 그러나 떠내려가지 말라.
저항하라, 그러나 미워하지 말라.
부서져라, 그러나 절망하지 말라.
고요하라, 그러나 멈추지 말라.
너희의 항해는 끝이 아니라
나의 한 문장일 뿐.
나는 오늘도 너희를 적신다.
그대의 눈물로,
그대의 꿈으로,
그리고 그대의 생으로.
그리하여 너희가
파도에 쓰러지지 않고,
파도 속에서 다시 일어설 때 —
비로소 나는 말하리라.
“그대야말로, 나의 완성이다.”
https://m.youtube.com/shorts/cioM34FuhQ0
첫댓글
오늘도 변함없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가 되십시오.
오늘도 귀한 족적을 남겨두시니 감사합니다.
바다의 물결은 파도이다.
어느 때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살결이 스치는 것 같지만
성난 파도를 만났을 때는
그 분노를 어떻게 막을까 염려되네요.
그 파도 속으로 항해하는
그 외로움을 누가 알아줄까 염려가 된답니다. 감사합니다.
파도는 막을까 염려하거나 막으려 시도하는 것보다
순응하고 비켜가며 이해하는 것
그런 것 같아 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