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탐정이 있는지는 아리까리합니다만 아마도 없다면 곧 생기겠죠. 생긴다는 기사를 언젠가 본거 같은데요.추리물에 있어서 탐정의 존재란 매우 중요합니다. 대강 추리물에 등장하는 탐정만해도 셀록 홈즈(곧 영화가 개봉한다는 군요), 에쿠르 포와르(전업 탐정은 아니지만), 미스 마플 등등이 있죠. 작가가 탐정이라는 매개체를 내세워서 극을 이끌어나간다고 할까요. 그런 면에서 탐정의 케릭터는 작가와 많이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셀록 홈즈의 작가인 코난 도일도 본인과 홈즈를 주위에서 헷갈려할 정도였고 추리물의 여제인 아가사 크리스티도 미스마플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가지고 자기의 모습을 투영해 내기도 했습니다.
하여간 추리물에서 매우 중요한 장르인 탐정물이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살인이 일어나도 형사나 검찰이 나서지 실정법에서 허락되지 않는 제 3의 탐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서 그렇겠지만 어찌되었든 한국에서 탐정물은 거의 전무하다 시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척박한 한국에 아예 탐정추리극이라는 부제까지 붙은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저번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말씀드린대로 한국은 추리영화가 없기로도 유명합니다. 그런 시장에서 추리물을 그것도 가장 관객이 생소해할 탐정물을 들고 나온 것은 모험과 같습니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을 조금 앞으로 돌리고 생소함이 곧 희소성으로 연결되어 오히려 관심을 더 받개되는 상황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래서 감독이자 시나리오를 쓴 박대식 감독은 오랜 준비 끝에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일단 캐스팅은 좋습니다. 누구나 알아주는 연기파 배우인 황정민과 최근 떠오르는 충무로의 연기파 신성인 류덕환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이랄지 그냥 깍두기 개념이랄지....엄지원의 캐스팅은 좀 그렇네요. 워낙 두 배우에 비해 비중이 작아 그런지 몰라도 케릭터가 좀 생뚱 맞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어찌되었건 추리물이니 살인은 일어나고 추리가 시작되는데, 초반에는 추리의 요소보다는 이거 성룡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거리의 추격씬이라던지, 마약굴에서의 결투씬은 영락없는 성룡빨입니다. 황정민이 약간 엉성하듯이 하는게 마치 뛰둥대는 성룡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관객이 스토리에 몰입하기보다는 그냥 장면 장면에 빠지는 듯 합니다. 추리물이라면 그야말로 스토리 텔링과 흐름이 중요한데 그런 점은 아쉽습니다.
그리고 결말도 좀 허무하고 늘 그럿듯이 마지막에 악한과 결투시에는 그 많은 경찰이 다 어디로 갔는지....분명 경찰국장이 갔으면 대부대를 이끌고 갔을텐데 달랑 혼자갔고, 총감의 저택에는 경호원도 없었는지....황정민이 총감을 끝장내고 악인과 난리부르스를 추는대도 단 한명의 경찰도 출동하지 않습니다. 뭐 현실감을 너무 끌어올리면 영화가 되지 않겠지만 이런 식의 마무리를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여간 추리물을 내세우면서도 추리보다는 액션과 활극에 더 치중했던 느낌이 강한 별로 추리할것도 머리 아프게 할것도 없는 추리성룡영화였습니다.
그래도 한국영화 장르의 다양성을 생각하면 갈수록 나아진다는 느낌은 듭니다. 앞에 소개한 작전과 이번 영화처럼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아주 보기 좋습니다. 계속 다양한 장르와 소재가 개발되길 빕니다. 그리고 나름 현실비판적인 면이 많이 나옵니다. 경찰이 고위층의 압박에 가짜 범인을 만들어 낸다는든가하는 장면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네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