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까지 애를 써서 배추를 다 심었습니다.
비가 적절하게 내려 주어서 서너명이 이틀을 심어야할 분량을
남편과 둘이서 간단하게 끝냇습니다.
이것은 정말 날씨가 도운 것이죠.
농사를 하다 보면 예상치 않게 날씨 때문에 인건비가 배로 들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날씨 덕분에 인건비를 안 들이고도 농사를 할 수가 있는 때도 있는 것이지만
아무튼지 농사는 인간의 애씀은 아주 조금에 불과 합니다.
홀가분해서 마음이 얼마나 시원하고 좋은지 아침에 늦게까지 자려던
계획은 오히려 저를 더 일찍 깨웠습니다.
고양이 옹이가 새벽4시도 안되서 방문 앞에서 밥 달라고 기다리고 앉아 있으니
더 잘 수도 없었습니다.
우리 고양이 옹이는 이 집으로 이사와서 몇달은 묶여 있다가
두어달전부터는 자유롭게 다니는데 2층 우리방에 올라 올줄을 모르더니
며칠전부터 방을 찾아서는 새벽부터 밥을 달라고 조릅니다.
내려가서 간단하게 먹을 것을 챙겨 주었는대
좀 조용하더니 열시가 넘자 다시 와서 방을 들여다 보고 앉았습니다.
남편은 오늘 열두시까지 자기로 했는데 녀석이 자꾸 앙탈을 부립니다.
우리집 고양이 밥은 남편 몫입니다.
나름 사냥도 해야 한다고 밥 먹이는 것을 매끼 안주고 조절을 시키느라
아무때나 주는 저나 아들에게는 손을 못 대게 하죠
엊그제는 뒷산에서 토끼도 한마리 잡아다가 먹어 버렸죠.
그런데 이 고양이는 아무리 다른 맛있는 것을 주어도 남편이
주는 사료를 안 먹으면 안 되는지 계속 앉아서 사료를 달라고 조르니
결국 남편은 열시가 좀 넘어서 일어 났습니다.
밤새 비가 왔고 또 그 시간에도 비가 오고 있어서 어차피 여러가지 밭 일은 월요일부터나 가능할 것 같아
마음편히 토요일까지 쉬기로 했습니다.
남편이 며칠 열심히 일했으니 우리 서로에게 휴식의 시간과
하고픈 일을 하게 하는 시간을 마련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정식피자집에 가서 피자를 먹고 싶었고 영화도 한편 보고 싶었고
서울에도 가고 싶었습니다.
남편은 안양시장에서 파는 순대국이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서울에 가고 싶다고 했지요.
서울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피자 먹으러 원주에 가기로 했지요.
<어디로 가든 일단 출발~>
우리 내외 일단 비 오는 거리를 달려 갑니다.
자취나간 아들에게 들렸더니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제 겨우 이틀인가 되었는데 벌써 점심을 무얼 먹을까 궁리중이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피자에 파스타라니......
아들은 좋아서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세식구가 입맛이 비슷해서 이런 양식도 잘 맞으니 좋은 거라구요.
자기 친구는 아빠가 이런것을 싫어라 해서 한번도 양식당에서는 가족이 함께 한적이 없다는군요.
세식구 머리를 맞대고 파스타를 돌돌 말아 후루룩 거리고 먹었습니다.
사실 이 피자는 서울에 있는 친구가 세식구 사 먹으라고 비용까지 보내 주었으니
더 행복한 일입니다.
점심 맛있게 먹고 아들은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어디로 갈까 궁리를 해 보다가 일단 원주까지 왔으니
여주 고구마밭이 어떻게 되었나 가 보기로 했습니다.
거의 한달 동안이나 못 가 보았습니다.
밭으로 올라 가기전에 또 풀들이 다 덮은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워 하면서
도착 했더니 ~
밭은 빈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구마순이 무성해져 있었습니다.
마저 매 주지 못한곳은 고구마가 거의 안 보이고 다 녹아 버렸습니다.
그것이 마음 아프기는 하지만 이나마도 우리는 최선을 다 한 것입니다.
고구마들은 열심히 새 순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로는 고구마를 키워 가고 있겠지요.
도대체 고구마가 들기는 들었을까
혹시 늦게 매 주어서 줄기만 무성한 것이 아닐까
궁금한 마음으로 땅을 파 헤쳐 보았습니다.
아이구 기특한 것 굵기도 적당하고 색도 무척이나 곱게 잘 자랐습니다.
그 많은 풀들을 헤치고 잘 커준 고구마가 기특해서 남편이 고구마를 캐 들고 제게
보여 주는데 눈물이 왈칵 솟았습니다.
두어포기 캐 보았는데 모두들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밤고구마 특유의 고운 색도 얼마나 잘 입었는지......
자기 자식은 다 이뻐 보인다더니 우리도 이 자식 같은 고구마가 얼마나 예쁜지
새로 아기가 태어난 것처럼 기특해하고 들여다 보고 대견해 하였습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고구마가 없어진 곳에 옮겨 심어 놓은 쇠비름도 아주 잘 자랐습니다.
농사하는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이래서 또 힘든 것은 잊어 버립니다.
대견한 고구마 덕분에 기분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아침에 떠날 때는 원주까지만 같다가 아들 보고, 점심 먹고, 영화나 한편 보는 걸로 오늘의 일정을 잡으려고 했는데
기분이 엎 되어서 어딘가로 가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고구마 몇개 가지고 가져다 주고픈 사람이 있었습니다.
며칠전에 수술을 하고 집에서 요양중인 산본에 사시는 산목련님이 생각나서
겸사겸사 병문안이나 가자고 이야기가 되었죠.
그리고 간 길에 안양시장에 가서 순대국도 먹고, 거기까지 갔으니 한약국 하시는
교수님도 뵙고 그럼 참새님도 뵙고 저녁에 내려 옵시다~
여기까지 일단 차를 달려 가면서 낸 1차 계획 입니다.
산목련님 집에서 뵐 수 있도록 연락이 되었고
참새님 전화를 드렸더니 마침 아무 계획도 없다고 하셔서
그럼 같이 순대국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럼 거기까지 가는데 가까이 계신 뜰에봄님에게 들렸다가 가자 하고 들렸더니
장사를 하는 중입니다.
무척이나 반가워 하시면서 뭐 먹을것을 챙겨 주느라 야단이 났습니다.
낯선 동네에서 이렇게 반겨주는 아는 분이 있다는 것은 우리내외를 행복하게 해 주는 일입니다.
금새 어디에서 먹을 것을 가져다 날라 줍니다.
늘 만나도 할 말도 많은 사이~
이 포도 껍질을 놓는 그릇도 주제가 있습니다.
포도 껍질은 새들에게.......
뜰에봄님 손가락에 있던 예쁜 꽃반지를 얻어 사진으로나마
호사를 해 보려 했더니 제 손가락이 굵어서 안 들어 가는군요.
그 전에는 거들떠도 안 보던 것입니다.
늘 일을 하고 있으니 이런 꽃반지를 거져 준들
저 하고는 소용도 없는 것이란 생각이었는대
제 생각도 바뀌어 가나 봅니다.
지난번에 장성에서도 예쁜 반지가 있어 탐을 냈더니
손가락에 맞는게 없어서 50개는 되는데 하나도
맞는게 없었죠~
기왕 왔으니 뜰에봄님 댁에 잠시 갔다 오자고 하셔서 따라 갔습니다.
아파트지만 베란다를 뜰처럼 잘도 가꾸어 두셨지요.
거기 정말 예쁜 고무신이 있어 사진 찍어 보았습니다.
포항에 사시는 뽀로로님이 선물로 보내셨다는 꽃무늬가 있는 검정고무신~
뽀로로님은 봄에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면서 광목천에 수를 놓아 엄마 수의로 해 보내신 분이셨죠~
참 재주가 많은 분들이 많습니다.
안양에서 만날 시간이 가까워져 가는데 뜰에봄님이 잠시만 기다렸다 가라고
하셨습니다.
구미에 사는 뜰에봄님 고향 친구분이 올라 오시는 중인데 우리내외 팬이시랍니다.
늘 보고 싶어 하는데 이렇게 기회가 되니 잠시만 얼굴 보여 주고 가라고 하셔서......
그래서 반가운 만남을 가졌네요.
뜰에봄님과 이 친구분은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친한 친구라는군요.
이분 역시 얼마나 반가워 하는지 이웃가게에서 구경을 나올 정도였습니다.
저도 저 지만 특별히 남편 아무렴을 더 챙기시는 팬이시라고 손을 잡고 놓으실 줄을 모릅니다.
오늘 아무렴은 엄청 더 행복해 보입니다.
뜰에봄 언니가 일부러 남편 옷을 사 두었다가 마침 새로 입혀 주셨지
저 보다 더 팬이라고 하시는 여자분에게 손도 잡혔지 ㅎㅎ
쑥쓰럽지만 표정은 한없이 행복하네요.
뜰에봄님이 그만 손을 놔 드리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60년 우정을 내 팽개치고 금자내외에게 폭 빠져 가지고
친구얼굴은 보지도 않고 그러고 있다고 엄살 담은 질투의 메세지도 보내구요.
정 많은 뜰에봄님 저녁도 못 먹여 보내서 아쉽다고 꽃바구니를 두개나 만들어서
병문안 가는 곳에도 가지고 가라
만나는 사람에게도 가져다 선물해라 ~
하고서는 들려 주시고 무엇 하나 더 주지 못해서 안달이십니다.
다음 일정 때문에 아쉽고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또 달려 갑니다.
안양으로 가려던 우리의 계획은 중간에 바뀌었습니다.
참새님이 우리가 온다고 인천에 계시는 김연경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순대국은 뭔 순대국 하시며 연안부두로 무조건 오라고 했답니다.
참새님댁에서도 꽤 멀은 거리인가 본데
그 댁도 맘을 먹고 퇴근하는 방앗간님을 픽업해서
연안부두로 가고 계시다고......
우리도 경인고속도로로 들어 갔습니다.
생각 보다 길이 밀리고 햇님은 그만 서해로 쑥 들어가 버리고.......
이 먼길을 우리 때문에 또 달려 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에 사는 친구 은옥인데요.
낮에 여주에서 출발을 하면서 어디서든 보자고 일단 예약을 해 두었는데
이렇게 멀리에서 보게 되다니......
그래도 마다않고 달려와 주니 참 감사한 일~
처음 오는 연안부두이고 연경님내외도 한 2년만에 서로 만납니다.
연경님은 어머님 병간호를 하느라고 몇십년 하던 교직생활을 퇴직하시고
요즘은 꼼짝도 못하고 계십니다.
형제자매를 맞아 주듯 반갑게 맞아 주시는 두분~
오늘 이 연안부두의 명물 밴댕이 요리를 맛 보여 주신다는데요.
가게 옆에 오래전 쓰던 셔터가 그대로 있어서 사진 찍어 보았습니다.
밴댕이 물회 밴댕이무침 등이 나왓고 게장도 나왔습니다.
처음 먹어 보기도 하고 이 밴댕이는 서해안 일대에 한정된 지역에서만 나는 것이라
이곳이 아니면 먹어 보기도 어려운 귀한 것이랍니다.
에구 사진이 흔들렸네요
이렇게 밥을 넣고 비벼 먹기도 합니다.
모두들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밴댕이회로 완전 배를 채를 채우고~
그곳까지 왔으니 연안부두 구경을 나서 봅니다.
오늘 처음 만난 저 남자분들 손잡고 가시는 것 좀 보세요 ㅎㅎ
보름을 지낸 달이 구름과 함께 하늘 높이 떠 있습니다.
밤이라서 아쉬움이 더 많았습니다.
연경님 내외분은 연실 다음에 꼭 다시와서 유람선도 타 보고
섬에도 가자고 하셨습니다.
이렇게라도 구경을 하게 되다니 유명한 연안부두를 말이에요
그렇게 갑자기 만나 신세를 지고 구경도 잘하고
아쉬운 이별을 하고 또 달려 갑니다.
생전처음 셀프주유소에서 직접 주유도 해 보고......
제일 처음 목적지인 산목련님댁 아파트로 가는 중 입니다.
아파트 복도에 아이들 자전거가 많습니다.
시골에서는 보기가 어려운 장면이라 사진 찍어 보았습니다.
졸지에 덕분에 군포까지 오게 된 이번 나들이 일단 맛만 보입니다.
산목련님댁 초인종을 누르며 오늘 일기 마무리~
첫댓글 일할때는 열심히
놀때도 신나게 부러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