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저녁 9시에 침대 기차에 올라 마이소르로 향하였다.
호스펫에서 마이소르까지는 12시간의 긴 여로, 아침 7시쯤 뱅갈로르라는 큰 역에 이르니 같은 칸의 승객들이 대부분 내려 한산한 분위기다. 이곳에서 마이소르까지 3시간여 창밖의 풍광을 살피며 가는 것도 기차여행의 묘미, 들판의 황금물결 벼가 수확을 기다리고 무성한 야자나무 등 남국의 풍취가 볼만하다. 한 시간 쯤 연착한 오전 10에 마이소르에 도착, 예상보다 서늘한 날씨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아침 겸 점심을 든 후 마이소르의 명소 마하라자 궁전으로 향하였다. 궁전 부근의 아름드리 고목들이 위용을 뽐내고 화려함과 웅장함을 갖춘 마하라자 궁전을 찾는 인파가 엄청나다. 외국인의 입장료는 200루피, 내국인도 40루피로 꽤 비싼 편!
한 시간여 궁전을 돌아보고 나오니 오후 3시, 궁전 앞의 그늘진 대리석 마루에 걸터 앉아 망중한을 즐기다가 인근의 호텔 레스토랑으로 옮겨 이른 저녁을 들었다, 쾌적한 시설에 음식 값도 경제적이어서 모두들 즐거운 모습이다. 매주 일요일 저녁에 궁전을 밝히는 수 천개의 전등 불빛이 장관이라는 말을 따라 저녁 7시에 다시 궁전을 찾았다. 입장은 무료, 뱅갈로르에 사는 선교사 가족(아내 친구의 조카)도 숙모를 만날 겸 조명 구경에 동참하였다.
선교사 가족이 푸짐하게 음식을 준비하여 와서 동지인 오늘아침에는 모처럼 김치를 비롯한 한국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이다. 약간의 후원금을 전하며 선교 사역과 온가족의 평강을 기원하기도. 선교사가 몇 가지 일러준다. 코코넛이 기운을 돋우는데 효과가 있으니 기회 있는대로 섭취하시라, 인도에 오래 거주하여도 외국인에게는 바가지를 씌우는 경향이 있으니 물건 살 때 유의할 것, 릭샤 등의 값을 정할 때 제시한 금액이 맞지 않으면 머뭇거리지 말고 돌아서라 등. 어디서나 서로 믿을 수 있는 정직한 거래가 이뤄지면 좋으리라.
기차 타고 살핀 남인도의 들판, 삼모작이 가능하다!
97,000개의 전등을 밝힌 마하라자 궁전
오전에 중심가의 큰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청과, 염료, 의복류 들을 살폈다. 바나나와 석류, 간편한 반팔 상의를 사서 현장에서 맛보고 즉석 착복하기도. 시장을 돌아본 후 전날 저녁을 들었던 파크레인 호텔식당에서 점심을 들고나니 오후 두 시가 넘었다. 버스 타고 오가는 차문디 언덕이 볼만하다는 여행사의 정보를 따라 두 시간여 이곳을 탐방,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사원을 찾는 무리가 평일인데도 꽤 많다. 줄서서 기다리는 사원 내부 탐사는 생략하고 시원한 그늘에서 휴식을 즐기다 내려오니 아직도 야간 버스 타고 다음 행선지로 떠니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는다. 증심가의 쇼핑가를 찾는 여성들과 잠시 떨어져 카톡으로 보내는 기록을 정리하느라니 한 시간여가 휙 지나네!
채소와 과일, 향신료가 풍성한 시장
1,065미터 높이에 세운 차문디 사원
6시경 호텔에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자료를 살피니 마하라자 궁전의 설계자는 영국의 건축가 헨더 어윈, 마하라자 왕이 앉은 280kg의 순금 옥좌가 압권이고 야경을 밝히는 전등이 97,000 여개나 된다고. 낮에 돌아본 재래시장은 채소와 향신료로 인도 제일, 차문디 언덕의 높이가 1065m로 꽤 높은 산이다.
밤 12시에 전통적인 향료 산업의 중심지이자 영국의 지배에 맞서 독립을 지키려던 까르나따까의 옛 주도 마이소르를 출발하여 로마시대부터 무역항으로 유명한 코치로 향하였다. 코치까지는 버스로 12시간, 우등고속형의 버스에 올라 꾸불꾸불한 산길에 흔들리며 밤새도록 달려오는 여정이 쉽지 않다.
아침 식사도 거른 채 낮 12시 넘어 호텔에 여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 4시 넘어 릭샤를 이용하여 섬으로 이루어진 코친항 탐방에 나섰다. 로마와 아라비아는 물론 중국까지 진출한 인도양의 큰 무역항이던 코친항은 기원 전에 이동한 유대인 마을, 대항해가 바스코 다 가마가 묻힌 성당, 중국인의 활약을 일깨는 어망 등 볼거리가 많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지배와 영향을 받아 성당과 교회도 많고. 때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교회마다 각종 행사로 분주하다.
중국 어망이 길게 이어진 해변을 따라 크고 싱싱한 해산물을 펼쳐놓은 가게들이 즐비하고 바스코 다 가마가 묻힌 프란시스 성당에 어둠이 깃든다. 이를 바라보며 10여년 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 입성할 때 건넌 큰 다리인 바스코 다 가마교가 떠 오르고 중국 어망을 보노라니 아프리카 해역까지 진출한 정화 함대가 스친다.
유럽과 아프리카 여행하며 향신료를 찾으러 인도항로 개설에 열중하던 역사의 현장이 바로 이곳인 것을!
치졸한 패싸움과 약은 처세에 식상한 후진들이여, 선진들이 위험을 마다않고 누빈 광활한 세상을 향하여 웅비하라!
코친 항에 중국 어망이 길게 이어져 있다
첫날에 이어 코치 시내에서 한 시간여 떨어진 한적한 섬 주변을 작은 배와 카누를 타고 돌아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바다로 이어지는 넓고 잔잔한 수로에는 작은 조개류와 고기를 잡는 어부들, 상록수로 뒤덮인 섬 안의 농가에는 몇 세대 안 되는 주민들이 평화로운 모습으로 낯선 이방인의 탐방에 개의치 않고 빨레와 코코넛 나무에서 뽑은 섬유로 물레질을 하는 등 아낙네들의 손길은 어디서나 바쁘게 움직인다.
상록수와 각종과일이 풍성한 수로의 섬들
카누 타고 돌아 본 수로의 풍경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수로를 이용한 빌리지 탐방을 마치고 5시부터 7시까지 코친항에 있는 문화센터에서 카타깔리 쇼를 관람하였다. 관중 앞에서 하는 진한 분장이 볼만하고 영국의 찰스 황태자 부부도 지켜보았다는 전통 쇼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일, 분위기와 정서를 살피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분장이 요란한 카타깔리 쇼
공연이 끝난 후 인근의 해산물 식당에서 랍스터 요리를 맛보며 먼곳에서 맞는 크리스마스 이브를기념하였다. 크리스마스가 내일로 다가와서인지 곳곳에 축제무드가 넘친다. 코친항 중심부에는 하얀 종이로 치장한 터널 길이 수백미터 이어지고 수로에서 카누타며 만난 소녀는 환한 표정으로 메리 크리스마스로 낯선 이방인을 반긴다.
멀리 인도의 오랜 무역항 코친에서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첫댓글 징허게 가고싶구나~~~ 과일도 먹고 구경도하고~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