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아들의 마지막 학예회라 참석해야할 것 같아
준희를 데리고 악양중학교를 찾았다.
작년엔 서너명 정도의 부모님이 오셨다는데 올핸 20명이 넘는 학부모님들이 오셨다.
성황이다.
9시 반이 시작인데 10시가 넘어 갔더니만 우리아들 공연이 첫번째라 놓치고 말았다.
마지막에 또 한번 남았대서 서운한 마음을 누르고
중학생, 어른도 아이도 아닌 그네들의 공연을 구경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연극, 실수투성이의 마술쇼, 웃통을 벗어제낀 패션쇼....
황당한 면도 있지만 그냥 귀엽고 귀엽다.
아이들은 자기 순서 준비하느라 앞의 공연에는 관심도 없고
행운권 추첨으로 받은 막대 사탕 뭉치를 서로 나누느라 시끌벅적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그래도 학부모들은 내 아이 한 번 더 보느라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고
나 역시 늠름한 우리 아들 보느라 마음이 흐뭇하다.
중학 3년 내내 게임기획자라는 자신의 꿈를 위해
몸과 마음을 내달렸던 아이를 생각하면
오늘 자신이 지원한 고등학교에 합격해 입이 귀에 걸린 아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사실 내가 보기엔 목표만 있을뿐 별다른 재능이 없어보여
게임관련 고등학교에 합격할거란 믿음보다
고등학교에 떨어져 상심할 아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대책을 세워야하나 하는 걱정을 더 많이 했다.
그런데 실기 1등이라는 결과는 그동안 내가 아들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다는 것과
옆에서 걱정만 보태줬지 엄마로서 그다지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후회와 미안함이 들었다.
합격 사실을 아는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여기저기가 아파왔다는
아들의 말을 들으니 그동안의 힘겨움이 짠하게 젼해져온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랐고
아들이 절친 상형이와 무대에 섰다.
아들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상형이는 젬버를 두드리며 화음을 넣는다.
10센티의 '아메리카노'와 김광석의'흐린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두곡을 아슬아슬하게 끝내고
박수와 앵콜을 받았다. 앵콜곡을 준비하지 않아 엉성하게 노래 한 곡을 부르다 마쳤지만
참 잘했다.
내 아들이라 그렇겠지만 진짜 멋진 아들이다.
그리고 악양중학교의 학예대회.
모두 아이들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했단다.
이렇게 믿고 맡기면 뭐든 해내는 아이들인데
내가 나를 못믿는 만큼 아이들을 괴롭혀 지치게 하나보다.
내년 악양중학교 학예대회에선
또 어떤 재주꾼이 빛을 발할 지 기대가 된다.
내 아들이 졸업하더라도 꼭 보러가야겠다.
첫댓글 강희는 저의 까마득한 후배가 되네요...
악양중학교
잘 자라게 한 어머니 자랑스러워요 글고 악양중학교를 위해 장학사업 쭉했으면 하는데
쭉~~하믄 되지요뭐
이렇게 어린 나이에 자기 삶의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나아간다면 자식 걱정할
부모 없는데, 대부분 대학 나와서까지 부모가 책임지는 한국 사회 언제나 바뀔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