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광장에서...
집회현장을 직접찾은것은 이번이 3번째다. 한번은 탄핵 반대, 한번은 탄핵 찬성, 오늘은 탄핵 반대의 장 광화문 광장에 5시간 머물렀다. 참 많이들 나오셨다.
광장엔 / 조명래
휑한 동야의 바람도
사그라진 찬 서리도
사계의 봄 가지마다
봄의 월담에 미소로
잠에서 깬 낮달처럼
처마 끝에 걸어놓고
탄핵의 정국 광장엔
뜨거운 민의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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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5일(토) 탄핵 찬반 집회
서울에서는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광화문 일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오후 1시부터 신고된 집회 인원은 4만명 자유대한 호국단은 오후 2시부터 서초동 파고다타워 앞 인도 및 2개 차로에서 강남역로터리까지 민주당 규탄 시위를, 같은 시각 민주주의 자주통일 대학생협의회도 세종대로부터 북측 인도까지 한미동맹 파기 촉구 시위를, 탄핵 찬성을 주장하는 ‘퇴진비상행동’도 오후 5시부터 8시 30분까지 동십자교차로에서 적선교차로까지 집회를 하고있다.
광주광역시에서도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린다. ‘세이브코리아’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광주 금남로에서 탄핵 반대 집회 신고 인원은 1만명으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연설자로 나섰다.
탄핵 찬성을 주장하는 집회 ‘광주 비상행동’도 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대행(代行)의 대행’이 다스리는 나라다. 트럼프는 동맹국이라 해서 대행은 몰라도 '대행의 대행’까지 상대해 주진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를 맞는 한국은 마치 가드를 내려버린 권투 선수 모습이다.
휴전선을 두고서 지구상에서 가장 대규모 병력과 화력이 대치한 나라 수천 문의 북한 장사정포는 서울 너머 과천 이남을 때릴 수 있고 일부는 육군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남한 전역을 향하고 있는데도 육군 최고 지휘관 참모총장은 구속되어 공석이고 최정예 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간첩 잡는 방첩사령관도 구속돼 이 재판 저 재판을 오고간다. 아마 이스라엘이 이랬다면 나라 전체가 하마스에 쑥대밭이 됐을 것이다.
문제는 비정상이 장기화되면 그걸 정상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계엄, 계엄 해제, 탄핵 소추, 탄핵 재판으로 이어진 비상사태 속에서 그 어떤 정치인도 풍전등화의 이 상황을 걱정하지 않는듯하다. 광장의 민초들만 아우성치고 있다.
나라도 국민들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한 휴전선은 뚫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상황을 아니하게 인식하고있는 것이다. 국가 안보를 통째로 동맹국 군사력에 의존하는 심리가 만연한 나라는 온전한 나라가 아니다. 그런 사회에 군마저 오염되면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있는 형국이다.
무정부 상태가 길면 무법 사회가 된다. 해방부터 정부 수립까지 한국은 더러는 그런 길을 걸어왔고 수많은 희생자도 나았다. 2차대전이 끝나고 서부 유럽과 동부 유럽에선 수백만 명이 살육됐다. 다 ‘무정부 상태’와 ‘무법 사회’의 희생자들이다.
‘대행’과 ‘대행의 대행’ 체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그럭저럭 나라도 굴러가고 치안도 유지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걸어온 77년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이고, 세계 10대 경제 국가의 저력을 발휘하는 셈이지만 지금과 같은 시대에서 ‘그럭저럭’은 낙오자의 길이고, 저력도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현 사태의 책임자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다. 누구 탓이 더 크고 작은가를 따지기도 힘든 상황이다. 대통령은 여사 문제에 몇몇 실책으로 국회 다수당이 될 기회를 차버려 계엄을 선포해야 할 지경에 몰렸고, 야당 대표는 대형 의혹과 잡스러운 범죄 혐의에 수사와 재판을 앞두고서는 형이 확정되기 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려고 168명 의원을 졸개로 부리면서 정부를 마비시켰다.
국민들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대통령 모습과 야당 대표가 탄핵과 특검 입법폭주 몽둥이를 휘두르며 나라를 절벽으로 몰고 떨어뜨리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도했다.
두 사람 가운데 대통령은 탄핵의 심판대에 서 있고 야당대표는 머지않아 형사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게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 대표는 의기양양하게 대통령 연습을 하듯이 언론 플레이에 각국 대사들을 접견하고 있다.
불공평한 사태 앞에서 국민들은 두 쪽으로 갈라져 이렇게 광장에서 때로는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의 추이는 비상 계엄에 실망하고 돌아섰던 지지자들이 다시 되돌아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양쪽으로 갈라진 이 거대 국민 집단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국민’이 ‘군중’으로 바뀌는 건 순간이다. 탄핵 반대층은 사법부가 이재명 대표의 재판 지연 전술을 허용하고 헌재가 심판을 서두르는 기색이 역연하다.
헌재는 지난 과거의 탄핵 사건은 전원일치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심판의 정당성을 확보했지만 이번에는 그것도 어려울 듯싶다. 지금의 헌재는 모래성처럼 보이기 때문인다. 작은 불씨 하나가 들판을 태운다. 탄핵이든 기각이든 거대 소용돌이는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탄핵과 기각이 맞서 일으키는 이런 파괴적 정면충돌을 줄이려면 여야가 헌법 개정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정치권이 개헌 문제를 진심으로 논의하면 탄핵과 기각의 폭발성과 인화성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광장의 민심은 들끓고 있다. 시위의 정국에 고달픈건 민초들 뿐이다. 이제 탄핵의 인용도 기각도 여론이 핵심인 상황이 되었다. 귀가길이 참 쓸쓸하게 느껴진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앞으로 무엇읕 어떻게 해야할까? 답은 현명한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