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 '향수'에 김희갑 선생이 작곡을 하고 테너 박인수, 가수 이동원이 부른 이 곡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이 특징이며 1989년 발표된 이후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동원은 당시 서울대 음대 교수인 테너 박인수를 찾아가 듀엣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노래 '향수'는 국민 가곡으로 사랑받으며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협연의 시작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향수', '가을편지' 등으로 1980~1990년대 사랑 받았던 가수 이동원은 2021년 11월 14일 향년 70세에 지병인 식도암으로 별세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차분하고 애잔한 이 노래는 우리 모두에게 고향에 대한 추억에 젖게 합니다.
얼룩백이: '얼룩빼기'의 비표준어
지줄대는: 낮은 목소리로 자꾸 지껄이는
해설피: 해가 질 무렵
함초롬: 젖거나 서려 있는 모습이 가지런하고 차분한 모양
성근 별: 드물게 떠 있는 별
향수(鄕愁)
노래 이동원, 박인수 / 시(詩) 정지용 / 작곡 김희갑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