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惟의 航海錄
제1장 항해사(航海士)
6.〈바다가 기억하는 곳에서〉
바다를 오간 시간은
직업의 이름을 넘어
피부에 스며든 숨결처럼
조용한 기록이 되었다.
항구마다 남겨진 말 한 줄,
배 안에서 스친 눈빛 하나,
돌아오지 못한 이별의 흔적들—
모두 항로의 물결이 되어
감정의 해류로 흘러갔다.
밤의 등대는
지난 계절을 꿰매어
가슴에 작은 배낭을 달아주었고,
그 안에는 웃음과 침묵,
희망과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바다는 변하지 않는 기억의 거울,
사랑은 나침반을 흔들었고,
슬픔은 내면의 항로를 바꾸었다.
그 흔들림 속에서
인생은 자신에게로 돌아오고,
모든 경험은 나를 나답게 만들었다.
돌아오지 못한 이별과 깨진 기억은
때로 등불처럼 빛나 길을 비추었고,
남겨진 말과 노래는
다시 바다로 흘러
누군가의 귀에 닿아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게 했다.
밤과 낮, 파도와 바람 속에서
나는 길을 배웠다.
숫자나 지도보다
온도와 숨결로 방향을 알아내고,
별빛 하나로 충분함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묻는다.
삶의 항로란 어디로 가는가?
정답은 없지만,
바다는 속삭인다—
‘돌아오고, 떠나며,
흘러가고, 머무르며,
모든 존재는 하나의 물결일 뿐.’
바다의 기억 속에서
나는 배움과 위로를 찾는다.
끝없는 항해 속에서
길이란 먼 목적지가 아니라
손끝에 닿는 순간과
마음의 온도임을,
그 안에서 자신과 세계를
조용히 이해하게 됨을.
<꿈의 노래 — 빛의 설계자>
(The Song of Vision — The Architect of Light)
모든 것은 꿈에서 시작되었다.
하늘이 바람을 만들기 전,
별이 자신의 이름을 알기 전,
먼저 하나의 비전이 존재했다.
그것은 아직 말로 다할 수 없던 빛의 구상도(構想圖),
시간의 모태 속에서 잠자고 있던
하나의 불꽃 같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불꽃은 이렇게 속삭였다.
“나는 너의 바깥이 아니라,
네 안의 하늘이다.”
그때 인간은 처음으로 눈을 들었다.
자신이 속한 땅을 넘어
존재의 본래 설계도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바로 — 꿈(夢),
영혼이 기억해낸 첫 언어였다.
꿈은 언제나 먼 곳에서 온다.
그대의 이성보다,
그대의 기억보다 더 깊은 자리에서 울린다.
그대가 잠든 사이,
그대의 영혼은 별의 언덕에 올라가
하늘의 바람을 듣는다.
“가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의 세계는 더 넓다.”
그대는 깨어난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무언가 이미 일어난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것이 바로 비전의 첫 신호,
보이지 않는 세계가 그대에게
“내 뜻을 실현하라”고 속삭이는 순간이다.
꿈은 하늘의 언어로 태어나
땅 위의 노동으로 번역된다.
비전은 이상(理想)이 아니다.
비전은 행동의 명령이다.
그대는 이제 아침마다
자신이 바라본 별의 방향으로 걸어간다.
그대의 손은 여전히 피로하고,
길은 여전히 돌투성이지만,
그대의 눈동자는 다르다.
그대는 이미 목적의 빛을 본 자이기에,
어둠 속에서도 길을 안다.
꿈이란 결코 달콤한 도피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의 심연으로 내려가
빛의 기둥을 세우는 건축의 행위다.
모든 꿈은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힌다.
세상은 그대에게 묻는다.
“네가 본 것이 정말 있었느냐?”
“그것은 환상이 아니었느냐?”
그대는 흔들린다.
비전이 꺼진 듯, 세상은 회색으로 변한다.
그러나 그대의 내면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울린다.
“빛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너의 눈을 시험하는 것이다.”
꿈은 믿음 없는 눈 앞에서는
빛을 감춘다.
오직 끝까지 바라보는 자만이
그 어둠 속에서 다시 별을 본다.
그대가 다시 일어서는 순간,
비전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대는 이제 선지자의 시선을 갖는다 —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새로 그리는 눈.
수많은 무너짐과 새벽을 지나
그대는 마침내 자신이 본 비전을
세상 위에 세운다.
그대의 손끝에서 피어난 건축물은
돌로 지은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고통과 사랑으로 지은 성전이다.
그대가 세운 빛의 도시는
하늘을 향해 서 있고,
그대의 내면 또한 그 안에서 밝게 타오른다.
사람들은 그대에게 묻는다.
“이 도시의 이름은 무엇인가?”
그대는 미소 짓는다.
“이름은 없다.
그저 사람이 깨어나는 자리다.”
꿈은 이제 완성된 환상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진리가 된다.
그대의 삶 그 자체가
비전의 화신이 된다.
꿈은 도달점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세대를 향한 불씨의 전달이다.
그대가 본 하늘의 설계는
이제 또 다른 이의 가슴 속에서
새로운 모양으로 피어난다.
비전은 하나의 인생을 초월하고,
한 세대를 넘어 흐른다.
그대는 이제 알게 된다.
꿈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 꿈의 통로였음을.
그대의 생은 짧지만,
비전은 영원하다.
하늘은 다시 속삭인다.
“나는 너를 통과해 나를 완성했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별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꿈꾸는 자여,
너는 이미 빛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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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기억하는 곳에서(사유의 항해록 6)
思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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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7 18:4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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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맙게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항구마다 남긴 발자취가
해류에 씻겨가고
그래도 그 전에 왔던 곳이면
그리움이 있겠지요.
배타고 다니는 선원으로써
세계여행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고향산천의 그리움이
꿈으로 여겨지겠지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