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과 투자는 한 끗 차이로 그 경계가 모호하다. 가장 건전한 투자는 명백한 베팅의 성격을 띠고 - 약간 더 많이 벌려고 기대하다가 돈을 모두 잃음, 가장 대담한 투기는 확실한 투자의 성격을 띤다 - 이자와 함께 원금을 돌려받음 -. 투자의 가장 확실한 정의는 자신에게 유리한 확률로 도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식투자를 시작한지 올해로서 5년째된다. 정확하게는 재테크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알기 시작한지 5년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재테크를 하면서 배우는 것 중 하나가 투자와 투기이다. 또는 투자와 도박이라고도 부른다. 투기 또는 도박은 돈을 벌거나 잃을 수 있다 점에서는 투자와 비슷하지만 제로섬 게임 즉 하나의 파일을 놓고 나눠먹으므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는 돈을 잃는 다는 것이다. 반면 투자는 파이를 키워서 서로 나눠먹으므로 win-win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투자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주식, 투기의 대표격은 선물, 옵션 등이 있다. 그렇다면, 채권은 어떤가? 채권은 은행 예적금 다음으로 안전하다고 흔히들 알고 있다. 가끔 상장폐지 직전인 회사에 관한 뉴스 보도를 보면 "그나마 주식을 가진 투자자들은 형편이 낳은 편이다. 채권을 소유한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채권이 휴지조각이 될 판국이다...". 채권이 왜 위험한지. 유명한 채권왕 빌 그로스가 채권을 통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음모가 분명 숨어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점차 알게 되어갔다.
내가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으니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나며 물어왔다. [BIG SHORT]입니다 라는 말에 대답들은 여러가지였다. "크고 작다? 역설적이네요" 혹은 "굵고 짤게" "표지의 사진은 돈을 이용해 낚시하는 것인가요" "푸줏간의 고기처럼 달러화가 전시된 것인가요?" 등 사람들마다 첫 인상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경험과 지식에 비례해서 저마다 달랐다. 책에서 말하는 'BIG SHORT이란 시장의 붕괴에 크게 베팅한 딜' 이라는 의미이다. 사실에 바탕을 둔 소설같은 이야기, 사실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음모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저자는 라스베거스의 도박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과 관련된 채권의 거래를 절묘하게 조합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순수하게 카지노의 룰렛게임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금융위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눈치 빠른 독자들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저자만의 배려일까? 책을 읽는 도중 내내 마치 내 눈앞에서 아니 내가 책속의 주인공이 되어 도박판에서 전전긍긍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설과 큰 손들의 음모를 파헤쳐서 독자들에게 폭로하는 두가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음모론에 대해 전혀 모르는 독자가 읽을 때는 난해한 소설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실제로 투자를 하면서 금융위기때 손해를 본 독자라면 이 책이 진작 나왔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거나 앞으로의 대응 전략에 대해 기대를 하며 책장을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다행히(?) 적절한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을 하여 흥미를 더 했다. 채권 그중에서도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 한가지 장르로서 이야기를 풀어가기에는 소설가로서의 기질이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정확한 시선을 가지고 미래의 시장 흐름을 예측하거나 음모론에 대해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작가의 작품이라고 보기해도 무엇인가 부족했다. 소위 말하는 Generalist내지는 파이형 인간이라고 봐야하나? 암튼 보는 시야에 따라서는 저자의 글 솜씨가 부족함을 탓할 수도 있고 소설보다 더 짜릿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인가 행동의 변화를 유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일상생활과 적절히 비유하여 사람의 행동이나 옷차림으로 그 사람의 직업이나 현재 처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데 이것 역시 경험으로 쌓은 지식이 없고서는 도무지 불가능한 것이다.
미래의 베스트 셀러의 작가를 꿈꾸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확실하게 하나 얻은 것이 있다. 책을 쓰기위해서는 반드시 인문학을 전공하여 미사어구를 잔뜩 포함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충분하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책에 담고자 하는 내용이다. 내용에 대해 확실히 알고 관련된 지식이 있고 최소한 두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전문지식이 있다면 그것이 역사와 경제에 대한 지식이 되었든 자연과학과 인문학에 대한 지식이든 두 가지 분야에 대해 적절히 조합을 한다는 훌륭한 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기지채권으로 돈을 번다는 일반인이 정상적인 루틴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방법. 그것도 부실채권을 공매도 하는 전략으로...조금 특이한 책이다. '이렇게 돈을 벌어라'가 아니라 이렇게 해서 '은행들이 무너졌고 개인들은 손실을 입은 줄도 모르게 손해를 봤다'를 이야기 해주는 그러면서 맛있는 요리 이야기와 '공짜의 유혹은 참으로 뿌리치기 어렵다'라는 말로서 끝을 낸다. 기가 막히게 적절한 비유를 한 결론이다. 맛있고 다양한 요리는 다양한 금융 파생상품이며 - 여기서는 모기지 대출 - 공짜의 유혹은 얼핏 보기에는 저금리로 보이는 대출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짜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