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전날 마신 술로 종일 방 안에서 뒹군다.
장성에서 만난 문교장이 정년을 했다고 연락을 해 왔는데
여섯명이 나왔다.
버스 타고 약속 장소로 찾아가니 송열 형님이 자네 온다해 왔다며 반갑게 맞아준다.
만남을 이어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여성 셋은 먼저 가고 남자 셋이서 맥주 집에 들렀는데
덕근 형님은 조용히 먼저 가시고, 송열 형님의 한 잔 더하자는 걸 뿌리치고
12번 시내버스 막차를 타고 오다가 한참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봄이 오는 걸 어디서 볼까?
봄이 오는 걸 보아야 하나?
입암산에 가자고 챙기며 김밥을 사 가자고 한다.
10시가 넘어 김밥을 사고 순환도로 거쳐 장성과 백양사앞을 지나
남창골에 닿으니 11시가 다 되어간다.
고로쇠물을 판다는 현수막이 여러 군데다.
길 가엔 차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있다.
펜션마다 사람들이 들어 차 있다.
나도 언젠가 저런 모습으로 술에 취해 일어났을거다.
구례 양친구에게 고로쇠물 마시러 간다고 연락할까 생각도 한다.
고로쇠막걸리 큰병을 3,500원에 사고 계곡을 따라 오른다.
바람은 쌀랑한데 물은 투명하게 빛난다.
눈이 녹아 내리는지 물양도 많다.
화장실 입구엔 윤진순의비를 새로 세웠고 입산산희생자위령제단도 두었다.
11시가 넘어서인지 벌써 내려오는 이도 많고 은선동 삼거리에 이르자
간식을 먹는이들도 있다.
산성 남문으로 서서히 따뜻한 볕을 받으며 올라간다.
남문에서 간식을 먹고 쉰다.
산성 안을 걸으니 편안하다. 바보는 철학자의 길이 또 나타나 좋다하고
난 선비의 길이라고 한다. 그게 그거라고 하면서 사람들을 지나친다.
나이 지긋한 일행과 더불어 윤진순의비도 본다.
북문을 지나 능선을 걸으니 바람이 차고 눈과 얼음도 그늘에 남았다.
남쪽으로 점심을 먹고 있는 산객들이 있다.
갓바위 오르기 전에 거북바위를 본다. 적을 저승으로 안내한댄다.
난 촛대?바위라고 부르며 거북의 목을 보고 갓바위에 닿는다.
사람이 없어 여기저기 바위와 난간에 올라 논다.
정읍과 전라북도의 산하는 썩 맑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야가 꽤 열린다.
가운데 곧게 직선으로 뻗은 호남고속철로를 비롯해 호남고속국도
내로 난 산아래의 1번국도, 그리고 방장산 갈재 아래로 옛1번국도 등
여러 길들이 벌판에서 벅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나는 사람들 사진도 찍어주고 아래로 내려와 점심을 편다.
1시 20분이 넘는다.
고로쇠 막걸리는 사이다처럼 거품을 툭툭 튕긴다.
바위에 앉은 우릴 보고 갓바위에서 남자들이 팔을 들어 흔들기도 한다.
검은 까마귀 몇 마리가 갓바위와 우리 주변을 둘러간다.
김밥 세줄에 막걸리를 곁들이고 사과까지 먹으니 배가 든든하다.
바위 위에서 손을 흔들어 주던 사람들은 조용히 우리 옆을 지난다.
인간관계란 어쩌면 100m 미인처럼 저만큼 떨어져야 더 편한지도 모르겠다.
배낭을 챙겨 내려오는 길도 편하다.
바로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은 노랠 나오게 한다.
정읍쪽 1번 국도를 타다가 북이로 들어와 가던 길과 비교하니
백양사쪽으로 가는 길이 더 가깝다.
집에 와 속옷을 챙겨 목욕탕에 가고
목욕탕 앞으로 온 기훈이와 더불어 소주를 마시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