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지 : 싱가포르 – 말레이시아
여행일 : ‘19. 10. 8(화) - 10.12(토)
세부 일정 : 쿠알라룸푸르(1)→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1)→바투동굴→겐팅 하일랜드→쿠알라룸푸르(1)→말라카→쿠알라룸푸르
여행 둘째 날 : ’바투동굴(Batu Caves)‘과 ’겐팅 하일렌드(Genting Highlands)‘
특징 : ① 바투 동굴(Batu Caves) : 쿠알라룸푸르 북쪽에 위치한 석회암 동굴과 힌두교 사원이다. 1878년 미국인 탐험가 ’윌리엄 호너비‘가 이곳을 탐사한 뒤 세상에 알려졌으며, 1891년 동굴 안에 힌두교 사원이 세워지면서 명소로 발전했다. 힌두교 인도 타밀족이 숭배하는 ’무르간 신(Murugan)‘의 전설이 깃든 이 동굴은 인도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규모의 힌두교 성지로 알려진다. 그래서 1년 365일 힌두교 신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단다. 특히 매년 1~2월에 열리는 힌두교 축제인 ’타이푸삼(Thaipusam)‘ 때는 전국 각지에서 은마차에 무루간의 초상 또는 신상(神像)을 싣고 바투 동굴로 모여든다고 한다. 수만의 인파가 몰려드는 이 기간에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힌두교 순례자들의 고행순례도 이어진다. 맨발로 속죄의 계단을 오르거나 바늘로 몸을 찌르는 등의 고행의식도 이때 볼 수 있다고 한다.
② 겐팅 하이랜드(Genting Highlands) : 쿠알라룸푸르에서 북동쪽으로 51km 떨어진 내륙에 위치한 복합 레저타운으로 ‘겐팅(Genting, 구름 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발 1,950 m의 산 정상에 자리한다. 말레이시아 유일의 카지노가 있다고 해서 ‘구름 위의 라스베이거스’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1971년에 유럽풍의 ‘하이랜드 호텔’이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카지노와 놀이동산, 리조트, 골프장 등을 갖춘 복합 레저타운으로 성장했다. 스카이다이빙 체험과 암벽등반, 스노월드 등 독특한 즐길거리도 갖추고 있는데, 특히 스노월드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유일하게 눈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란다. 거기다 고원지대의 특성상 날씨까지 싸늘하다보니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단다.
▼ 바투동굴은 유명 관광지답게 너른 주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잠시 걸으니 거대한 바위절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투동굴은 그 절벽의 중간쯤에 뚫려있고, 거기까지는 긴 계단으로 연결된다.
▼ 계단의 왼편에도 아름답게 채색된 건물이 있었다. 실내 공간이 엄청나게 너른 걸로 보아 신전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힌두교사원의 행정건물일 것이고 말이다. 그들의 축제인 ’타이푸삼(Thaipusam)‘ 때면 수만 명이 찾아온다는데 이 정도 넓이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 아래 사진은 ‘타이푸삼(Thaipusam)’ 축제에 대한 자료사진이다. ‘타이푸삼’이란 ‘신성한 달’을 뜻하는 타이(Thai)와 ‘보름’을 뜻하는 푸삼(Pusam)의 합성어로 인도계 타밀족이 말레이시아로 이주하던 19세기 말엽 시작된 축제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보름축제’라고 할 수 있다. 축제는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열리는데 그중에서도 이곳 바투동굴(Batu Caves)이 가장 볼만하다고 알려져 있다. 수만 명의 순례자들이 ‘카바디(kavadi)’라 불리는 장식을 어깨에 두르고, 머리에는 커다란 ‘팔 코둠(pal codum)’을 얹고 밤새 걷는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팔 코둠’이란 우유병으로, 큰 것은 어른 키를 넘어선다. 그들은 또 ‘타이푸삼’ 이전부터 금식과 금욕으로 스스로를 정화하는데 순례 때는 가느다란 쇠꼬챙이로 얼굴과 혓바닥을 찌르는가 하면 피부를 관통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고통을 못 느낀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 동굴로 오르는 계단의 초입에는 힌두교에서 모시는 전쟁과 승리의 신(神)인 ‘무루간(Murugan)’의 거대한 황금색 입상이 서있다. 42.7m나 되는 키를 자랑하는 ‘무루간’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것은 ‘벨(Vel)’이라고 하는 창이란다. 그런데 신상의 소재가 ‘철근콘크리트’란다. 거칠기 짝이 없는 소재로 어떻게 저런 유려한 조형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깊고 깊은 그들의 신앙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지 않나 싶다.
▼ 계단 입구에 세워진 일주문(一柱門, 사실은 12기둥 이었다)은 이곳이 힌두교 사원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준다. 문의 지붕위에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상(神像)들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신의 숫자가 가장 많은 종교가 바로 힌두교가 아니겠는가. 참고로 힌두교의 신은 브라흐마와 비슈누, 시바 등 ‘트리무르티(Trimurti : 삼주신)’와 그들의 배우자인 사라스바티·락슈미·파르바티의 ‘트리데비(Tridevi)’, 그리고 수많은 남신과 여신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외에도 악신(惡神)인 ‘아수라(악신의 총칭)’가 있다.
▼ 동굴을 보기 위해서는 무루간 옆으로 나있는 45도 경사의 계단을 올라야만 한다. 계단의 수는 272개. 인간이 평생 짓게 되는 ‘죄(罪)’와 같은 숫자라고 한다. 힌두교의 믿음에 따라 이 계단을 올라가면서 하나씩 속죄해 나가라는 의미로 같은 수의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계단은 과거, 현재, 미래를 나타내는 세 갈래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이다. 하긴 속죄하는 게 쉽다면 누가 죄 짓는 걸 두려워하겠는가.
▼ 계단을 오르다보면 꽤 많은 원숭이를 만나게 된다. 점잖게 앉아있는 놈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렇다고 다가갈 일은 아니다. 공격을 당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음료수나 과자, 과일 등 먹을 것을 손에 들어서는 안 되고, 꽃이나 화환을 들 때도 조심해야 한다. 손에 들거나 목에 두를 경우 원숭이들이 노리는 목표물이 되기 때문이다. 선글라스나 스카프도 요주의 품목이다. 손에 든 비닐봉지는 아예 먹을 것이 들었다는 징표란다. 빼앗기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상처까지 입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 272계단 가운데 204계단에서 옆으로 길이 하나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크 동굴(dark cave)’로 가는 길이다. 저곳은 유로(有料)이다. ‘35링릿(1만원 남짓)’이니 가격도 꽤 된다. 현지 영어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2km 정도의 캄캄한 동굴을 탐험하는 체험코스이기 때문이다. ‘5링릿’만 더 내면 입구에서 사롱(sarong)을 빌릴 수 있으니 옷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하루 동안에 쿠알라룸푸르 시가지도 모자라 이곳 ‘바투동굴’에다 ‘겐팅 하일랜즈(Genting Highlands)’까지 끼워 넣었으니 어떻게 1시간이나 짬을 낼 수 있겠는가.
▼ 계단의 끄트머리, 그러니까 동굴 입구에 또 하나의 문(門)이 만들어져 있었다. 절로 들어가는 세 개의 문 가운데 두 번째인 천왕문(天王門)쯤 된다고나 할까? 하지만 절이 아니어선지 수미산(須彌山)의 중턱에서 사방을 살핀다는 사천왕(四天王)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지붕위에다 스토리가 있을 법한 신상(神象)들을 배치했다. 어쩌면 바투동굴에 얽힌 전설을 암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그렇다면 동굴에 얽힌 전설을 그냥 흘려버릴 일은 아니다. 아주 오랜 옛날 인도에 ‘스리 마하 마리암만(Sri Maha Mariamman)’이란 신이 있었는데, 그녀에게는 ‘카나바다’와 ‘무르간;이라는 두 아들이 있었단다. 어느 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의 주변을 세 바퀴 돌고 오는 아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물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둘째 아들인 ’무르간‘이 지구를 세 바퀴 돌고 온 반면, 큰아들인 ’카나바다‘는 그녀를 세 바퀴 돈 다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머니‘라고 대답했단다. 첫째 아들이 승자의 자리를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이에 화가 난 둘째 아들 ’무르간‘이 동굴로 들어가 버렸는데, 그 동굴이 이곳 바투동굴이라는 것이다. ’타이푸삼(Thaipusam)‘ 축제는 이 전설에서 유래됐단다. 여신 ‘스리 마하 마리암만(Sri Maha Mariamman)’이 자신의 처분을 후회하며 그녀의 둘째 아들 ‘우르간’에게 만나달라고 통사정을 했으나 거절을 당했고, 대신 1년에 한 번 동굴에서 나와 어머니를 만나주었는데 그 날이 바로 ‘타이푸삼’ 축제라는 것이다.
▼ 동굴로 들어가기 전, 고개를 돌려보면 쿠알라룸푸르 시가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희미하게나마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KL 타워’도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흐린데도 이 정도라면 화창한 날에라도 찾아왔다면 눈터지는 조망을 즐길 수 있었겠다. 이곳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는 13㎞, 그다지 멀지 않은데다 지대까지 높다보니 가능했을 것이다.
▼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다. 올라오느라 고생한 것이 조금도 아깝지 않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동굴 천정에 주렁주렁 매달린 종유석들이 하나같이 빼어난 자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중세에 지어진 가톨릭성당의 파사드(facade)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파사드와는 달리 이곳은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단다. 명장의 솜씨처럼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신전을 세우고 조명을 달고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많이 훼손되었다는데도 이 정도라면 처음에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궁금하다.
▼ 종유석(鐘乳石, stalactite)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바닥에서 솟아오른 듯한 저 돌기둥은 석순(石筍, stalagmite)이 분명해 보인다. 종유석과 석순이 연결된 석주(石柱)도 있다고 했는데 발견하지는 못했다.
▼ 아직 동굴에 들어서지 않았는데도 여러 개의 힌두교 신전(神殿)이 만들어져 있었다. 하긴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고무농장 이주 인도인들의 ‘마음의 고향’이었다니 어련하겠는가. 타밀지방의 하위 카스트 출신 힌두교도가 주류인 말레이시아의 인도인들은 지금도 매년 초 타이푸삼 축제에 맞춰 이곳으로 모여든다고 한다. 그리고 해외토픽으로 자주 소개되는 온 몸에 바늘이나 철사를 꽂는 독특한 고행의식을 벌이기도 한단다.
▼ 동굴 안으로 들어서면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실내체육관보다도 훨씬 더 넓고 높은 동굴이 나타나는 것이다. 동굴의 내부에는 힌두교 사원이 여럿 자리 잡았다. 굴처럼 움푹 파인 곳만 있으면 어김없이 사원이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모셔놓은 신상들이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가히 힌두교 세상이라 하겠다. 하긴 CNN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세계 자연경관 1001’에 뽑힌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 노란 옷을 입는 힌두교 사제는 눈에 띄지 않았다. 신자의 이마에 액운을 몰아내고 복을 가져다주는 붉은 점인 ‘신두르(Sindoor)’를 찍어주는 광경이 제법 볼만하다고 했는데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 천정에는 작은 구멍 두어 개가 뚫려 있었다. 조금 부족하지만 채광창으로 이용해도 되겠다.
▼ 100m 정도 걸어 안쪽으로 들어가면 화산 분화구처럼 거대한 구멍이 뚫린 별천지가 나온다. 천장으로부터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오늘처럼 흐린 날에도 저렇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라면 햇볕이라도 내리쬐는 날에는 가히 환상이겠다. 그 별천지는 계단으로 연결된다. 인간이 지은 죄는 272개로도 부족했던가 보다.
▼ 아래 사진은 조금 전에 지나온 동굴을 위에서 내려다 본 것이다.
▼ 끄트머리 공간도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농구장 하나쯤은 족히 들어가겠다. 참! 이곳도 역시 힌두교 제단이 여럿 보였다. 이중 으뜸으로 모셔지는 신은 파괴의 신인 ‘시바신((Shiva)’의 아들 ‘무루간(Murugan)’이다. 무루간은 특히 타밀족(Tamil) 힌두인들 사이에서 널리 대중적으로 신앙되는 신이다. 말레이시아 힌두교도들의 주류가 타밀지방 출신들이다보니 자연스레 바투동굴의 주신(主神)이 되지 않았나 싶다.
▼ 종유석의 형태가 더욱 정교해졌다. 그리고 그 숫자도 많이 늘어났다. 자연이 빚은 예술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갤러리(gallery)라 하겠다. 신의 영역 앞에 선 나는 문득 작고 하찮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도 작은 욕심 하나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나 자신을 말이다. 그래! 오늘만이라도 마음을 비워보자. 비운 것만큼 채울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 연두부에 난 수저 자국처럼 보이는 바위가 있어 카메라에 담아봤다. 이뿐 아니라 동굴에는 인간의 솜씨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이 많이 보였다. 가끔은 구멍뚫인 천장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만들어놓은 자국도 볼 수 있었다. 이 동굴이 4억 년 전에 생성되었다니 얼마나 많은 빗물이 흘러내렸을까?
▼ 고개를 들면 뻥 뚫린 구멍이 보인다. 별다른 조명이 없는데도 사위가 밝기에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간다. 하늘창이 저렇게 크니 별도의 불빛을 들이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 절벽의 바위틈에서 노닐고 있는 원숭이들이 꽤 많아 보였다. 하지만 바닥으로 내려온 원숭이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선지 원숭이에게 줄 땅콩을 파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출근 전인지도 모르겠다.
▼ 다시 돌아온 계단 아래의 광장, 왼편으로 조금만 더 가면 15m 높이의 거대한 녹색 ‘하누만(Hanuman)’이 입구를 지키는 ‘라마야나 동굴(Ramayana Cave)’이 있다고 했다. 방금 다녀온 ‘사원 동굴(Temple Cave)’, 체험코스인 ‘다크동굴(Dark Cave)’과 함께 세 개로 이루어진 ‘바쿠 동굴(그래서 cave에 복수형인 ‘s’가 붙어있을 것이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단다. 이 동굴은 또 내부에 다양한 힌두신상과 힌두 신화를 그린 벽화가 있다고 해서 ‘갤러리동굴(Gallery Cave)’로도 불린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도 역시 들러보지 못했다. 아니 가이드에게 부탁조차 못해봤다. 하루 동안에 쿠알라룸푸르 시내 투어로도 모자라 바투동굴에 겐팅 하일렌드까지 돌아보는 일정이라니 곁눈질조차 언감생심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하누만은 원숭이 형상을 하고 있는 힌두교의 하위 신이다. 하지만 대중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편이란다.
▼ ‘겐팅 하일랜드’ 투어는 산 아래에 있는 ‘겐팅 스카이웨이(Genting skyway)’의 ‘하부 정거장(lower station)’에서 시작된다. 케이블카를 타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고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오늘은 텅 비어있다. 하루 6만 명 이상이 ‘겐팅 하일랜드’를 방문하고 연간으로 치면 3000만 명이나 된다는데 의외라 하겠다. 어쩌면 붐비지 않는 시간대를 이용하겠다는 가이드의 계획이 맞아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참! 켄팅 하일랜드는 자동차로도 오를 수 있다는 걸 깜빡 잊을 뻔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 경치를 둘러볼 수 있는 ‘스카이웨이(skyway)’를 이용한다.
▼ 정거장에는 우리가 타고 갈 ‘케이블카’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정도로 튼튼하니 안심하고 이용하라는 모양이다.
▼ ‘포토죤(photo zone)’도 만들어 놓았다. 탑승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 모양인데, 고맙긴 하지만 배경으로 세운 조형물이 ‘이집트’의 것이라는 게 눈에 거슬린다. 이곳 말레이시아를 상징할 수 있는 것으로 대체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 케이블카의 정원은 8명,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어서인지 2명, 또는 4명씩 가족단위로도 탈 수 있었다. 길이 3.4km의 ‘겐팅 스카이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21.6 ㎞/h) 케이블카로 알려져 있다. 최고 속도로 움직일 때는 초당 6m를 달리기도 한단다.
▼ 스카이웨이(skyway) 주변은 공들여 가꾼 흔적이 역력했다. 선로(線路) 아래에 꽃과 나비 등의 조형물들을 설치해 이용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정글 속에는 동물과 원주민(오랑 아슬리)의 조형물을 넣어두어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재미까지 보탰다고 한다.
▼ 케이블카는 꽤 놓은 허공을 난다. 그렇다고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장가계와 태항산 등 중국의 여러 관광지들을 돌아다니며 쌓아온 내공 덕분일 것이다 거기다 케이블카가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몫 했을 것이고 말이다. 그건 그렇고 발아래로 열대림이 기세를 보이기도 한다. 도시의 빌딩보다도 높아 보이는 열대의 나무들이 하늘에 길이라도 만들 듯이 높다.
▼ 그렇게 오르기를 20분 여, 드디어 ‘켄팅 하일랜드’에 도착한다. ‘겐팅(Genting)’은 이곳 말로 ‘구름의 위’인 ‘운정’(雲頂)을 뜻한다. 이름처럼 겐팅 하일랜드는 산의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었다. 비록 구름의 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말레이시아의 현대적 여유를 상징하는 이곳은 정착한 화교사업가 림고통이 1970년 개장했다. 용인의 ‘에버랜드’격인데 여기에 카지노와 휴양기능이 접목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강원랜드’가 그 규모를 부풀렸다고 여기면 되지 않을까 싶다.
▼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겐팅 하일랜드’이다. 최고의 호텔과 카지노, 아웃도어와 인도어 테마파크, 산 중턱의 친쉬 동굴 사원, 산 아래의 딸기 농장, 아와나 겐팅 호텔, 골프장 등이 있어 하루 종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우린 곧장 인도어 테마파크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2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입맛만 다시고 가라는 모양이다. 아무튼 테마파크까지는 제법 먼 거리였다. 때문에 가는 도중 여러 종류의 편의시설을 지나게 되는데, 아래 사진의 어린이 놀이시설도 그중 하나이다.
▼ 창밖으로 커다란 놀이시설이 내다보인다.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20세기폭스(21st Century Fox)’에서 ‘월드 테마파크(World Theme Park)’를 이곳에 세운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저걸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얘기일까?
▼ 드디어 도착한 인도어 테마파크,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겐팅 하일랜드를 검색해 볼 때만해도 그게 그거려니 했는데 막상 와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복합시설이었다. 놀이시설과 도박장은 지하 4층, 2-4층은 명품 숍과 식당 등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 있었다. 직접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이곳에 들어선 식당은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다양하단다. 그저 입맛에 맞는 식당을 고르기만 하면 될 일이다. 다만 가격이 조금 센 것은 감안해야 한단다. 여행사의 점심 스케줄이 리조트 밖에 있는 한식당으로 정해진 이유일 것이다.
▼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춘 실내 테마파크는 많은 인파로 넘쳐나고 있었다. 가족단위로 움직이는 그룹들도 꽤 많이 보였다. 겐팅 하일랜드가 기획한 아이템이 먹혀들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 겐팅 하일랜드의 성공 요인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목적 리조트 시설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강원랜드를 떠올려보면 대충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림우통’이라는 강력한 사업주체가 있었다는 점은 주식의 절반을 공공기관이 소유하고 있는 강원랜드와 확실히 구분된다. 고객의 기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레저산업의 특성상 강력한 사업주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봐야 한다. 강원랜드에서 눈여겨 봐둬야 할 점이 아닐까 싶다.
▼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자료 사진을 이용했지만 카지노(casino)에도 들어가 봤다. 겐팅 하일랜드의 대표적인 위락시설이라면 단연 카지노가 꼽힌다. 말레이시아 유일의 카지노이기도 하지만 축구장 크기의 두 배도 넘는다는 또 다른 특징도 갖고 있다. 아니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넓은데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가득 차있었다는 점이다. 그나저나 옛 추억을 살려 ‘불랙잭(Blackjack)’이라도 해볼까 했지만 소란스러움에 질려 그만두기로 했다. 그렇다고 집사람까지 패싱시킨 건 아니다. 이왕에 왔으니 ‘슬롯머신(slot machine)’이라도 체험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잃은 돈은 공짜 음료로 대신하면 될 테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