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대형 SUV 전성시대다. 특히 3열을 갖춘 대형 SUV가 초강세다. 현대기아나 쉐보레 같은 대중 브랜드부터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너나 할 것없이 대형 SUV 시장에 뛰어든다.
기존 강자는 독일 3사다. 아우디 Q7, 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가 버티고 있다. 이들 차량은 3열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프리미엄 시장의 신흥 강호인 볼보는 그나마 편한 3열을 갖춘 XC90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형 SUV의 강자는 미국 브랜드다. 아메리칸 럭셔리를 상징하는 캐딜락이 대표적이다. 캐딜락은 3월 중순 XT6를 출시한다. 에스컬레이드와 XT5 사이에 위치하는 모델로 3열을 갖추고 있다. 카가이가 먼저 시승을 해봤다. XT6는 기본적으로 쉐보레 트래버스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트래버스보다 차체 크기를 조금 줄이고 강성을 높여 탄탄한 주행감각이 돋보인다. 트래버스가 미니밴 느낌이 난다면 XT6는 정통 SUV에 가깝다.
XT6는 최신 캐딜락 디자인으로 치장했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5월 국내 출시된 대형 세단 리본 CT6와 비슷한 모양새다. 캐딜락 콘셉트카 '에스칼라' 디자인을 따른 덕에 스포티한 감성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LED 주간주행등은 방향지시등을 겸한다. 정 가운데를 양분해 각을 넣은 웅장한 그릴이 강인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디자인은 2가지다. 우아하면서 럭셔리한 디자인을 강조한 프리미엄 럭셔리 트림과 공격적이고 날렵한 스포츠 트림이 있다. 시승 모델은 스포츠 트림이다. 캐딜락의 고성능 라인업인 ‘V’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패턴의 블랙 그릴이 전면에 자리한다. 윈도우 몰딩은 프리미엄 럭셔리 트림과 달리 검정으로 칠했다. 20인치 휠을 기본으로 21인치를 옵션으로 선택 할 수 있다.
실내는 럭셔리 SUV답게 고급스럽다. 스포츠 트림의 실내는 진짜 카본 파이버로 장식했다. 세미 아닐린 가죽 질감도 최상급이다. 촉감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착좌감도 훌륭하다. 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쉐보레와 공유하는 기본 내비게이션도 달려 있다. 빠른 길 찾기는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가 한 수 위다. 전자식 기어노브는 운전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인체공학적 구성이다. 기어봉 뒤편엔 새로운 조그 기능이 적용된 회전식 컨트롤러가 적용됐다. 화면 터치없이 직관적 조작이 가능하다.
전차종 기본으로 적용된 스티어링휠 열선과 1,2열 열선 시트는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한다. 추운 날 차량에 탑승하면 별도의 조작 없이도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통풍시트 역시 1열은 기본이다. 이 외에 나이트 비전, 스마트폰 무선충전,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등도 기본으로 적용된다.
14개 스피커 탑재된 보스 퍼포먼스 사운드 시스템은 제대로 된 저음을 뽑아낸다. 대중 모델에 장착되는 보스와 달리 박진감이 넘친다. GM 계열 차량에 보이던 시크릿 큐브는 XT6에서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공조기 조작부 아래로 작은 수납 공간을 마련했다. 센터 디스플레이 왼쪽 끝에 터치식으로 마련한 비상등 스위치는 아쉽다. 스티어링휠 칼럼에 비상등 스위치가 위치한 에스컬레이드보단 사용성이 좋지만 사용 빈도가 높은 국내에선 불편할 수 있는 문제다.
XT6 매력은 넉넉한 실내 공간에 있다. 5050mm에 달하는 긴 전장을 바탕으로 휠베이스가 2863mm에 달한다. 7인승을 기본이다. 2열이 독립 시트로 구성된 6인승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2열 좌석을 탑승하기 편안하게 밀어주는 피치앤슬라이드 기능은 3열 탑승을 더욱 편리하게 한다. 2열은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다. 3열은 기본적으로 성인이 탑승하기 불편하다. 1시간 정도 짧은 거리라면 참을 수 있는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어린아이 탑승공간으로 보면 된다. 2열 시트는 에스컬레이드보다 실용적이다. 2,3열 승객을 위한 별도 공조기 조작부를 마련한 것은 물론 송풍구도 꼼꼼하게 챙겼다. 2열과 3열에도 USB 포트를 마련해 모바일기기 충전을 배려했다.
큰 크기를 바탕으로 넉넉한 트렁크 공간도 매력적이다. 기본 256L 트렁크는 3열을 폴딩하면 1220L, 2열까지 모든 시트를 접으면 최대 2228L까지 확장된다. 후방 상황을 카메라로 보여주는 리어 카메라 룸미러가 적용된 것도 캐딜락 다운 구성이다.
XT6에는 GM 주력 엔진인 V6 3.6L 자연흡기 가솔린과 9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전륜을 기본으로 AWD가 장착된다.최고출력 310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힘은 도심이나 고속도로 주행에서 부족함이 없다. 가속페달 앞쪽에 출력이 몰려있어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스트레스 없이 차량을 밀고 나간다. 터보차와 비슷한 가속 양상이다. 브레이크 세팅은 미국 패밀리카 답게 부드럽다. 밟는 만큼 일정하게 차량을 멈춰 세운다.
전체적인 차량 세팅은 부드럽지만 탄탄하다. 요철을 만나도 허둥거리지 않는다. 코너를 제대로 잡아준다. 미니밴스러운 트래버스와 다른 XT6만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요트를 탄 듯 출렁이는 트래버스나 에스컬레이드와 달리 XT6는 독일차와 비슷한 주행감각을 보여준다.
평소 V6로 구동되는 엔진은 정속 주행과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2개의 실린더를 비활성화해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XT6에는 레이더, 카메라, 각종 센서와 결합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탑재된다. 전방 충돌 경고, 자동 제동 시스템, 전면 보행자 감지 긴급 제동, 차선 변경 경고 및 사각 지대 경고, 후측방 교통상황 경고, 차선 이탈 경고와 차선 유지 보조, 안전 경고 햅틱 시트 등이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옵션으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후방 보행자 경보, 후진시 자동 제동 등의 기능이 추가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포함된 옵션을 선택할 경우 사실상 반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장거리 주행이나 막히는 도로에서 활용도가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예상 못한 비싼 가격이다. XT6 는 최상위 ‘스포츠(sport)’ 단일 트림으로 가격은 8,347만원(개소세 인하분 반영) 이다. 적어도 10% 정도 할인 판매를 염두에 두는 듯한 인상이다.
XT6의 매력은 세련된 외모와 실용적인 실내 공간, 탁월한 주행감각에 있다. 너무 커버 불편한 에스컬레이드보다 실용적이다. 여기에 정제된 움직임은 안정감을 더한다. 프리미엄 대형 SUV 경쟁 속에서 XT6는 아메리칸 럭셔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SUV를 타고 싶다면 XT6는 새로운 대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