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란]
감독:송해성 배우:최민식,장백지
[줄거리 변변찮은 삼류 건달 강재는 보스 대신 감옥에 들어가야 할 처지에 놓인 어느날. 난데없이 "아내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순전히 돈 때문에 중국에서 온 여인 파이란과 위장 결혼을 해주었는데, 파이란이 숨진것. 만난 적도 없는 아내의 장례를 치르러 간 강재는 파이란의 흔적을 좇으며 평생 한 번도 느껴본적이 없던 사랑을 발견한다.
[당신은 윤기나는 파스타 대신 불어터진 사발면을 먹고, 알마니 정장 대신 시장통 땡땡이 셔츠를 입고. 폼나는 자가용 대신 뒷골목을 맨발로 걸어도 '사랑은...있다'는 이런 남자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모질지도 못하면서, 스산한 뒷골목 건달로 살아가는 주인공 이강재. 정말 그런 삶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삶을 살지만, 뒤늦게 깨달은 한 여인의 사랑이 그의 가슴속 깊이 숨겨져 있던 사랑을 끄집어내어 다시 한번 자기의 인생을 생각해 보게 한다.
나는 이 영화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거친 말들과, 살인 장면이 눈에 거슬렸다. 요즘 우리나라 영화가 너무 폭력을 미화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 걱정도 되고... 하지만 '친구' 보다는 훨씬 거부감이 덜하다. 아마, 감독은 리얼리티를 실어내기 위해 그랬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인천과 강원도 동해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인데, 다른 시간과 공간을 아련한 흑백으로, 아니면 현실적 칼라로 교차시키며 관객들을 잠시 상념에 빠지게도 한다. 눈 내리는 강원도 산길을 기차가 달려가는 장면에서는 지난해 겨울 '추암'에 기차 타고 다녀올 때가 생각났고, 달리는 기차와 나란히 보이는 동해의 푸른 바다는 정동진을 떠올리게 하였다. 너절한 삼류 양아치 이강재와 그런 그를 사랑한 파이란. 만나서 이야기 한번 못해 본 그들의 사랑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는 모습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너도 불쌍, 나도 불쌍 하면서 부르던 이강재의 노래가 처량하고, 파이란의 유골을 안고 바닷가 방파재에서 읽던 마지막 편지가 슬프고, 가슴속 울분을 토해내듯 꺽꺽거리며 오열하던 이강재의 울음이 슬프다.
이강재역 최민식의 리얼한 연기, 홍콩배우 장백지의 담백한 연기가 만나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 삼류인생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고, 구원 받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썩 잘된 영화라기 보다, 저런 인생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여운이 남는 한마디. 당신을 사랑해도 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