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자본주의를 망가뜨렸나.
What Went Wrong with Capitalism
필자 ‘루치르 샤르마’는 1974년 인도 생으로 젊은이다. 월가의 실제 글로벌 투자가이며, 세계 경제 경제를 통찰하는 현실주의적 사상가, 작가로 금융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전 투자 총괄 사장이었다. 그의 인물평은 대단하니 그의 주장을 들어보자. 자본주의는 원래 의도와 달리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보편적 사회주의’ 체제로 변질되었고, 자본주의 혜택은 결국 가장 부유한 이들에게 집중되었다. 한국을 비롯해 성장 궤도에 오른 모든 나라에 “성공을 꿈꾸되, 실패에서 배워라”란 점을 권하고 싶단다. 청년들이 자신이 속한 시대와 지역의 체제가 지닌 불의에 저항한다. 많은 부유한 국가에서 불평등, 지배적 위치의 독점기업, 대기업 구제 금융 등 현대 자본주의의 과도한 측면에 반발한다. 그들은 분노에 사로잡혀서 정부의 개입이나 사회주의만이 해답이라 여긴단다. 필자는 조국 인도를 빗대며 경제는 고통스러울 만큼 느리게 성장하고, 1인당 국민 소득은 세계 평균에 뒤처지고 있었다고 여긴다. 어린 시절 필자는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자본주의가 해답이라고 여긴데 되었단다.
인도처럼 정치적 자유를 자랑스러워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국민에게 경제적 자유까지 허용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국민을 믿고 투표권과 발언권을 부여했다면 사업을 시작하고, 가격을 정하고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하게 누리는 경제적 자유도 행사할 수 있게 해주어야 마땅했다. 사회주의 사회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빠르게 부가 증가하고 사회복지가 개선되고 있었단다. 지금 인도가 대는 핑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가 공산주의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개발을 강제로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문제가 아니다, 많은 민주주의 국가가 인도보다 훨씬 부유하게 성장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레이건 대통령은 2차대전 이후 최장기 경제 회복을 달성했다. 그는 나라를 바꾸려 노력하면서 “우리는 세상을 바꿨다.”라고 선언했다. 다른 나라들이 과거의 ‘이데올로기‘인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버리도록 북돋웠다. 그 후 11개월 후인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미국은 지난 40년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중국이 경제 비중을 40%로 늘리는 와중에도 미국은 25%라는 비중을 지켰다. 중국은 일본과 유럽의 비중을 가져간 것이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의 경제 부문 단짝으로서 마찬가지로 장단점을 지닌다. 소국 싱가포르는 부분적 예외가 있지만, 부유한 선진국 중에 완전한 형태의 민주주의를 갖추지 않은 나라는 없다. 중국은 결국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정부를 되살리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의 40세 미만, 성인 중 절반만 자본주의의 가치를 인정했다. 또 1/3은 대안으로 공산주의를 실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며, 약 70%는 사회주의자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여야 하는가? 란 질문에 40세 미만의 성인 중 대다수가 그렇다고 답했단다. 이런 배경은 팬데믹 동안에 2차대전에 지출한 부채의 최대치와 맞먹는 기록을 세웠다. 자본주의는 불공정하고 비효율적인 형태로 뒤틀렸다. 하지만 그 주된 요인은 대기업과 재벌에게 유리한 규칙이 아니었다. 자본주의를 왜곡시킨 것은 무엇보다 정부와 중앙은행들이었다. 그들은 시장이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은 돈을 ’경제 시스템‘에 쏟아부었다.
인식의 전환. 지난 40년 동안 양당의 통치 아래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정책을 결정한 여러 일화가 있다. 정부가 뒤로 물러서고 대기업과 재벌들이 마음대로 경제를 장악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언제든 감세, 탈규제, 국영 기업 민영화, 자유 무역 협정 등 재정적자 및 공공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 같은 신자유주의적 의제를 하나라도 따른 모든 지도자는 매도되었다. ’빌 클린턴‘, 영국 ’토니 불리어‘,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은 모두 ’레이건‘과 ’대처‘의 신자유주의 후예로서 동일한 맥락의 인물로 간주하였다. 작은 정부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선진국은 서서히 부채에 중독되었다. 또한 경제를 안정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여기게 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에 중독되었다. 선출된 의원들은 인종 문제와 이민 문제 그리고 경제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다른 사회적 갈등을 당파성에 따라 갈라졌다. 이렇게 분열된 의원들은 위기 동안에도 좀처럼 지출과 관련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변화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을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시키는 데 일조한 ’통증 관리 방식의 혁명‘과 비슷하다. 어느 정도든 통증을 그냥 놔두는 것은 19세기에 걸친 의술의 잔재로 여겨진다. 현대의 의사들은 가볍게 다친 환자라도 옥시콘틴(마약성 진통제)을 투여한다. 날이 갈수록 대중, 특히 주택 보유자와 주식 보유자, 채권 보유자들은 위기 때마다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들은 구제 규모를 늘리라고, 정치인과 중앙은행을 더 강하게 압박했다. 그 정점은 2020년에 시행된 충격적인 규모의 정부 지원책이었다. 이런 구제는 일종의 온정주의적 우려에서 촉발되며, 치료가 질병보다 더 나쁠 리 없다는 강해지는 확신 속에서 이뤄진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위기 때마다 경제 시스템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부어서 금융 시장이 호황을 맞이한 것처럼, 진보 진영 논평가들이 ’레이건‘ 이후 금융 시장이 규제 완화을 맞이한 것은, 주로 규제 완화 덕분이라고 말한다. 팬데믹 동안에 커진 버블은 미국이 가장 극단적이었다. 2024년 기준 미국 금융 시장 규모는 약 120조 달러로 GDP의 4.5배나 된다.
거대한 정부는 어떻게 성장을 늦추는가? 1970년대 사회 혁명은 여성에게 자녀를 적게 낳을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청년이 줄어들자, 많은 국가의 정부는 인구 감소에 맞섰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경제 성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는지, 각 노동자가 얼마나 많은 가치를 생산하는지에 좌우된다.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경제 성장을 촉진하려면 생산성, 즉 노동자 1인당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생산성이 향상하면, 기업은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급여를 올려줄 수 있다. 그에 따라 인플레이션 없이 경제 성장이 이뤄진다. 이는 번영을 일으키는 마법 열쇠라, 불렸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생산성 부진은 현대 자본주의의 수수께끼다. 더 커진 정부와 그 부산물, 즉 불어나는 부채와 전이되는 자본 오 배분이라는 요인이 간과되는 것이다. 하지만 생산성을 높이는 정부의 요인은 역효과를 낳고 있다. ’ 법과 규제의 글로벌 제국‘이란 책에서 ’아누 브래드퍼드‘의 주장이다. 본래 자본주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발전한다. 매일 자본주의가 잃고 있는 기회다. 정부의 구제책은 인위적으로 불경기의 빈도를 줄이고 강도를 낮춘다. 그래서 구시대적이고 부실한 기업들이 각 불경기 때 원래 살아남아야 했던 수준보다 더 많이 살아난다. 그 결과 미국은 더 이상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가 아니게 되었다. 애초에 기성 기업이 망하는 일이 너무나 드물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이 말하는 불경기의 ’청산 효과‘가 사라지자 경기 회복이 더 오래 지속되기 시작했다. 대신 경제 성장 속도는 느려졌다. 특히 2020년의 닷컴 버불 붕괴 이후에 더욱 그렇다.
거대 정부는 자본주의가 지니고 있는 경쟁의 기운을 억눌러서 생산성 증가 속도를 늦춘다. 이는 장기적으로 결국 경제 성장률을 떨어트린다, 그에 따라 파이의 크기가 줄어들고, 남은 파이는 소수의 손에 집중된다. 미국은 현재 잘못된 방식으로 ’예외적‘이다. 미국의 예외주의는 고유한 문화를 설명하는 말이다. 2023년 백악관은 ‘바이드노믹스’를 홍보했다. 전제는 2차대전 이후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구제하고, 신명 나는 ‘기술 혁명을 지속시킨’ 세계적인 경제 질서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본을 배분한다는 단순 개념에서 이 질서가 흔들렸다. 강한 국가주의는 국내에서 지지세를 모을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분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국가들을 중국과, 자신들끼리 맞붙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국 우방들은 미국 산업 정책이 중국만큼 자신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불평했다. 결국 무역 장벽에는 무역 장벽으로, 지원금에는 지원금으로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유럽연합은 ’그린딜 산업 계획’을 출범시켰다. 이제 미국은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가는 예외적인 사례가 되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가장 큰 재정적자 국가 된 미국은 자국의 경쟁 우위를 위협하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경쟁국들은 무역적자를 줄이는 와중에 미국은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는 부채가 늘어날 것임을 의미한다. 이미 선진국 중에서 이탈리아와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유럽에서 더 많은 문제를 초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유럽 국가는 구제, 지원, 규제에 나서는 경향이 더 강했다. 그에 따라 생산성과 평균 소득은 미국보다 느리게 향상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미국에서 거대 정부가 더 빨리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2025.11.11.
무엇이 자본주의를 망가뜨렸나.
루치르 샤마르 지음
김태훈 옮김
한국경제신문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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